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7일 열린우리당은 1차 영입대상자 명단을 공개하고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를 열었다(왼쪽). 민주당도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해 외부인사 영입에 나섰다.
원래 하나였던 당이 둘로 나뉘면서 두 당 모두 지구당위원장이 없는 사고지구당이 수두룩하게 생겼는데 그 공백을 채우고, 나아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인재를 영입하는 일은 두 당 모두에게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열린우리당이 인재영입 전쟁에서는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10월27일 열린우리당 외부인사영입위원회는 50명의 1차 영입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김진호 전 합참의장 등 군 출신 인사를 비롯해, 김준곤 임종인 최재천 변호사, 한행수 삼성E&C 회장, 문용식 나우콤 사장 등 기업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호진 전 노사정위원장, 안병엽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전직 관료들,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이태일 동아대 총장 등 교육계 인사 등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초반전에선 우리당이 우위 선점
열린우리당 1차 영입대상자의 특징을 뽑아보면 호남 출신으로 요직을 거친 인물이 많다는 것. 광주 출신인 이근우 전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고창 출신 임종인 변호사, 해남 출신 최재천 변호사, 광주 출신 문용식 사장, 순창 출신 이창훈 비벤티워터코리아 사장, 고흥 출신 신중식 전 국정홍보처장, 순천 출신 임인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정읍 출신 신윤표 한남대 총장, 장흥 출신 김민환 고려대 언론대학원장, 나주 출신 이오경숙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광주 출신 김하경 나주종합병원장, 전주 출신 김완배 전주시장 등 50명 영입대상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호남 출신이다.
호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1차 영입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는 열린우리당측의 의식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호남 출신 인사들의 자발적 선택도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성동구에서 출마할 예정인 최재천 변호사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양쪽 모두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희망을 보고 선택했는데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대의 면에서도 열린우리당이 내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호남 출신 전직 장관들의 경우 이미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이라고 전제, “과거 같지는 않아도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 아니냐. 집권여당 의원에게 상대적으로 기회의 문이 넓을 것으로 보고 열린우리당을 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한 인사는 “10월30일 지방자치단체 재보궐선거 결과, 광주 두 곳 기초의원 모두 민주당이 민 후보가 떨어지고 열린우리당이 민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창당도 못한 상황에서 중앙당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못했는데 두 곳에서 모두 이긴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며 “정서적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투표할 때는 당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투표하는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정서가 드러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열린우리당의 1차 영입대상자가 발표된 현재까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의 인재영입 싸움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민주당도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를 가동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탈당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책 선정작업을 벌이는 등 당 조직 복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물급 외부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1월11일 창당을 앞두고 2차 외부인사 영입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드러나면 두 당의 외부인사 영입전쟁의 승패는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재영입 전쟁에서 민주당이 이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민주당의 주축이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교동계의 정치력으로 볼 때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여전히 위세를 떨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민주당 조강특위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외부인사에 맞설 카드로 이미 득표력이 검증된 민주당 출신 전·현직 기초단체장을 대거 영입해 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 출마용으로 영입하려는 전·현직 기초단체장들은 특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한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호남 이외에는 솔직히 민주당 당적으로 총선에 나서려는 인물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수도권에서라도 여러 차례 지방선거를 치러 실전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을 내세울 경우, 적지 않은 지역에서 승산이 있다는 게 자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영입 후보자들 수도권에 집중
현재 민주당 내에서 민주당 당적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검토중인 전·현직 기초단체장으로는 김동일 중구청장, 고재득 성동구청장, 정홍진 전 종로구청장과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 정진택 전 중랑구청장, 장정식 전 강북구청장, 진영호 전 성북구청장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 등이 있다.
민주당 조강특위 한 관계자는 “12년간 지방자치를 하면서 여러 차례 치러진 선거를 통해 구청장들은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춘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열린우리당으로 떠난 의원들을 대신해 내년 총선에 출전한다면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들 전·현직 구청장들이 지역의 공천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기껏 외부에서 영입했는데 지역 공천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헛일 아닌가. 그런 점에서도 지역에 뿌리를 둔 기초단체장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경계선만 벗어나면 그나마 인물이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특히 충청도에서는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열린민주당에 밀려 심각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강원도와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경우 민주당 현역 의원들마저 신당으로 몸을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여서 새 인물 영입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외부인사 영입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에 맞서 토박이 후보로 빈틈을 노리는 민주당. 두 당의 치열한 물밑 인재영입 전쟁은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이번 겨울을 뜨겁게 달굴 또 다른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