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칸영화제는 올해 57회를 맞아 기수를 아시아로 돌렸다. 12개국 19편의 경쟁부문 작품 가운데 아시아는 총 6편(한국 2편, 일본 2편, 태국 1편, 중국 1편)으로 영화제 사상 가장 큰 영토를 차지했다. 인도 시인 타고르가 ‘아시아의 등불’로 표현한 것처럼, 우리나라 영화는 바로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泰 ‘열대의 병’도 비평가들 극찬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 편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랐고, ‘올드 보이’는 드디어 ‘그랑프리’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는 경사가 났기 때문이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다큐멘터리라는 걸 감안하면, ‘올드 보이’는 최고상을 수상한 것이나 다름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5월23일 심사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 타란티노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올드 보이’와 ‘화씨 9/11’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올드 보이’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뻔했다”고 발표했다.
장르 영화와 신세대 감독들의 입성이 눈에 띄는 올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의 중요성은 수상결과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홍콩배우 장만옥이 여우주연상을, 일본배우 유야 야기라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칸영화제 경쟁작으로 참가한 첫 태국영화이면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열대의 병’은 비평가들에게서 만장일치로 ‘올 영화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된 가운데,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현지 비평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복수는 차게 식혀 먹는 음식’이라는 프랑스 속담에 딱 들어맞는 ‘올드 보이’를 두고, AP통신은 ‘수년 이래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멋진 장면으로 이루어진 놀라운’ 영화라고 찬사를 보냈다. 근친상간이라는 윤리적으로 불편한 설정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폭력이 부정적 비판을 낳은 반면,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킬빌’의 감독)의 첫 작품 ‘저수지의 개들’과 비견되고 ‘천재적인 스타일’과 ‘최민식의 연기력’(‘르몽드’지 17일자)으로 빛나는 이 장르 영화의 미학적 장점을 들어 긍정적 비평이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의 진보 언론인 ‘리베라시옹’지(15일자)는 ‘올드 보이, 만화를 훌륭하게 각색하는 법’이란 기사에서 액션물이 선호되는 영화의 세계적 흐름은 그 창조적 중심을 미국과 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에 두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눈부신 장면 연출과 빛과 색의 매력적인 활용, 세련된 화면 구성과 편집, 우스꽝스러움에의 교묘한 접근을 특징적인 장점으로 보았다. 그러나 같은 신문(17일자)에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비평도 실렸다. 영화 보는 것이 ‘고역’이었다면서 ‘요약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말도 안 되는 영화’에 관객이 양편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비평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흥미 있게 만들고, 프랑스의 거장 로메르 감독보다 더 철저하게 끌어낼 줄 아는 홍상수 감독의 능력, ‘궁핍한 인간성’을 관찰하는 능력과 투명한 극사실주의적 연출 능력을 높이 샀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영화제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일반 개봉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일간지 ‘르몽드’가 특집으로 다루어 현 세계영화계에서 대표적인 영화작가의 한 명으로 대우받는 홍상수 감독은 이미 ‘강원도의 힘’(1998)과 ‘오!수정’(2000)이 칸에 소개될 때부터 현지 영화평론가들의 관심과 총애를 받아왔다. 더구나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가수 장 페라가 불러서 유명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영화를 합작한 마랭 카르미츠가 걸작을 많이 제작하는 프랑스 제작자라서 더욱 그렇다.
‘올드 보이’는 일반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환호할 정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으나 기자 시사에서의 반응이나 주요 매체의 평론가들이 주는 별점에서 전반적으로 혹평을 얻자, 수상을 기대하며 칸에 온 ‘올드 보이’ 관계자들은 큰 혼란을 겪은 모양이다.
그러나 “심사위원장 타란티노가 ‘올드 보이’에서 수상작에 필요한 모든 장점을 발견할 것이라는 강력한 소문”이 떠돌았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게다가 전통 미국 영화의 틀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들던 제리 샤츠버그 감독(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었다)이나 서극 감독, 컬트 영화가 된 범죄영화 패러디 ‘당신 집 옆에서 일어난 일’ 이래 블랙유머로 명성을 떨치는 벨기에 배우 브누와 포엘부르데(그는 지난해에 방한했다) 같은 심사위원들의 성향도 ‘올드 보이’가 수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보인다.
엉뚱함과 어처구니없음이라는 이야기 진행 방식의 장점을 보여주는 ‘Kiss Me Deadly’(1955년작,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 미국) 같은 B급영화나 필름 느와르의 계보를 연상시키는 장르에, 현대적이면서도 감상적이고 화려한 스타일로 창의력을 구사한 박찬욱 감독은 세계영화계에 한국 영화를 깊이 각인시켰다. ‘올드 보이’는 9월20일에 프랑스에서 바크 필름(Bac Film)이라는 메이저 배급회사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다.
