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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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호 사모곡 그린마저 감동

  • 이조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3-07-31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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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게 있어 꿈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꿈은 설렘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설렘은 무엇일까? 설렘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말했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2시에 온다면 12시부터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설렘이다. 그 설렘과 설렘에서 오는 꿈은 가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말이다. 꺼져가는 생명이 마지막 잎새에 거는 삶의 처절한 꿈, 그 꿈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지 않던가. 그렇다. 인간에게는 이렇듯 기적과 감동이 꿈틀거린다.

    얼마 전 끝난 브리티시 오픈에서 선전한 허석호 선수와 그의 어머니는 서로의 생명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기적이라 할 만큼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허선수의 매니저이기도 한 필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지주와 같다’고 말하고 싶다.

    허선수의 어머니는 5년 전 유방암 선고를 받고 회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그러나 아주 작은 곳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허선수가 2000년 국내 메이저 타이틀인 매경 오픈에서 선두권을 위협하며 3위의 성적을 거두자 어머니의 병이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국내 경기에서 줄곧 상위에 입상하던 허선수가 일간스포츠 포카리스웨트 오픈서 드디어 우승을 하자 그의 어머니는 등에 짐까지 지고 아들을 따라 거침없이 필드를 누볐다. 과연 이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어머니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았고 맑은 미소에서는 살아야 할 이유가 보이는 듯했다.



    이후 허선수가 일본에서 3승을 거두고 지난해 주켄산 오픈과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자 어머니의 병은 깨끗이 나았다. 기적이다. 가끔 골프는 이처럼 다시 없는 감동을 만들어낸다.

    허선수가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허선수가 좋은 결과를 거둘 때마다 마치 새로운 생명이 새록새록 솟아나 병이 낫는 듯하다.

    진명출판사 안광용 사장 역시 골프를 처음 배워 맛을 들이기 시작한 20대의 어느 날 간경화라는 사형선고 아닌 사형선고를 받았다. 요양소를 찾아가 휴양을 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이렇게 죽는가 보다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러나 안사장은 ‘기왕 죽을 거, 해보고 싶은 것이나 실컷 하자’는 생각으로 골프채를 들고 골프장을 다녔다. 1년간 죽기 살기로 골프를 쳤다. 그러자 나빠져야 할 몸 상태가 오히려 더욱 좋아졌다. 의사들조차 놀라더란다. 모든 병에서 해방됐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아싸 노래방’ 회장은 몹쓸 천식 때문에 정말 힘들게 세상을 살았다. 그러나 지인 김선흠씨의 추천으로 골프를 시작한 후 그 지긋지긋한 천식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처럼 골프는 종종 사람들에게 ‘마지막 잎새’와 같다.

    클럽을 쥐고 있는 한 골퍼에겐 꿈이 있다. 그 꿈을 만나기 위해 그는 기다릴 것이다. 그 안에는 기적이 있고 감동의 눈물도 있다. 그러기에 골프는 인생과 닮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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