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명령을 받은 독립문 소공원 내 컨테이너 무료급식소와 배식을 받는 독거노인, 노숙인들.
조그마한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회장의 선행에 감동한 관할 서대문구청은 1997년 1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7년 동안 날마다 50명분의 식대로 모두 2억여원을 지원했다. 1인당 1500원 하는 구청 식대를 기준으로 해도 김회장이 지금껏 무료급식에 쏟아부은 돈은 수십억원 규모다.
김회장이 이토록 무료급식에 매달리는 이유는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 돈을 버는 대로 모두 무료급식에 투입하다 보니 김회장 자신은 정작 올 초에야 8000만원짜리 집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그나마 그중 4000만원은 빚.
그는 그동안 먹는 것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바빠 무료급식소 건물을 짓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비록 컨테이너 가건물을 간이급식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아담한 소공원은 노인들과 노숙인들이 야외식사를 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 독립문 인근의 무의탁 노인들과 노숙인들에겐 소공원 내 컨테이너 박스가 ‘요람’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소외된 이웃 쫓아내면 어디로”
하지만 이 요람에 최근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식대까지 지원했던 서대문구청이 컨테이너 가건물의 철거명령을 내리고 무료급식 중단을 통고해왔기 때문. 2월28일까지 1차 이전명령을 내린 구청 측은 2차 경고문까지 보내왔다. 내용은 ‘컨테이너가 공원을 무단 점유해 도시공원법을 어기고 있으므로 옮기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 무료급식을 한 후 노숙자가 상주하고, 타 지역 독거노인이 몰려와 동네 미관을 해치고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
구청 측은 이번 행정처분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과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대문구청 사회복지과 한 관계자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노숙인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공원을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곳에서 점심을 먹던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은 다른 구의 종교단체 무료급식소에 가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금태 한길봉사회 과장은 “소공원을 매일 청소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봉사회와 노인들이지 구청이 아니다”라며 “노숙인은 이곳뿐만 아니라 급식을 하지 않는 어느 소공원에도 모두 있다”고 반박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김종인 회장(아래)은 요즘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
이런 다툼을 보다 못한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가 나서서 한길봉사회에 건물을 지을 기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금모금 자격을 부여했으나, 기금이 모일 때까지 컨테이너가 무사하고 무료급식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민들이 싫다면 하지 말아야지, 무슨 말이 많아요?”
서대문구 영천동사무소 동장의 이 같은 주장에서 우리 시대 ‘님비(NIMBY)현상’의 극단을 엿보았다면 잘못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