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영국을 선택하자’ vs ‘세금 올리고 혈세 낭비하는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영국은 벌써부터 선거 열풍에 휩싸였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역사적인 3선 고지를 향해 ‘일하는 영국’을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반면 제1야당인 보수당은 집권당의 숨겨진 세금인상안을 비판하며 감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물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국의 총선가도로 한번 달려가보자.
1월 중순 노동당과 보수당, 제2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거의 같은 시기에 선거 강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블레어 총리가 ‘일하는 영국’을 모토로 내세운 선거 포스터를 선보이며 집권 2기 동안의 업적을 강조했다. 1997년 5월,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은 18년 동안의 야당 생활을 마감하며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어 2001년 6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 당수로 재집권에 성공해 8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경우는 블레어가 유일하다.
일하는 영국 vs 대대적 감세 정책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블레어는 5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의료보험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 증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역설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분야에 대한 개선 사항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핵심사항이라 할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이미 이라크전쟁 참여로 90억 파운드(약 18조원)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상황이다. 당연히 ‘어디에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란 의구심이 일었다. 일부 경제학자와 야당은 노동당이 이런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은 이를 맞받아쳤다. 100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은 노동당이 총선에 미칠 여파를 감안해 세금 인상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제1 공약으로 40억 파운드(약 8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현재 1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가운데 23만여명을 감축하고, 공기업 168개사를 폐지해 재정을 절약하면 소득세 등을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확충된 정부 재정을 의료보험과 공교육, 교통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까지 의료보험 21%, 교육 분야 13%의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이런 계획에 대해 노동당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체 공무원의 4분의 1을 감축한다는 계획이 실현성도 없을 뿐더러 공기업 폐지도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재정 확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료보험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계획대로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감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 노조의 마크 서보트카 사무총장은 “공공 부문 서비스 개선을 외치는 보수당이 공무원의 4분의 1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동당 총선기획단장인 앨런 밀번도 보수당의 계획에 대해 “이중 회계장부와 잘못된 수치에 근거한 신뢰성이 없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를 한참 앞둔 연초부터 총선 열풍이 뜨겁게 분 이유는 먼저 노동당의 내분이 불거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총선 열차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연초 영국 주요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간의 알력을 집중 보도했다. 내용인즉슨 원래 블레어 총리가 집권 2기만 채우고 물러나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브라운 재무장관이 이에 불만을 품어 두 사람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 모두 이런 보도를 부인했다.
또 노동당 내 평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적 앞에서 분열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자 브라운 재무장관은 블레어 총리를 신뢰하며, 노동당이 이룩한 업적을 총선에서 평가받겠다며 의료보험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또 블레어 총리가 브라운 재무장관을 견제하기 위해 총선기획단장에 임명한 앨런 밀번 전 사회복지부 장관이 브라운과 함께 총선 포스터를 공개했다. 노동당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몸짓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블레어와 브라운 간의 갈등은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가 돌연사했을 때 브라운은 당시 그림자 내각의 재무장관, 블레어는 내무장관이었다. 당시 브라운은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세력인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블레어는 일부 원내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블레어와 브라운 두 사람이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노동당이 심각한 분열에 처할 상황이었다. 이때 브라운을 지지하고 있던 피터 만델슨이 블레어 지지 쪽으로 선회하면서 브라운과 블레어는 밀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블레어가 브라운에게 재무장관 자리를 주며, 브라운의 정책을 실현하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즉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재무장관이 되게 해준다는 약속이다.
여론조사 노동당 15%P 앞서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정책적인 밀약 외에도 블레어가 집권 2기만 채우고 물러난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반 또다시 이런 밀약 파기설이 흘러나오자 블레어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번 총선도 승리로 이끌고, 승리할 경우 집권 3기 만료 전에 물러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블레어의 공식 발표 이후 브라운 지지자와 블레어 지지자 간의 언론을 이용한 상대편 흔들기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이런 상황이 연초에 폭발 직전까지 이른 것이다. 야당인 보수당은 이런 호재를 놓치지 않으려고 블레어와 브라운이 서로 눈을 흘기며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을 총선 포스터로 채택했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무슨 일을 하냐’며 노동당의 내분을 비판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 노동당이 보수당을 15%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보수당의 하워드 당수도 이번 총선에서 승산 없음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고 다음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의석수를 늘리지 못했을 경우 정당의 총재는 대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
물론 넉 달 정도 남은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거나 국내의 다른 돌발변수가 없는 한, 블레어 총리는 역사적인 3선 집권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 출신의 총리는 집권 2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45년 집권한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6년, 64년 집권한 해럴드 윌슨 총리도 6년간 집권했을 뿐이다. ‘뉴 레이버(New Labour)’, 노동당의 현대화를 기치로 내세워 집권한 토니 블레어는 집권 2기, 만 8년을 채우고 있다.
