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3일 오후 쿠웨이트 메리어트호텔 로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23∼24일)에 참석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 공노명 위원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장주호 부위원장 간에 고성이 오갔다. 유치위측은 “동계올림픽대회 유치에 방해가 된다. 서울에 보고하겠다”면서 장부위원장을 몰아세웠고, 장부위원장도 “(서울에) 전화하시라”고 신경질적으로 되받았다.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OCA 부회장(동아시아 지역)에 사실상 내정된 것을 현지에서 확인한 윤강로(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의 최측근) 유치위 공동 사무총장 등 유치위측 인사들이 이회장의 OCA 부회장 선거 출마에 반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선거 출마를 위해 24일 오전 쿠웨이트에 도착한 이회장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고, OCA측이 합의사항을 뒤집은 한국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등 이번 사건으로 한국은 아시아 스포츠계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또 ‘주간동아’가 입수한 KOC의 OCA 총회 참가보고서와 OCA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치위 일부 인사들이 OCA 임원들을 상대로 ‘이회장 낙선운동’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단독출마 합의사항 뒤집어
KOC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치위 관계자들이 티모시 포크 부회장을 만나 OCA 부회장 선거(이회장이 단독 출마할 예정이던 동아시아 지역 부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포크 부회장이 정식으로 출마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답하자 ‘이연택 회장도 서면으로는 아직 출마한 상태가 아니므로 당신도 출마 의사를 표명하면 된다’며 낙선운동을 벌였다. 유치위측 인사가 (외국 임원들에게) ‘우리가 한국정부의 훈령을 받았으므로 이회장은 절대 OCA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며 ‘KOC 위원장도 2개월 내에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OCA의 한 관계자는 “이회장이 단일 후보로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한국정부의 훈령으로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총회장이 술렁거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측 인사들이 ‘이연택 회장이 선거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OCA 임원들을 설득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였다”면서 “2개월 후면 KOC 위원장이 바뀐다는 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임원들은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면서 혀를 찼다고 한다.
이에 대해 “KOC 위원장이 두 달 안에 바뀔 것”이라고 OCA 임원들에게 말하고 다닌 당사자로 지목된 윤사무총장은 “누군가 모함을 하고 있다”면서 “이회장이 출마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지만, 낙선운동에 나선 적은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유치위측은 이회장이 OCA 부회장에 당선되면 이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준 포크 현 부회장(홍콩 IOC 위원) 등 중국계 IOC 위원들이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평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회장이 부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OCA측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또 OCA는 이미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힌 바 있어 유치위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OCA는 이회장의 당선을 위해 포크 IOC 위원에겐 규정위원장 자리를 주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규정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중국 NOC 사무총장에게 출마 포기를 요청하는 등 교통정리까지 끝낸 상태였다. KOC의 한 관계자는 “포크 부회장도 이회장의 출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OCA 총회 문건에도 이회장이 동아시아 부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출마하고, 포크 부회장은 규정위원장 선거에 나서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번 해프닝이 OCA의 결정에 도전하는 결과가 됨으로써 향후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OCA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OCA 관계자는 “OCA 임원들이 심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한국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총회가 끝난 후 OCA 실권자인 후세인 사무차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이회장에게 유치위의 의도적인 방해 활동을 설명하면서 “이런 일이 지속될 경우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체육계 인사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잘나가는’ 것에 대해 체육계의 두 단체가 의견 충돌을 빚은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체육계 일각에선 윤사무총장과 김운용 전 회장의 관계를 지적한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측근인사가 관련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의 대한체육회장 복귀설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김 전 회장은 1월 우여곡절 끝에 국기원장에 복귀하면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과 관련, “유치위 활동이 효과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전면에 나서 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두 단체가 서로 다른 정보를 입수하면서 생긴 단순한 ‘해프닝’이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사무총장은 “포크 IOC 위원이 ‘이회장이 부회장직에 도전했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포크 부회장의 출마를 부추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유치위가 입후보자 명단을 입수한 것도 유치위측에서 김 전 회장의 출마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포크 위원이 증거를 제시한다면서 호텔 객실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OCA측에서 KOC에 설명한 것과는 달리 포크 부회장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결국 KOC와 유치위가 OCA의 ‘장난’에 휘둘린 셈이 된다.