*황금종려상
화씨 9/11(Fahrenheit 9/11), 마이클 무어 감독, 미국
*그랑프리 심사위원 대상
‘올드 보이’, 박찬욱 감독, 한국
*감독상
토니 가틀리프 감독, ‘망명(Exils)’, 프랑스
*시나리오상
아네스 자우이/ 장 피에르 바크리, ‘그림처럼(Comme une image)’, 프랑스
*여우주연상
장만옥, ‘클린(Clean)’, 올리비에 아사이야스 감독, 프랑스
*남우주연상
유야 야기라,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히로카즈 고레에다 감독, 일본
*심사위원상(공동수상)
‘열대의 병(Tropical Malady)’
(아피차퐁 베라세타쿨 감독, 태국)과 코엔 형제 감
독의 ‘Ladykillers’의 주연 미국 여배우 어마 P. 홀
泰 ‘열대의 병’도 비평가들 극찬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 편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랐고, ‘올드 보이’는 드디어 ‘그랑프리’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는 경사가 났기 때문이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다큐멘터리라는 걸 감안하면, ‘올드 보이’는 최고상을 수상한 것이나 다름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5월23일 심사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 타란티노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올드 보이’와 ‘화씨 9/11’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올드 보이’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뻔했다”고 발표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장만옥.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된 가운데,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현지 비평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복수는 차게 식혀 먹는 음식’이라는 프랑스 속담에 딱 들어맞는 ‘올드 보이’를 두고, AP통신은 ‘수년 이래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멋진 장면으로 이루어진 놀라운’ 영화라고 찬사를 보냈다. 근친상간이라는 윤리적으로 불편한 설정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폭력이 부정적 비판을 낳은 반면,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킬빌’의 감독)의 첫 작품 ‘저수지의 개들’과 비견되고 ‘천재적인 스타일’과 ‘최민식의 연기력’(‘르몽드’지 17일자)으로 빛나는 이 장르 영화의 미학적 장점을 들어 긍정적 비평이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의 진보 언론인 ‘리베라시옹’지(15일자)는 ‘올드 보이, 만화를 훌륭하게 각색하는 법’이란 기사에서 액션물이 선호되는 영화의 세계적 흐름은 그 창조적 중심을 미국과 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에 두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눈부신 장면 연출과 빛과 색의 매력적인 활용, 세련된 화면 구성과 편집, 우스꽝스러움에의 교묘한 접근을 특징적인 장점으로 보았다. 그러나 같은 신문(17일자)에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비평도 실렸다. 영화 보는 것이 ‘고역’이었다면서 ‘요약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말도 안 되는 영화’에 관객이 양편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비평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흥미 있게 만들고, 프랑스의 거장 로메르 감독보다 더 철저하게 끌어낼 줄 아는 홍상수 감독의 능력, ‘궁핍한 인간성’을 관찰하는 능력과 투명한 극사실주의적 연출 능력을 높이 샀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영화제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일반 개봉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일간지 ‘르몽드’가 특집으로 다루어 현 세계영화계에서 대표적인 영화작가의 한 명으로 대우받는 홍상수 감독은 이미 ‘강원도의 힘’(1998)과 ‘오!수정’(2000)이 칸에 소개될 때부터 현지 영화평론가들의 관심과 총애를 받아왔다. 더구나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가수 장 페라가 불러서 유명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영화를 합작한 마랭 카르미츠가 걸작을 많이 제작하는 프랑스 제작자라서 더욱 그렇다.
‘올드 보이’는 일반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환호할 정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으나 기자 시사에서의 반응이나 주요 매체의 평론가들이 주는 별점에서 전반적으로 혹평을 얻자, 수상을 기대하며 칸에 온 ‘올드 보이’ 관계자들은 큰 혼란을 겪은 모양이다.
그러나 “심사위원장 타란티노가 ‘올드 보이’에서 수상작에 필요한 모든 장점을 발견할 것이라는 강력한 소문”이 떠돌았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게다가 전통 미국 영화의 틀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들던 제리 샤츠버그 감독(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었다)이나 서극 감독, 컬트 영화가 된 범죄영화 패러디 ‘당신 집 옆에서 일어난 일’ 이래 블랙유머로 명성을 떨치는 벨기에 배우 브누와 포엘부르데(그는 지난해에 방한했다) 같은 심사위원들의 성향도 ‘올드 보이’가 수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보인다.
엉뚱함과 어처구니없음이라는 이야기 진행 방식의 장점을 보여주는 ‘Kiss Me Deadly’(1955년작,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 미국) 같은 B급영화나 필름 느와르의 계보를 연상시키는 장르에, 현대적이면서도 감상적이고 화려한 스타일로 창의력을 구사한 박찬욱 감독은 세계영화계에 한국 영화를 깊이 각인시켰다. ‘올드 보이’는 9월20일에 프랑스에서 바크 필름(Bac Film)이라는 메이저 배급회사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다.
*황금종려상
화씨 9/11(Fahrenheit 9/11), 마이클 무어 감독, 미국
*그랑프리 심사위원 대상
‘올드 보이’, 박찬욱 감독, 한국
*감독상
토니 가틀리프 감독, ‘망명(Exils)’, 프랑스
*시나리오상
아네스 자우이/ 장 피에르 바크리, ‘그림처럼(Comme une image)’, 프랑스
*여우주연상
장만옥, ‘클린(Clean)’, 올리비에 아사이야스 감독, 프랑스
*남우주연상
유야 야기라,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히로카즈 고레에다 감독, 일본
*심사위원상(공동수상)
‘열대의 병(Tropical Malady)’
(아피차퐁 베라세타쿨 감독, 태국)과 코엔 형제 감
독의 ‘Ladykillers’의 주연 미국 여배우 어마 P.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