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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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자동차’ 오해와 진실

SF영화 속 ‘컨셉트 카’ 난제 수두룩 … 디지털 옷 입어도 인간 위한 운송수단은 불변

  • 김용섭/ 디지털 칼럼니스트 www.webmedia.pe.kr

    입력2003-05-29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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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나는 자동차’ 오해와 진실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미래형 자동차.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저마다 ‘첨단’ ‘미래형’ ‘디지털’ 등의 수식어를 붙인 컨셉트 카를 선보인다. 물론 ‘우리의 기대가 너무 큰 탓에’ 모터쇼에서 직접 그런 차를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면 디지털시대의 자동차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꼭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미래의 자동차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그동안 SF(공상과학) 영화를 통해서 봐온 미래형 자동차의 이미지들도 이러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한다.

    디지털과 첨단기술에 중점을 두어 생각하다 보면 자동차 지붕이 열리고, 우주선처럼 매끈한 느낌을 주는 외관에, 자동운전장치와 첨단항법장치를 갖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상하게 된다. 이는 모두 SF영화 때문이다. 실제로 SF영화들 중엔 자동차를 지나치게 디지털화해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기계의 힘을 빌려 자동화하거나 기능적인 측면보다 외관상 멋있고 화려한 것에 포인트를 두어 자동차를 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려한 겉모습 신기술이 전부?

    스필버그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선보였던 미래형 자동차는 도요타의 ‘렉서스CAR54’라는 컨셉트 카다. 같은 감독의 영화인 ‘A.I’에서도 비슷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디자인 면에서 이전 SF영화의 자동차보다 훨씬 세련돼 보이지만 기본 컨셉트는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에서 선보인 ‘스피너’라는 미래형 자동차와 별반 차이가 없다. 유선형의 낮은 차체에 좌석은 앞쪽으로 바짝 당겨져 있고, 운전자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도 자동 조종장치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최단 코스로 이동시켜주며, 길이 막힐 때는 공중으로 떠올라 마치 소형 비행기처럼 도시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디지털시대의 첨단자동차는 얼마나 친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높은 에너지 효율과 지능화한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주된 관심사지, 우리가 SF영화에서 보듯 화려하고 요란한 첨단기계들의 집합체로서의 자동차는 아니다. 자칫 화려한 겉모습이나 첨단기능, 신기술만을 추구하다 보면 정작 인간을 위한 배려가 줄어들 수 있다. 미래형 자동차의 키워드 역시 ‘인간을 위한 운송수단’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디지털시대의 첨단자동차들은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통해 고효율 DI(직접분사식) 엔진 개발, 경량화, 연료전지 기술 개발, 1~2ℓ로 100km 정도를 달릴 수 있는 극초저공해 중소형 자동차 및 핵심기술 개발, 고효율 고출력 엔진 개발 등을 구현하고자 한다. 아울러 친환경 기술을 통해 촉매나 리사이클 및 대체연료 등 저공해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g/km 수준으로 유지하며,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용 극초저공해 촉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또한 핵심 연구대상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오해와 진실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모터쇼에 출품한 각종 컨셉트카.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이 운전하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디지털시대 자동차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위에 열거한 차세대 에너지원 기술이 개발된 이후에나 구현될 조금은 먼 미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야 구현할 수 있더라도 대중화를 위해서는 에너지라는 벽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형 자동차 프로젝트는 1994년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e카 개발을 시작한 뒤 97년 일본이 저연비 고효율 자동차와 지능형 도로교통시스템(ITS) 프로젝트인 ACE를 착수하고, 98년부터는 유럽연합(EU)의 자동차업계가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EU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2003년 말까지 미래형 자동차인 e카 개발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 실제로 완성된 차에 적용해 상용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환경친화·에너지 효율 우선시

    한국은 다소 늦은 2002년부터 ‘미래형 자동차 개발사업’에 나섰다. 한국의 미래형 자동차 첨단기술 개발계획은 2008년까지 지능형 충돌 경보시스템, 졸음운전 감시, 차선 이탈 방지시스템 등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2012년까지 연료전지를 이용한 무공해 자동차 개발을 완료, 2015년에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을 완료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자동차가 아무리 디지털이란 첨단의 이미지로 옷을 갈아입어도 ‘인간을 위한 운송수단’이라는 그 본연의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미래형 자동차를 기술과 기능 중심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안전성과 편리성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친화성을 갖춘 지극히 인간 지향적인 도구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SF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

    디지털시대의 첨단자동차라고 하면 누구나 텔레매틱스(telecommunication과 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 안에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오토 PC를 이용하는 시스템)나 자동항법장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실제로는 환경친화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더 우선한다. 텔레매틱스나 자동항법장치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은 요소인 반면, 환경과 에너지의 문제는 자칫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의 첨단 자동차문화는 에너지 효율과 환경 부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아울러 운전자의 운전습관, 운전문화에서도 에너지 효율과 환경에 대한 좀더 철저하고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요구된다. 운전자의 마인드나 운전문화 또한 자동차의 발전에 발맞추어 인간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돼야 한다. 사람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없는 자동차문화는 첨단자동차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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