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원작은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출간된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만 해도 원작에 충실한 영화가 두 편, 현대판 번안물이 두 편, 오페라가 한 편, 미니시리즈가 한 편 나와 있다. IMDB(영상물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는 자질구레한 TV물들을 대부분 무시해도 그렇다. 원작의 음모와 섹스로 가득 찬 냉정한 멜로드라마가 점잔 빼던 당시의 독자들보다 현대 관객들에게 더 와 닿기 때문인 모양이다.
‘스캔들’의 시대배경은 1790년대 중반의 조선. 원작소설의 시대배경으로부터 겨우 몇 십년 뒤다. 이중생활을 하는 세도가의 정실부인인 조씨 부인과 내기를 건 바람둥이 사촌동생 조원이 열녀문까지 받은 정절녀 숙부인 정씨를 유혹한다는 줄거리를 상세히 읊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스캔들’은 프랑스 귀족 세계의 이야기를 조선시대 사대부 세계로 옮긴 것치고는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영화다.
빈말로도 완벽하게 고증을 따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는 결투와 방탕한 연애담이 얽혀 있는 18세기 중엽 프랑스의 풍속을 엄격한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의 풍속과 엮는 재주를 피운다. 더 재미있는 건 영화가 그 엇갈리는 풍속과 이야기 속에서 지금까지 할 만도 했는데 하지 못한, 그 시대를 무대로 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는 것. 드 라클로와 신윤복의 대화라고나 할까.
현대어와 고어의 틈바구니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하기는 해도 ‘스캔들’은 유려하다. 특히 지금까지 산문적이고 밋밋하게만 다루어졌던 조선 후기의 풍속을 화사한 파스텔조의 색상과 대담한 스타일로 재창조한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18세기 바로크 음악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이병우의 엉뚱하다면 엉뚱한 음악도 예상외로 영화와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18세기 조선의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채도 높은 멀티미디어 세트 같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싸하게 번안했다고 해도 ‘스캔들’은 여전히 ‘위험한 관계’에 종속되어 있고 결국 모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스캔들’의 진짜 재미는 복잡한 음모의 그물 속에서 벌어지는 멜로드라마를 그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유명한 원작소설이 대담하게 무대를 옮기면서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비교, 감상하는 데 있는 듯하다.
‘스캔들’의 시대배경은 1790년대 중반의 조선. 원작소설의 시대배경으로부터 겨우 몇 십년 뒤다. 이중생활을 하는 세도가의 정실부인인 조씨 부인과 내기를 건 바람둥이 사촌동생 조원이 열녀문까지 받은 정절녀 숙부인 정씨를 유혹한다는 줄거리를 상세히 읊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스캔들’은 프랑스 귀족 세계의 이야기를 조선시대 사대부 세계로 옮긴 것치고는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영화다.
빈말로도 완벽하게 고증을 따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는 결투와 방탕한 연애담이 얽혀 있는 18세기 중엽 프랑스의 풍속을 엄격한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의 풍속과 엮는 재주를 피운다. 더 재미있는 건 영화가 그 엇갈리는 풍속과 이야기 속에서 지금까지 할 만도 했는데 하지 못한, 그 시대를 무대로 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는 것. 드 라클로와 신윤복의 대화라고나 할까.
현대어와 고어의 틈바구니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하기는 해도 ‘스캔들’은 유려하다. 특히 지금까지 산문적이고 밋밋하게만 다루어졌던 조선 후기의 풍속을 화사한 파스텔조의 색상과 대담한 스타일로 재창조한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18세기 바로크 음악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이병우의 엉뚱하다면 엉뚱한 음악도 예상외로 영화와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18세기 조선의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채도 높은 멀티미디어 세트 같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싸하게 번안했다고 해도 ‘스캔들’은 여전히 ‘위험한 관계’에 종속되어 있고 결국 모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스캔들’의 진짜 재미는 복잡한 음모의 그물 속에서 벌어지는 멜로드라마를 그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유명한 원작소설이 대담하게 무대를 옮기면서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비교, 감상하는 데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