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장관(51)의 ‘튀는’ 행보가 화제다. 취임 8개월째. 그만하면 뉴스의 초점에서 벗어날 만도 하건만 진장관의 ‘파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스타 장관 모시기가 쉽습니까.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꾸라는데요, 허허.”
정통부 모 과장의 얘기다. 그만큼 변화에 대한 장관의 요구가 집요한 것. 정책의 무게중심 이동, 대대적 물갈이 인사, 평가와 경쟁의 활성화. 이런 큰 덩이 외에도 토론 형태, 보고 방법, 업무 프로세스, 교육 프로그램, 하다못해 직원 조회며 책상 정리 방식까지도 자신의 색깔대로 바꿔가고 있다.
삼성전자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진장관의 목적은 정통부에 민간기업의 개념과 마인드를 도입하는 것. 이는 곧 삼성식 경영·조직 문화를 이식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통부 모 국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삼성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비판하는 것이 진장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진장관의 시도는 정통부 내부는 물론 업계, 타 부처 등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 기업 출신 장관’으로서의 장점 및 효용, 한계에 대한 논란도 사그라질 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각료란 점도 주목거리다.
그러나 ‘위’의 총애와는 달리 진장관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삼성맨’ 특유의 엘리트주의, 실적최우선주의, 하드웨어 중심, 시장논리 강조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정통부 내부여론 또한 극과 극이다.
‘시장원리’ 업무에도 대폭 도입
2월 입각 이래 진장관은 줄곧 언론의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다. 처음에는 그 ‘이름값’과 입각을 위해 포기한 엄청난 기회비용(1년 연봉 52억원, 스톡옵션 수입 68억400만원)이 화제였다. 그러나 곧 국적문제와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이 일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9대 종합일간지 모두가 사설을 통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 정도였다. 이때 구원병으로 나선 것이 노대통령. 노대통령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물러날 이유가 없다”며 진장관을 강력히 옹호했다. 이때 확인된 진장관에 대한 노대통령의 신임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한 통신업체 CEO는 “처음엔 저렇게까지 수모를 당하면서 왜 장관직을 고집할까 궁금했다. 누군가는 ‘나 같으면 그 많은 재산 가지고 편히 살겠다’며 속뜻을 묻기도 했다더라. 이에 진장관은 ‘재산이 100억원을 넘어가면 딴생각을 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한다. 그만큼 장관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문이 가라앉자 진장관은 본격적으로 정통부에 ‘삼성을 심기’ 시작했다. 모든 보고서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토록 했고, 보안의식을 고취한다며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불시에 캐비닛을 열어 보관 중인 서류의 내용을 묻기도 했다. 또 “화장실이 깨끗해야 한다.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보스 기질’도 강한 편. 한 통신업체 간부는 “진장관 취임 1주일쯤 후 정통부에 갔다. 마침 장관 순시가 있었는데 직급과 상관 없이 반말 투의 말을 툭툭 던지더라. 내가 다 아슬아슬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효율, 보안의식, 충성심,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은 삼성 조직문화의 특징이다. 직원의 허를 찔러 군기를 잡는 것 역시 삼성맨다운 조직장악법이다.
업무 자체에도 기업식 마인드를 대폭 도입했다. 6시그마, 템플릿(조직과 개인의 업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직무 프로세스) 등을 교육하고 삼성전자 직원을 초빙, 삼성 업무 프로세스 개선 프로그램인 ‘SPLC(삼성 제품 수명주기)’를 강의토록 했다. “정통부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식의 수익성 강조, “시장원리가 최선”이라는 확고한 신념 또한 이전 장관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특징들이다.
