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를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려놓으며 대종상 파문에 휩싸이게 한 영화 ‘오! 해피데이’의 한 장면.
시상식 당일의 문제점, 예를 들면 당초 사회자로 정해졌던 영화배우 김정은이 불참했다든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의상상을 받은 사람이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코디네이터로 밝혀진 것은 ‘실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밀실 거래’ 논란을 일으키며 ‘폐지론’까지 불러온 대종상 영화제 주최측이 올해는 일반인을 예선 심사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심사 ‘개혁’을 약속했으나 오히려 이 방식이 ‘일반인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영화제’임을 고백한 꼴이 되고 말았다.
대종상 영화제 주최측은 올해 처음으로 예심에서 전문심사위원단과, 추첨을 통해 선발된 일반 영화팬 100인으로 일반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미국의 아카데미영화제를 모델로 한 것이다.
후보작들에 대한 일반심사위원단과 전문심사위원단의 평가를 5대 5의 비율로 반영해 본심에 오를 후보를 뽑겠다는 것이 대종상 영화제 주최측의 발표였다. 그러나 본심에 오른 후보작들이 일반심사위원단의 평가와 너무 다르다는 의견이 빗발치자 대종상 사무국측은 5대 5의 비중을 4(일반심사위원단)대 6(전문심사위원단)으로 바꿨다고 인정했다.
김갑의 대종상 사무국장은 “하루에 3~4편 정도를 보게 한 일정이 무리였는지, 일반심사위원들 중 심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또한 특정 여배우에 대해 반감을 보이는 등 연기를 보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 속는 경향이 커서 반영 비율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상자 명단 사전 유출설도 나돌아
이 파문의 중심은 장나라였다. ‘오! 해피데이’로 데뷔한 장나라가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비해, 일반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질투는 나의 힘’의 배종옥, ‘클래식’의 손예진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실제로 예심에 참여했던 한 전문심사위원조차 “장나라가 후보에 오른 것보다는 다른 여배우들이 왜 떨어졌는지가 문제일 것이다. 결과를 보고 우리도 의아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오! 해피데이’와 ‘대한민국 헌법1조’ 두 편의 영화에 대해서 전문심사위원들의 의견에 더 높은 비중을 두었다”고 말했다. 주최측의 해명처럼 젊은 여성들이 많았던 일반심사위원들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한쪽으로 치우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일반심사위원단의 의견을 전문심사위원단의 의견과 동등하게 반영하기로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은 지켰어야 했다.
심사를 진행하던 도중에 임의로 두 편의 영화에 대해 전문심사위원의 가중치를 높였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심사위원들조차 어떤 점수 계산법으로 심사 결과에 반영됐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받은 문서에도 ‘10인 이내 전문위원과 100인 이상의 일반위원의 심사로 후보작을 결정한다’는 허술한 문구밖에 없다.
더구나 대종상 수상 결과는 일부 기술분야를 제외하고 현장 발표가 원칙인데,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씨가 시상식 14시간 전에 인터넷에 장나라 논란에 섭섭함을 표하며 ‘대종상 수상자에 장나라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란 글을 올려, 파문은 더욱 커졌다.
대종상 심사에 참여한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시상식에 지원금을 대폭 줄이자 대종상 영화제 주최측(옛 충무로 중심의 영화인들이 주축인 영화인협회)이 거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보란 듯이 대종상을 개혁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행사의 외형을 키우는 데만 매달렸을 뿐 한국 영화 관람객들을 불러놓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상의 권위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한 네티즌은 시상식이 끝나고 대종상 홈페이지에 ‘수상하는 배우들조차 전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고 감상을 올렸다. 대종상은 어째서 올해도 그처럼 표정 연기를 못하는 배우에게 트로피를 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