한편 공노명 유치위원장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OCA 부회장(동아시아 지역)에 사실상 내정된 것을 현지에서 확인한 윤강로(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의 최측근) 유치위 공동 사무총장 등 유치위측 인사들이 이회장의 OCA 부회장 선거 출마에 반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선거 출마를 위해 24일 오전 쿠웨이트에 도착한 이회장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고, OCA측이 합의사항을 뒤집은 한국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등 이번 사건으로 한국은 아시아 스포츠계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또 ‘주간동아’가 입수한 KOC의 OCA 총회 참가보고서와 OCA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치위 일부 인사들이 OCA 임원들을 상대로 ‘이회장 낙선운동’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단독출마 합의사항 뒤집어
KOC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치위 관계자들이 티모시 포크 부회장을 만나 OCA 부회장 선거(이회장이 단독 출마할 예정이던 동아시아 지역 부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포크 부회장이 정식으로 출마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답하자 ‘이연택 회장도 서면으로는 아직 출마한 상태가 아니므로 당신도 출마 의사를 표명하면 된다’며 낙선운동을 벌였다. 유치위측 인사가 (외국 임원들에게) ‘우리가 한국정부의 훈령을 받았으므로 이회장은 절대 OCA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며 ‘KOC 위원장도 2개월 내에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OCA의 한 관계자는 “이회장이 단일 후보로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한국정부의 훈령으로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총회장이 술렁거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측 인사들이 ‘이연택 회장이 선거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OCA 임원들을 설득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였다”면서 “2개월 후면 KOC 위원장이 바뀐다는 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임원들은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면서 혀를 찼다고 한다.
이에 대해 “KOC 위원장이 두 달 안에 바뀔 것”이라고 OCA 임원들에게 말하고 다닌 당사자로 지목된 윤사무총장은 “누군가 모함을 하고 있다”면서 “이회장이 출마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지만, 낙선운동에 나선 적은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유치위측은 이회장이 OCA 부회장에 당선되면 이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준 포크 현 부회장(홍콩 IOC 위원) 등 중국계 IOC 위원들이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평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회장이 부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OCA측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또 OCA는 이미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힌 바 있어 유치위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OCA는 이회장의 당선을 위해 포크 IOC 위원에겐 규정위원장 자리를 주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규정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중국 NOC 사무총장에게 출마 포기를 요청하는 등 교통정리까지 끝낸 상태였다. KOC의 한 관계자는 “포크 부회장도 이회장의 출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OCA 총회 문건에도 이회장이 동아시아 부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출마하고, 포크 부회장은 규정위원장 선거에 나서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번 해프닝이 OCA의 결정에 도전하는 결과가 됨으로써 향후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OCA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OCA 관계자는 “OCA 임원들이 심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한국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총회가 끝난 후 OCA 실권자인 후세인 사무차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이회장에게 유치위의 의도적인 방해 활동을 설명하면서 “이런 일이 지속될 경우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체육계 인사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잘나가는’ 것에 대해 체육계의 두 단체가 의견 충돌을 빚은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체육계 일각에선 윤사무총장과 김운용 전 회장의 관계를 지적한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측근인사가 관련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의 대한체육회장 복귀설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김 전 회장은 1월 우여곡절 끝에 국기원장에 복귀하면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과 관련, “유치위 활동이 효과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전면에 나서 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두 단체가 서로 다른 정보를 입수하면서 생긴 단순한 ‘해프닝’이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사무총장은 “포크 IOC 위원이 ‘이회장이 부회장직에 도전했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포크 부회장의 출마를 부추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유치위가 입후보자 명단을 입수한 것도 유치위측에서 김 전 회장의 출마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포크 위원이 증거를 제시한다면서 호텔 객실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OCA측에서 KOC에 설명한 것과는 달리 포크 부회장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결국 KOC와 유치위가 OCA의 ‘장난’에 휘둘린 셈이 된다.
한편 공노명 유치위원장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