제임스 모리슨
그런데 얼마 전 뉴욕 아트북 페어(The NY Art Book Fair)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그는 흰 천가방에 프린트를 찍어 10달러 정도의 가격에 팔고 있었다. 뉴욕 물가를 생각하면 파는 게 아니라 거저 주는 것에 가까웠다. 그가 작품을 팔아 얼마나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란 병아리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냥 좋아 보였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을 기른 모리슨은 영락없는 만화 캐릭터 였다. 게다가 얼굴은 잘생겼고 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작가의 고뇌, 그런 건 없어 보인다. 그는 뭔가 신나는 일을 하면서 그냥 행복하고 멋지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정말 우리 모두가 바라는 라이프스타일 아니던가?
모리슨에게 명함 하나 달라니까 명함은 없다며 키친타월 한 장을 북 찢더니 그 위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오른쪽 한구석엔 엉덩이를 드러내고 요염하게 엎드린 남자 모습을 핑크색 잉크로 찍어줬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지금까지 받아본 명함 중 가장 큰 사이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