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부안군수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울고 있습니다.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내 울음소리에 함께 울어주는 옆 사람이 있는 것,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한없이 가슴으로만 울어댑니다.2003년 7월부터 2005년 현재까지 계속 울어댑니다.어느 누구에게 이 가슴속 울음을 전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없이 울어댑니다.
그 막막한 울음이 언제 멈출 수 있을지,어느 누가 토닥이며 이해한다고 이 울음을 멈추게 할지,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누가 울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보입니다.서러움의 눈물, 절망의 눈물, 배신의 눈물, 고통의 눈물이 말입니다.부안 주민 전체가 흘리는 분노의 눈물이 말입니다.
매 맞는 군수에 피 흘리는 전경과 주민
한때 부안은 소위 부안사태라 불리며주민 45명이 구속되고 121명이 불구속 기소되었으며 전경과 주민 500여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인구가 7만여명인 부안군에 한때는 경찰이 8000여명이 상주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습니다.그 와중에 저는 방폐장 유치를 철회하라며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해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매 맞는 군수에 피 흘리는 전경과 주민.반목하는 이웃들.핵은 곧 죽음이라는 어마어마한 말로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회단체.당리당략과 자신들의 지지기반에만 신경 쓰며 대책 없는 반대를 종용해온 정치인들.
이에 나 몰라라 하며 일관성 없는 정책과 뒷짐만 져온 정부.이런 상황이 국책사업인 방폐장 유치와 관련해 부안이라는 작은 지역 안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상상이 가십니까? 엄두가 나십니까?결국 우리(부안군민)끼리 싸우고 우리끼리 다치는 자중지란에 지나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멍든 가슴에 빨간약이라도 발라주십시오
핵 폐기장 부안 건설에 반대하는 전북 부안군 주민들이 부안군청 앞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기껏 싸우더니 낙동강 오리알 된 것 아니냐…고생 다 하고 로또복권 뺏겼네… 그러게 그렇게 반대하지나 말지 고소하다… 이러다 부안만 잊혀지는 것 아니냐…부안은 역시 훌륭하다 환경파수꾼의 도시다… 핵은 죽음이 아니던데 엄청난 돈이던데?… 부안 안됐다…
잘된 건지 안 된 건지에 대한 판단은 않겠습니다.진실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젠,더 이상 이런 말들로 상처를 주지 말고언제 아물지 모르는 상처에 약이라도 발라주십시오.고준위를 분리하자고, 방폐장은 안전하다고 외쳐왔던 쉰 목소리에드링크라도 주고 매향노로 몰려 두들겨 맞아 멍든 가슴에옥도정기라도 발라주란 말입니다.그곳에 부안이 있었고그때에 부안은 싸웠고 지금도 부안은 분노와 배신의 속울음으로 지새우니까 말입니다.
모두에게 고합니다
이제 고합니다.첫째,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어주십시오.당리당략에 따라 소신 없이 좌충우돌하고, 지역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정부 정책에 대한 주민 설득은커녕 오히려 반대를 선동하는 정치인도 있었음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나서주길 바랍니다.
둘째,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오락가락하는 정책 변경, 나약한 공권력, 일방적인 대화기구 운영, 고준위와 분리하고 정부 일정을 늦춰달라는 부안군의 요청도 묵살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시끄러움을 잠재우려는 미봉책에 그친 정부는 진정한 화해를 이루고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주길 바랍니다.
셋째, 핵은 죽음이라는 보도로 혼란에 빠뜨렸던 언론과 사회단체는 사과를 하십시오.제4의 권부인 언론, 평화와 환경을 사랑하는 사회단체는 그 당시 우리에게 무어라 말했습니까. 핵은 기형아를 낳게 하는 산출고요 어린아이들에겐 희망이 없는 땅이라고 외쳤습니다.지금은 무어라 말하고 있습니까. 왜 아무 말도 없는 겁니까.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입니까. 9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인 경주와 군산 주민들은 바보입니까.이젠 진실을 알려주십시오.그리하여 대책 없는 반대와 마녀 사냥하듯 떠들어대는 기사 따위는 기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안을 기억하십시오
세월이 흐르다 보니제게 앞서간 사람이라며 인터뷰를 요청합니다.소신 있는 단체장이라고 합니다.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소리 내지 못하는 울음만이 목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부안의 하늘은 아름답고부안의 바다는 푸르기만 합니다.여전히 단풍은 지고 들녘은 풍성합니다.메말라버린 가슴으로 휑한 바람이 들어와도 우리는 또 정부를 믿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 위로하며 살아갑니다.서울 간 자식 학비라도 편히 보내주려 했던 가엾은 모정이짓밟혔어도 우린 또 허리 굽혀가며 조개를 캐고 밭을 갑니다.
부안을 기억하십시오.난제인 국책사업을 과감하게 받아 안으려 했던 부안을 기억하십시오. 정부와 사회단체와 언론들에게 소외당하고 거짓에 눈 가려졌던 부안을 기억하십시오.우리가 목 놓아 울어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막걸리라도 기울일 수 있게 부안을 기억하십시오.
부안은 바람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우리가 소망하는 바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부안을 기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