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B형 간염 치료제 텔비부딘(오른쪽)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연구진과 B형 간염 바이러스(원 안).
전 세계 만성 B형 감염자는 약 3억5000만명으로, 이중 매년 약 120만명이 만성 B형 감염에 의한 간암 또는 간기능 손실에 의해 사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5~8%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간질환 및 간암에 의한 사망률이 전체 사망 원인의 10%를 차지할 정도다. 2004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40, 50대 남성 사망 원인 국내 1위, 국민 전체 사망 원인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B형 간염이 발전한 간암 발병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11월1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56차 미국간학회(AASLD)에서는 새로운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텔비부딘(telbivudine)의 제3상 전 세계 단위(GLOBE)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약품은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아이데닉스와 공동개발 중인 임상 단계의 신물질. 텔비부딘의 제3상 임상연구인 GLOBE 연구는 지금까지 시행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신약 등록용 임상연구 실험 중 세계 최대 규모로, 한국을 포함해 중국·홍콩·뉴질랜드·미국 등 총 20개국 130여개 의료센터에서 1350여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년 전부터 국내 7개 종합병원에서 92명의 환자가 GLOBE 연구에 참여했다.
간염 바이러스만 선택 신속히 제압
특히 이번 연구는 e항원(HbeAg·전염성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에 음성반응을 보이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모두 포함한 최초의 임상연구로 전 세계 연구집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간염 연구가 만성 B형 간염 환자 중 e항원 양성반응을 보인 환자에 대해서만 실시돼온 것과는 대조적인 연구. 이번 연구에서는 텔비부딘을 현재 B형 간염에서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라미부딘(lamivudine)과 직접 비교함으로써 텔비부딘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텔비부딘은 B형 간염 바이러스(HBV) 유전자(DNA)가 합성되는 초기에 우선적으로 이를 억제하는 게 특징으로, 간염 바이러스만을 선택적으로, 또 신속하게 제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텔비부딘은 B형 간염 바이러스DNA를 검출 불가(PCR 음성) 수준 이하로 떨어뜨렸으며, B형 간염 바이러스 DNA의 절대 수치 또한 현저하게 감소시켰다. 연구진은 이런 성과가 기존 치료제보다 훨씬 개선된 것으로, B형 간염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e항원 양성반응 환자의 경우 치료에 대한 반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텔비부딘을 먹은 환자의 95%가 치료 6개월 후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1년 후에도 그 효과가 그대로 유지된 것. 기존 치료제 라미부딘에 비해 B형 간염 바이러스 초기 억제율이 현저하게 뛰어난 점은 만성 B형 간염에서 초기 바이러스 억제 정도가 치료 1년 후의 임상 결과와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이 약품의 간 기능 개선과 치료효과가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 환자 92명도 1년여 동안 7개 병원을 통해 임상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만성간염이 간경변 및 간암으로 진행되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만성간염 환자 치료 시 초기 단계에서부터 간염 바이러스의 양을 줄여준다면 심각한 간질환으로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간 기능이 개선되는 등 장기적인 결과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때문에 연구진들은 신속하고 현저한 초기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보인 텔비부딘이 간염 치료뿐만 아니라 간경변이나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3년 5월 공동 개발협약을 맺고 텔비부딘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노바티스와 아이데닉스사 측은 “앞으로 B형 간염 발병률이 높은 중국, 대만, 한국 등의 동아시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판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