‘뉴 레이버’ 지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런던정경대학의 앤터니 기든스 교수는 최근 “노동당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우회적으로 노동당의 3선 집권을 진단했다. 과연 블레어는 3선을 할 수 있을까.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영국은 벌써부터 선거 열풍에 휩싸였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역사적인 3선 고지를 향해 ‘일하는 영국’을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반면 제1야당인 보수당은 집권당의 숨겨진 세금인상안을 비판하며 감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물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국의 총선가도로 한번 달려가보자.
1월 중순 노동당과 보수당, 제2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거의 같은 시기에 선거 강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블레어 총리가 ‘일하는 영국’을 모토로 내세운 선거 포스터를 선보이며 집권 2기 동안의 업적을 강조했다. 1997년 5월,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은 18년 동안의 야당 생활을 마감하며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어 2001년 6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 당수로 재집권에 성공해 8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경우는 블레어가 유일하다.
일하는 영국 vs 대대적 감세 정책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블레어는 5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의료보험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 증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역설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분야에 대한 개선 사항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핵심사항이라 할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이미 이라크전쟁 참여로 90억 파운드(약 18조원)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상황이다. 당연히 ‘어디에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란 의구심이 일었다. 일부 경제학자와 야당은 노동당이 이런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은 이를 맞받아쳤다. 100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은 노동당이 총선에 미칠 여파를 감안해 세금 인상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제1 공약으로 40억 파운드(약 8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현재 1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가운데 23만여명을 감축하고, 공기업 168개사를 폐지해 재정을 절약하면 소득세 등을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확충된 정부 재정을 의료보험과 공교육, 교통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까지 의료보험 21%, 교육 분야 13%의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이런 계획에 대해 노동당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체 공무원의 4분의 1을 감축한다는 계획이 실현성도 없을 뿐더러 공기업 폐지도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재정 확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료보험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계획대로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감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 노조의 마크 서보트카 사무총장은 “공공 부문 서비스 개선을 외치는 보수당이 공무원의 4분의 1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동당 총선기획단장인 앨런 밀번도 보수당의 계획에 대해 “이중 회계장부와 잘못된 수치에 근거한 신뢰성이 없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를 한참 앞둔 연초부터 총선 열풍이 뜨겁게 분 이유는 먼저 노동당의 내분이 불거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총선 열차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연초 영국 주요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간의 알력을 집중 보도했다. 내용인즉슨 원래 블레어 총리가 집권 2기만 채우고 물러나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브라운 재무장관이 이에 불만을 품어 두 사람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 모두 이런 보도를 부인했다.
또 노동당 내 평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적 앞에서 분열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자 브라운 재무장관은 블레어 총리를 신뢰하며, 노동당이 이룩한 업적을 총선에서 평가받겠다며 의료보험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또 블레어 총리가 브라운 재무장관을 견제하기 위해 총선기획단장에 임명한 앨런 밀번 전 사회복지부 장관이 브라운과 함께 총선 포스터를 공개했다. 노동당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몸짓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블레어와 브라운 간의 갈등은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가 돌연사했을 때 브라운은 당시 그림자 내각의 재무장관, 블레어는 내무장관이었다. 당시 브라운은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세력인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블레어는 일부 원내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블레어와 브라운 두 사람이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노동당이 심각한 분열에 처할 상황이었다. 이때 브라운을 지지하고 있던 피터 만델슨이 블레어 지지 쪽으로 선회하면서 브라운과 블레어는 밀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블레어가 브라운에게 재무장관 자리를 주며, 브라운의 정책을 실현하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즉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재무장관이 되게 해준다는 약속이다.
여론조사 노동당 15%P 앞서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정책적인 밀약 외에도 블레어가 집권 2기만 채우고 물러난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반 또다시 이런 밀약 파기설이 흘러나오자 블레어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번 총선도 승리로 이끌고, 승리할 경우 집권 3기 만료 전에 물러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블레어의 공식 발표 이후 브라운 지지자와 블레어 지지자 간의 언론을 이용한 상대편 흔들기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이런 상황이 연초에 폭발 직전까지 이른 것이다. 야당인 보수당은 이런 호재를 놓치지 않으려고 블레어와 브라운이 서로 눈을 흘기며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을 총선 포스터로 채택했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무슨 일을 하냐’며 노동당의 내분을 비판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 노동당이 보수당을 15%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보수당의 하워드 당수도 이번 총선에서 승산 없음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고 다음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의석수를 늘리지 못했을 경우 정당의 총재는 대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
물론 넉 달 정도 남은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거나 국내의 다른 돌발변수가 없는 한, 블레어 총리는 역사적인 3선 집권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 출신의 총리는 집권 2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45년 집권한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6년, 64년 집권한 해럴드 윌슨 총리도 6년간 집권했을 뿐이다. ‘뉴 레이버(New Labour)’, 노동당의 현대화를 기치로 내세워 집권한 토니 블레어는 집권 2기, 만 8년을 채우고 있다.
‘뉴 레이버’ 지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런던정경대학의 앤터니 기든스 교수는 최근 “노동당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우회적으로 노동당의 3선 집권을 진단했다. 과연 블레어는 3선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