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드라마로 불리는 ‘웨스트 윙’의 한 장면
지난해 8월, 그리고 올해 3월11일 탄핵 정국의 불씨가 된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해 화제가 된 미국 NBC 드라마 ‘웨스트 윙’의 시사회가 5월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대개 노무현 대통령 지지 사이트로 유명한 서프라이즈 회원들과 탄핵 국면에서 이름을 날린 디씨인사이드 회원 등 네티즌들이었다.
1999년 미국 NBC에서 처음 방송된 ‘웨스트 윙’은 영화 ‘대통령의 연인’을 쓴 아론 소킨과 인기 시리즈물 ‘ER’의 프로듀서 존 웰스가 함께 만드는 시리즈물. 제목 ‘웨스트 윙’은 백악관 서쪽 별관 대통령의 보좌관 및 비서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사실상 미국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지다.
‘웨스트 윙’은 딱딱한 정치적 소재를 대통령과 참모진들이라는 ‘사람’ 이야기로 바꿔 보여줌으로써 방영 후 매년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상을 수상했다.
시사회에 앞서 열린 서프라이즈 시상식.
시사회엔 정치인들도 참석 ‘북적’
시사회에서 상영된 에피소드 ‘소신 있는 대통령’은 재선을 의식해 매사 타협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대통령에게 ‘왕수석’인 레오가 “선거보다 중요한 건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것”이라고 충고하고 “공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켜 그 결과를 우리 것으로 만들자”고 합의하는 데서 끝난다.
노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처음 ‘웨스트 윙’을 언급한 지 나흘 만에 ‘전형적인 미국식 대통령제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개방형 브리핑제 등도 백악관에서 상당 부분 따왔다. ‘웨스트 윙’의 형태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그의 참모진들이 정책과 정치, 언론 홍보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던 인재들로 이루어진 ‘웨스트 윙’에 필적할 만한가? 그들도 대통령에게 ‘감히’ 직언을 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백악관의 참모진들만큼이나 ‘쿨’한가? 노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웨스트 윙’은 사실 미국적 애국심에 기초한 드라마다. 참모진들은 이혼했거나 알코올중독이었거나 콜걸과 사귀는 등 ‘인간적’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그뿐이다. 그들은 미국에 충성하는 성실한 슈퍼 엘리트들일 뿐이다.
유시민 의원이 참석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웨스트 윙’ 시사회 후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과 문성근씨가 토론회를 연다고 공지됐지만 두 사람 모두 일찍 자리를 떠 토론회는 무산됐다. 토론회를 보러 온 사람들과 행사를 후원한 워너브라더스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단지 유시민 의원이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텐데 이것이 혼선으로 나타나도 흔들리지 말고 지지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약속과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거는 ‘웨스트 윙’의 참모들은 역시 드라마에만 있는 인물들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