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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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도 못한 ‘경호실 인사개혁’ 盧가 했다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3-05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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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도 못한 ‘경호실 인사개혁’ 盧가 했다

    경찰청장 재직시의 김세옥 청와대 경호실장(오른쪽).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파견 근무 후 경찰청에 복귀한 조용연 경무관은 3월3일 차관급 인사 보도를 접한 뒤 깜짝 놀랐다. 청와대 경호실장에 경찰 출신인 김세옥 전 경찰청장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조경무관은 기자에게 “경호실장 임명은 대통령의 인사권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인수위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었고, 경찰청이 인수위에 올린 보고서에도 경호실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발탁은 노대통령 쪽에서 사전 기획한 인사프로그램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사 직전까지 안주섭 전 경호실장의 유임설이 보도될 정도로 김세옥 경호실장의 임명은 전격적이었다.

    신임 경호실장 임명에 대해 경찰은 ‘쾌재’, 군은 ‘당혹’으로 양측 반응이 갈리고 있다. 61년 5·16군사 쿠데타 이후 경호실장은 ‘육군 엘리트’가 독점해왔으며 경찰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승만 정부 시절이 유일했다. 다만 김영삼 정부 초기 박상범 경호실장의 경우 경호실 자체 승진 케이스여서 당시 군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경찰의 다른 고위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전 경찰 출신을 경호실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했다가 군부 반발 등을 염려해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은 “청와대 경호실을 탈(脫)권위주의로 개혁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경호의 경우 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실, 2선 경호는 경찰 조직인 22특별경호대와 101경비단, 3선 경호는 수도방위사령부 등 군부대가 맡는다. 군부대 방문을 제외한 통상적 대통령 지방순시 때도 경호에는 해당 지역 경찰이 동원된다. 경호실 업무는 이처럼 경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 출신이 경호실장에 임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경찰측 설명이다. 김실장 체제 이후 경호실이 경찰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예상도 경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김세옥 실장은 경찰 재임시 ‘경호(치안본부 경비부장 역임)’ ‘경비(경찰청 경비국장 역임)’ 전문이었다. 김실장은 98년 12월 조계종 유혈사태 때 현장을 지휘하며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 LP가스통 등 각종 흉기로 무장한 조계사 점거대를 별다른 사고 없이 해산시킨 바 있다. 이번 인선과 관련, 경찰 쪽에선 김실장의 ‘명예회복’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 관심을 끌고 있다. 김대중 정부 초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김실장이 8개월 만에 전격 해임된 것과 관련, 당시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밀려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실장의 동생인 김옥전 경무관은 2002년 11월부터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해왔으나 이번에 경찰청으로 돌아갔다. 형과 동생이 ‘임무교대’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일부 군 관계자들은 “군사적 대치 국가라는 특수 현실에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경호를 군이 책임진다는 것은 군인들에겐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왔다. 경찰 출신이 대통령 경호실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 군의 위상이나 사기 문제와 관련, 당황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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