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정부가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대증권이 현대투신증권(이하 현투증권)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는 대주주라는 점 때문.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현재 현투증권의 지분 18.4%를 보유하고 있다. 올 3월 말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가 미국 종합금융사 푸르덴셜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금감위는 현투증권에 대해 감자(減資) 후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푸르덴셜에 지분 80%를 매각한다는 방침. 금융계에서는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2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문제는 현투증권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 방안. 정부가 현대증권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현대증권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대주주측에 공개매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 이에 따라 금감위에서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현대증권 증자에 참여한 후 예보의 지분을 제삼자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현대증권이 정관을 개정해야 하고 예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금감위 주변에서는 “정부가 5월30일 주총에서 현대증권측에 정관을 개정해줄 것을 요구하긴 했으나 현대측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에 대한 MH의 강한 집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현대증권 정관 개정 문제는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해본 것일 뿐 확정된 정부방침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 사장으로 영입된 김지완 전 부국증권 사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증권측은 ‘영업력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정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매각 작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MH의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