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으로 병원에 입원한 스물다섯 살의 오히라씨는 혈압이 크게 떨어져 위험한 상태였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닷새 동안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첫날에는 사위가 깜깜한데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말랐던 터라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물을 떠 마셨다. 강을 건너고 싶어 어딘가 다리가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다 눈을 떴다. 이틀째에도 강이 나타났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바닥의 돌들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이었다. 이번에는 강을 헤엄쳐 건너 건너편 강기슭까지 갔다. 그곳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조부모로부터 “넌 아직 오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사흘째에는 강가에 풀이 무성하고 꽃이 피어 있다. 이번에는 헤엄치지 않고 물 위를 걷듯 자연스럽게 강을 건넜다. 다음에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머리부터 서서히 빠져나가 3m 정도 높이에 떠올라 병실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사람들이 ‘아, 호흡이 멈췄구나,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할 때 그는 ‘난 괜찮아요’ 하면서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말을 건넸지만 알아채는 이가 없다. 당시 그는 실 비슷한 것으로 이탈한 육체와 연결돼 있었다. 암흑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실을 끊으려 할 때 그것을 저지하며 도망쳤더니 밝은 빛이 보이고 꽃밭이 나타났다. 나흘째, 닷새째에 이르러 또 새로운 체험을 했다. 언덕 위 꽃밭과 그리스 신전 같은 석조건물, 그 안에는 침대가 아주 많고 그 위에서 아기들이 자고 있다. 아기를 돌보던 여자들 중 한 명이 “당신은 여기서 나간 사람이니까 여기로 돌아오면 안 돼요”라고 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현세였다.
이것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거의 죽음에 이르렀던 사람이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후 이야기하는 죽음의 이미지 체험, 즉 임사체험(臨死體驗)담이다. 오히라씨의 임사체험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상당히 구체적인 편이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정신의학계의 거장 칼 융은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었을 때 새파란 지구를 보았다고 했다. 그가 묘사한 지구의 모습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과 일치했다. 하지만 융이 임사체험을 한 것은 1944년, 아폴로 우주선이 찍은 지구 사진이란 게 존재하지도 않을 때였다.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는 푸르다’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융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임사체험’은 ‘죽음의 순간 인간은 무엇을 보는가’를 추적한 과학 다큐멘터리다. 다치바나씨는 1991년 일본 NHK의 동명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면서 임사체험에 관심을 갖게 돼 죽음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후에도 2년 반 동안 추가로 자료를 수집해 이 책을 썼다.
흔히 죽음의 순간 불가사의한 체험을 한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삼도천(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건너게 된다는 내)을 보았다, 꽃밭을 걸었다, 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갔다, 죽은 사람을 만났다는 등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임사체험자들의 다양한 증언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의 임사체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뇌과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임사체험 연구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현실체험설(임사체험 자체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입장)과 뇌내 현상설(임사체험의 이미지는 뇌의 측두엽에서 일어난 환각작용의 일종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다치바나씨는 뇌내 현상설 쪽에 더 무게를 둔다. 어쨌든 다치바나의 ‘임사체험’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되던 ‘죽음의 체험’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대중적인 과학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저자의 마지막 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임사체험을 취재할 때부터 나는 어느 쪽이 사실인지 빨리 알고 싶었다. 나 또한 죽음에 대해 상당히 큰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험자들 대부분 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사이에 나도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임사체험(전 2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각 권 440쪽 안팎/ 각 권1만5000원
첫날에는 사위가 깜깜한데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말랐던 터라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물을 떠 마셨다. 강을 건너고 싶어 어딘가 다리가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다 눈을 떴다. 이틀째에도 강이 나타났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바닥의 돌들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이었다. 이번에는 강을 헤엄쳐 건너 건너편 강기슭까지 갔다. 그곳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조부모로부터 “넌 아직 오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사흘째에는 강가에 풀이 무성하고 꽃이 피어 있다. 이번에는 헤엄치지 않고 물 위를 걷듯 자연스럽게 강을 건넜다. 다음에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머리부터 서서히 빠져나가 3m 정도 높이에 떠올라 병실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사람들이 ‘아, 호흡이 멈췄구나,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할 때 그는 ‘난 괜찮아요’ 하면서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말을 건넸지만 알아채는 이가 없다. 당시 그는 실 비슷한 것으로 이탈한 육체와 연결돼 있었다. 암흑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실을 끊으려 할 때 그것을 저지하며 도망쳤더니 밝은 빛이 보이고 꽃밭이 나타났다. 나흘째, 닷새째에 이르러 또 새로운 체험을 했다. 언덕 위 꽃밭과 그리스 신전 같은 석조건물, 그 안에는 침대가 아주 많고 그 위에서 아기들이 자고 있다. 아기를 돌보던 여자들 중 한 명이 “당신은 여기서 나간 사람이니까 여기로 돌아오면 안 돼요”라고 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현세였다.
이것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거의 죽음에 이르렀던 사람이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후 이야기하는 죽음의 이미지 체험, 즉 임사체험(臨死體驗)담이다. 오히라씨의 임사체험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상당히 구체적인 편이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정신의학계의 거장 칼 융은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었을 때 새파란 지구를 보았다고 했다. 그가 묘사한 지구의 모습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과 일치했다. 하지만 융이 임사체험을 한 것은 1944년, 아폴로 우주선이 찍은 지구 사진이란 게 존재하지도 않을 때였다.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는 푸르다’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융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임사체험’은 ‘죽음의 순간 인간은 무엇을 보는가’를 추적한 과학 다큐멘터리다. 다치바나씨는 1991년 일본 NHK의 동명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면서 임사체험에 관심을 갖게 돼 죽음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후에도 2년 반 동안 추가로 자료를 수집해 이 책을 썼다.
흔히 죽음의 순간 불가사의한 체험을 한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삼도천(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건너게 된다는 내)을 보았다, 꽃밭을 걸었다, 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갔다, 죽은 사람을 만났다는 등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임사체험자들의 다양한 증언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의 임사체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뇌과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임사체험 연구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현실체험설(임사체험 자체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입장)과 뇌내 현상설(임사체험의 이미지는 뇌의 측두엽에서 일어난 환각작용의 일종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다치바나씨는 뇌내 현상설 쪽에 더 무게를 둔다. 어쨌든 다치바나의 ‘임사체험’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되던 ‘죽음의 체험’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대중적인 과학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저자의 마지막 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임사체험을 취재할 때부터 나는 어느 쪽이 사실인지 빨리 알고 싶었다. 나 또한 죽음에 대해 상당히 큰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험자들 대부분 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사이에 나도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임사체험(전 2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각 권 440쪽 안팎/ 각 권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