이 같은 진장관의 행보와 독특한 캐릭터에 대해 정통부 내에서는 “새롭고 신선하다, 아이디어와 솔직성에 매료됐다”는 긍정적 반응과 “정통부의 역할 및 특성, 관료조직의 고전적 덕목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적 견해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정통부 주요 정책에 대한 진장관의 시각, 일처리 방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진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엘리트다. 또한 “시장에 입각하는 게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이라 말할 만큼 경쟁체제에 익숙하며 이를 신봉한다. 이는 삼성의 ‘일등주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에 따라 진장관은 부처 내 경쟁 분위기 조성은 물론 통신사업자, 벤처기업 등에도 “시장에서 실력으로 살아남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 만큼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1등 사업자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등 다국적기업의 진장관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반면 후발 통신사업자, 벤처기업 등의 시각은 매우 싸늘하다.
통신서비스 시장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는 것도 진장관의 약점으로 꼽힌다. 기존 정통부 업무의 70~80%는 통신산업과 관련한 사항. 그런데 진장관이 들어서면서 그 무게중심이 하드웨어 쪽으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다. 진장관이 “10년 후 먹을거리를 책임지겠다”며 내세운 9대 성장동력이 그 핵심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진장관 취임 후 이렇다 할 통신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IMT2000, 시장 구조조정, 유효 경쟁체제 구축 등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장관 스스로 ‘통신업계는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모호한 정책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9대 성장동력의 상당부분이 삼성전자가 오래 전부터 천착해온 분야라는 것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진장관이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삼으려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의 반발에 밀려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만 로봇 분야는 진장관 자신이 삼성전자 재직 중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안이다. 이런 업무 연관성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진장관에게 “소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삼성 재직 시절 진장관은 이건희 회장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정보통신 부문 ‘과외교사’이자 최측근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한 과장은 “유관 기업 CEO가 정통부 장관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책 방향은 물론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자기 색깔을 덧씌우는 데 지나치게 몰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도 좋지만 정책 입안자로서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항상성, 예측가능성, 가치중립성, 공복(公僕)의식”이라고 주장했다.
“3년은 일해야 결실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진장관 취임 후 중용된 인사들과 그렇지 못한 인사들 간의 갈등설이 솔솔 새어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변재일 정통부 차관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이야기 또한 널리 퍼진 상태. 정통부의 한 고위관료는 “장관, 차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통부 밖으로 이렇다 할 불평불만이 새 나오지 않는 건 그만큼 진장관의 조직장악력과 리더십이 탁월하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진장관에 대한 정보통신(IT)업계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8월31일 인터넷매체인 ‘inews24’는 IT 업계 CEO 94명을 대상으로 참여정부의 IT 정책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진대제 장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상자의 42.5%는 ‘그저 그렇다’, 16.0%는 ‘못하는 편이다’라고 답변했다. 정통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48.9%가 ‘그저 그렇다’, 23.4%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골프 내기에서조차 “지고는 못 산다”는 진장관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꿩 잡는 게 매다. 정통부가 꼭 통신 분야에만 목 매달란 법 있나. 정보화촉진기금 등 자금이 풍부한 만큼 산자부, 과기부 등 유관부처의 역량이 닿지 않는 핵심산업 분야에 적극 진출,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일에 앞장설 수도 있는 일이다. 노대통령이 진장관을 중용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통부의 모 과장 또한 “기업 출신이라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매우 만족한다. 민간 마인드 접목이야말로 권위적이고 비효율적인 관료조직을 개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모 기업 간부는 “위에서 장관을 평가하는 기준은 ①비전 제시 및 정책생산 능력 ②조직장악력 ③청와대, 국회, 언론, 타 부처 등과의 대외교섭력 등이다. 진장관의 경우 ①은 아직 검증이 덜 됐고 ②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③의 경우 청와대, 국무총리실과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으나 국회, 언론 등과 관계는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요즘 업계에는 진장관이 내년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진장관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재계 사정에 밝은 한 통신업계 인사는 “진장관이 정찬용 인사담당보좌관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통부 장관을 오래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업체 CEO도 “진장관은 ‘(장관 일을) 3년은 하고 싶다, 그래야 결실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요즘 자주 하고 다닌다”며 “정치권에 진장관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 장관 모시기가 쉽습니까.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꾸라는데요, 허허.”
