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으로 찍은 토성 고리의 화려한 모습. 파란색은 얼음을, 빨간색은 수수께끼 같은 ‘진흙’을 나타낸다.
미국과 유럽이 합작한 탐사선 ‘카시니’호가 7년간 35억km의 긴 우주항해를 마치고, 7월1일 토성 궤도에 진입하며 4년간의 토성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카시니호는 토성의 고리, 위성 포이베와 타이탄 등에 대한 사진을 날마다 100여장씩 지구로 전송하면서 초기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사진을 토대로 7월9일 토성에 대한 첫 탐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의외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카시니 프로젝트의 부팀장 린다 스파이커 박사는 “우리는 토성의 작은 위성 포이베를 지나쳐온 이래 계속해서 놀라운 발견을 해왔다”고 밝혔다.
위성 타이탄 표면에 얼음•탄화수소 토성 A고리 내에 존재하는 틈새 ‘엥케 간극’. 카시니가 전례 없이 고해상도로 찍었다.
먼저 토성의 고리에 대해서는 고리와 고리 사이의 틈들이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수수께끼 같은 물질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일단 이 물질은 ‘진흙(dirt)’이라 불렸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이 위성 포이베의 표면층에서 발견된 검은 물질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고리 생성의 비밀을 암시하는 것이다. 고리의 대부분이 얼음 덩어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토성의 고리가 얼음과 ‘진흙’이 풍부한 태양계 외곽 천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토성 고리에서는 연못에 생기는 물결과 같은 밀도파가, 고리 가장자리에서는 부챗살 형태의 구조가 사진에 잡혔다. 7월1일 카시니가 통과할 때는 고리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이 초당 700개씩 탐사선 몸체에 부딪히는 소리가 전파로 기록되기도 했다.
토성 외곽에 있는 F고리. 자세히 보면 고리 자체가 꼬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토성 탐사의 주요 타깃 가운데 하나인 토성 최대 위성인 타이탄. 초기탐사에서 카시니는 33만9000km 떨어진 거리에서 타이탄을 촬영했다. 이 사진은 지금까지 탐사선이 얻은 타이탄 관련 사진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었다. 타이탄 사진에서 어두운 표면에는 비교적 순수한 얼음이 있고, 밝은 곳에는 탄화수소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두운 지역이 메탄 호수라고 생각했던 과학자들의 예측과 일치하지 않아 놀라웠다. 대기를 가진 타이탄은 초창기 지구의 모습과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앞으로 카시니가 44번이나 타이탄을 방문하고, 이번보다 30배나 더 가까운 위치에서 타이탄을 관측할 것이므로 곧 해소될 전망이다. 또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카시니에 실려 있는 소형 탐사장비 ‘호이겐스’가 타이탄의 대기를 뚫고 들어가며 타이탄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성의 그림자가 비친 고리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토성에 도착하기 전 카시니가 찍은 위성 포이베.
카시니호 상상도. 카시니호는 앞으로 4년간 토성 주변 궤도를 돌며 토성과 고리, 30여개의 위성을 탐사하게 된다.
적외선의 3파장대에서 찍은 타이탄. 표면을 보여주는 왼쪽 사진에서 어두운 곳에는 얼음이 많고 밝은 곳에는 탄화수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