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프리카’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자서전적인 동명 소설을 각색, 영화화한 카롤리네 링크의 ‘Nirgendwo in Afrika/Nowhere in Africa’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이 국내 제목은 영화의 내용을 오도하는 경향이 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독일판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영화는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로맨틱 러브스토리와 거리가 멀다. 무대를 아프리카로 옮기고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배경을 첨가했지만 영화 자체는 카롤리네 링크 감독의 전작 ‘비욘드 사일런스’와 마찬가지로 조금 독특한 상황에 처한 한 가족의 경험을 다룬 조용한 멜로드라마다.
영화는 한 독일계 유대인 가족이 나치의 억압을 피해 정든 독일로부터 탈출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이 택한 망명지는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먼저 간 아버지 발터가 영국인 소유의 목장에서 터전을 닦고 어머니 예텔과 딸 레기나가 뒤를 따른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망명 생활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며 끝없이 연장된다.
그때까지 독일 상류사회에서 편하게만 살아왔던 가족은 아프리카의 험악한 환경 속에 자신을 맞춰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아버지 발터가 아프리카라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해 갈등하는 동안, 어머니 예텔은 식민지의 농장주라는 위치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딸 레기나는 그들을 받아들인 세계에 적응하며 한 명의 아프리카인으로 성장해간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영화의 주제와 소재는 지극히 유럽적이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케냐의 원주민들과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영화가 관심 있어 하는 건 주인공인 독일계 유대인 가족의 모험담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진행되지만 여전히 유럽의 전쟁과 정치에 얽혀 있다. 영화에서 아프리카는 유럽의 역사가 벌어지는 뒷마당에 가깝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유대인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는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주인공들을 괴롭힌다. 처음엔 독일 문화가 너무나도 당연한 상류사회 독일인이었던 그들은 나치 정권 이후 유대인이라는 타자로 낙인찍힌다. 유대교의 관습과 자의식 따위엔 관심도 없었던 그들은 외부에서 강요되는 이 딱지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아프리카의 유럽계 식민자라는 새로운 위치에 적응해야만 한다. 영화는 전쟁이 끝나는 결말 부분에서 이들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지만 도입부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러브 인 아프리카’는 지나치게 평이하고 산만한 이야기 구조도 그렇고, 식민지 시대에 대한 무비판적이고 향수 섞인 접근법 때문에 중간에 영화의 호감도가 주저앉고 마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비욘드 사일런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카롤리네 링크는 가족 내부의 섬세한 갈등과 아역 배우들의 연기 지도에서 여전히 근사한 재능을 가진 감독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는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로맨틱 러브스토리와 거리가 멀다. 무대를 아프리카로 옮기고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배경을 첨가했지만 영화 자체는 카롤리네 링크 감독의 전작 ‘비욘드 사일런스’와 마찬가지로 조금 독특한 상황에 처한 한 가족의 경험을 다룬 조용한 멜로드라마다.
영화는 한 독일계 유대인 가족이 나치의 억압을 피해 정든 독일로부터 탈출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이 택한 망명지는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먼저 간 아버지 발터가 영국인 소유의 목장에서 터전을 닦고 어머니 예텔과 딸 레기나가 뒤를 따른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망명 생활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며 끝없이 연장된다.
그때까지 독일 상류사회에서 편하게만 살아왔던 가족은 아프리카의 험악한 환경 속에 자신을 맞춰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아버지 발터가 아프리카라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해 갈등하는 동안, 어머니 예텔은 식민지의 농장주라는 위치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딸 레기나는 그들을 받아들인 세계에 적응하며 한 명의 아프리카인으로 성장해간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영화의 주제와 소재는 지극히 유럽적이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케냐의 원주민들과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영화가 관심 있어 하는 건 주인공인 독일계 유대인 가족의 모험담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진행되지만 여전히 유럽의 전쟁과 정치에 얽혀 있다. 영화에서 아프리카는 유럽의 역사가 벌어지는 뒷마당에 가깝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유대인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는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주인공들을 괴롭힌다. 처음엔 독일 문화가 너무나도 당연한 상류사회 독일인이었던 그들은 나치 정권 이후 유대인이라는 타자로 낙인찍힌다. 유대교의 관습과 자의식 따위엔 관심도 없었던 그들은 외부에서 강요되는 이 딱지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아프리카의 유럽계 식민자라는 새로운 위치에 적응해야만 한다. 영화는 전쟁이 끝나는 결말 부분에서 이들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지만 도입부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러브 인 아프리카’는 지나치게 평이하고 산만한 이야기 구조도 그렇고, 식민지 시대에 대한 무비판적이고 향수 섞인 접근법 때문에 중간에 영화의 호감도가 주저앉고 마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비욘드 사일런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카롤리네 링크는 가족 내부의 섬세한 갈등과 아역 배우들의 연기 지도에서 여전히 근사한 재능을 가진 감독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