정통부 모 과장의 얘기다. 그만큼 변화에 대한 장관의 요구가 집요한 것. 정책의 무게중심 이동, 대대적 물갈이 인사, 평가와 경쟁의 활성화. 이런 큰 덩이 외에도 토론 형태, 보고 방법, 업무 프로세스, 교육 프로그램, 하다못해 직원 조회며 책상 정리 방식까지도 자신의 색깔대로 바꿔가고 있다.
삼성전자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진장관의 목적은 정통부에 민간기업의 개념과 마인드를 도입하는 것. 이는 곧 삼성식 경영·조직 문화를 이식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통부 모 국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삼성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비판하는 것이 진장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진장관의 시도는 정통부 내부는 물론 업계, 타 부처 등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 기업 출신 장관’으로서의 장점 및 효용, 한계에 대한 논란도 사그라질 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각료란 점도 주목거리다.
그러나 ‘위’의 총애와는 달리 진장관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삼성맨’ 특유의 엘리트주의, 실적최우선주의, 하드웨어 중심, 시장논리 강조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정통부 내부여론 또한 극과 극이다.
‘시장원리’ 업무에도 대폭 도입
2월 입각 이래 진장관은 줄곧 언론의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다. 처음에는 그 ‘이름값’과 입각을 위해 포기한 엄청난 기회비용(1년 연봉 52억원, 스톡옵션 수입 68억400만원)이 화제였다. 그러나 곧 국적문제와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이 일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9대 종합일간지 모두가 사설을 통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 정도였다. 이때 구원병으로 나선 것이 노대통령. 노대통령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물러날 이유가 없다”며 진장관을 강력히 옹호했다. 이때 확인된 진장관에 대한 노대통령의 신임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한 통신업체 CEO는 “처음엔 저렇게까지 수모를 당하면서 왜 장관직을 고집할까 궁금했다. 누군가는 ‘나 같으면 그 많은 재산 가지고 편히 살겠다’며 속뜻을 묻기도 했다더라. 이에 진장관은 ‘재산이 100억원을 넘어가면 딴생각을 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한다. 그만큼 장관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문이 가라앉자 진장관은 본격적으로 정통부에 ‘삼성을 심기’ 시작했다. 모든 보고서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토록 했고, 보안의식을 고취한다며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불시에 캐비닛을 열어 보관 중인 서류의 내용을 묻기도 했다. 또 “화장실이 깨끗해야 한다.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보스 기질’도 강한 편. 한 통신업체 간부는 “진장관 취임 1주일쯤 후 정통부에 갔다. 마침 장관 순시가 있었는데 직급과 상관 없이 반말 투의 말을 툭툭 던지더라. 내가 다 아슬아슬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효율, 보안의식, 충성심,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은 삼성 조직문화의 특징이다. 직원의 허를 찔러 군기를 잡는 것 역시 삼성맨다운 조직장악법이다.
업무 자체에도 기업식 마인드를 대폭 도입했다. 6시그마, 템플릿(조직과 개인의 업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직무 프로세스) 등을 교육하고 삼성전자 직원을 초빙, 삼성 업무 프로세스 개선 프로그램인 ‘SPLC(삼성 제품 수명주기)’를 강의토록 했다. “정통부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식의 수익성 강조, “시장원리가 최선”이라는 확고한 신념 또한 이전 장관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특징들이다.
