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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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사돈, 농협투신 감사 발탁 ‘특혜 시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10-29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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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 사돈, 농협투신 감사 발탁  ‘특혜 시비’

    2002년 1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장남 건호씨의 결혼식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맨 오른쪽이 배병열씨).

    ‘정실인사’인가, 아니면 ‘특혜인사’ 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배병열씨가 농협중앙회(회장 정대근) 자회사의 고위직에 취임한 것을 놓고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노대통령의 사돈이자 아들 건호씨의 장인인 배씨는 지난 8월,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투신(CA투신·대표 조우봉)의 상임감사로 취임했다. CA투신은 협동조합 형태의 은행인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을 모델로, 지난 1월 만든 회사.

    배씨는 회사설립일인 1월28일 비상임감사로 취임, 활동해오다 8월 상임감사로 발탁됐다. CA투신 이웅희 경영지원본부장은 10월24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1월28일 배씨가 비상임감사에 취임, 8월1일부터 상임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 있는 한림농협의 전무로 활동한 전력이 발탁 배경으로 알려졌다. 이본부장은 배씨의 상임감사 취임에 대해 “주주들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배씨의 취임을 지켜본 농협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의 ‘사돈’이란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며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배씨가 근무했던 한림농협은 농협중앙회와 관계없는 독립법인으로, 지역단위 농협의 전무는 농협중앙회의 과장급(4급)”이라며 배씨의 상임감사 발탁이 격에 맞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농협 내부에서는 ‘특혜인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본부장은 기자가 배씨의 연봉 및 판공비, 차량 제공 여부 등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알려줄 의무가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다른 농협 한 관계자는 “현직을 오랫동안 떠났던 배씨가 상임감사 역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김해에 살고 있는 배씨의 지인 K씨에 따르면 배씨는 3~4년 전 농협을 퇴직한 후 최근까지 쉬고 있었다. 농협 관계자는 “이 문제로 농협 내부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청와대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개혁정부가 ‘로열 패밀리’에 대한 관리를 잘못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9월 말, 몇몇 지인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던 정대근 회장측은 이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고 “CA투신측에 확인하라”고만 말했다. 몇 차례 당사자인 배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노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오랫동안 농협에 근무했던 사람으로, 농협에서 먼저 (취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비서관은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노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파병, 재신임, 대선자금 공개 문제 등으로 발목이 잡힌 노대통령에게 사돈의 인사특혜 시비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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