이 같은 진장관의 행보와 독특한 캐릭터에 대해 정통부 내에서는 “새롭고 신선하다, 아이디어와 솔직성에 매료됐다”는 긍정적 반응과 “정통부의 역할 및 특성, 관료조직의 고전적 덕목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적 견해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정통부 주요 정책에 대한 진장관의 시각, 일처리 방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진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엘리트다. 또한 “시장에 입각하는 게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이라 말할 만큼 경쟁체제에 익숙하며 이를 신봉한다. 이는 삼성의 ‘일등주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에 따라 진장관은 부처 내 경쟁 분위기 조성은 물론 통신사업자, 벤처기업 등에도 “시장에서 실력으로 살아남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 만큼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1등 사업자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등 다국적기업의 진장관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반면 후발 통신사업자, 벤처기업 등의 시각은 매우 싸늘하다.
통신서비스 시장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는 것도 진장관의 약점으로 꼽힌다. 기존 정통부 업무의 70~80%는 통신산업과 관련한 사항. 그런데 진장관이 들어서면서 그 무게중심이 하드웨어 쪽으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다. 진장관이 “10년 후 먹을거리를 책임지겠다”며 내세운 9대 성장동력이 그 핵심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진장관 취임 후 이렇다 할 통신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IMT2000, 시장 구조조정, 유효 경쟁체제 구축 등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장관 스스로 ‘통신업계는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모호한 정책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9대 성장동력의 상당부분이 삼성전자가 오래 전부터 천착해온 분야라는 것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진장관이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삼으려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의 반발에 밀려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만 로봇 분야는 진장관 자신이 삼성전자 재직 중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안이다. 이런 업무 연관성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진장관에게 “소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삼성 재직 시절 진장관은 이건희 회장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정보통신 부문 ‘과외교사’이자 최측근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한 과장은 “유관 기업 CEO가 정통부 장관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책 방향은 물론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자기 색깔을 덧씌우는 데 지나치게 몰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도 좋지만 정책 입안자로서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항상성, 예측가능성, 가치중립성, 공복(公僕)의식”이라고 주장했다.
“3년은 일해야 결실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진장관 취임 후 중용된 인사들과 그렇지 못한 인사들 간의 갈등설이 솔솔 새어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변재일 정통부 차관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이야기 또한 널리 퍼진 상태. 정통부의 한 고위관료는 “장관, 차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통부 밖으로 이렇다 할 불평불만이 새 나오지 않는 건 그만큼 진장관의 조직장악력과 리더십이 탁월하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진장관에 대한 정보통신(IT)업계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8월31일 인터넷매체인 ‘inews24’는 IT 업계 CEO 94명을 대상으로 참여정부의 IT 정책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진대제 장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상자의 42.5%는 ‘그저 그렇다’, 16.0%는 ‘못하는 편이다’라고 답변했다. 정통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48.9%가 ‘그저 그렇다’, 23.4%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골프 내기에서조차 “지고는 못 산다”는 진장관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꿩 잡는 게 매다. 정통부가 꼭 통신 분야에만 목 매달란 법 있나. 정보화촉진기금 등 자금이 풍부한 만큼 산자부, 과기부 등 유관부처의 역량이 닿지 않는 핵심산업 분야에 적극 진출,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일에 앞장설 수도 있는 일이다. 노대통령이 진장관을 중용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통부의 모 과장 또한 “기업 출신이라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매우 만족한다. 민간 마인드 접목이야말로 권위적이고 비효율적인 관료조직을 개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모 기업 간부는 “위에서 장관을 평가하는 기준은 ①비전 제시 및 정책생산 능력 ②조직장악력 ③청와대, 국회, 언론, 타 부처 등과의 대외교섭력 등이다. 진장관의 경우 ①은 아직 검증이 덜 됐고 ②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③의 경우 청와대, 국무총리실과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으나 국회, 언론 등과 관계는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요즘 업계에는 진장관이 내년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진장관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재계 사정에 밝은 한 통신업계 인사는 “진장관이 정찬용 인사담당보좌관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통부 장관을 오래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업체 CEO도 “진장관은 ‘(장관 일을) 3년은 하고 싶다, 그래야 결실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요즘 자주 하고 다닌다”며 “정치권에 진장관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