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 재무장관 지명자는 딕 체니 부통령의 천거로 부시 내각에 들어왔다.
이번 개각의 특징은 경제팀의 물갈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이뤄진 안보팀에 비해 명성이나 실력면에서 훨씬 처지는 기존 경제팀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 언론은 6일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보좌관의 사임을 실질적 해임으로 받아들이면서 ‘금요일의 대학살’로 표현했다.
이번 개각의 특징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 측근 인사의 복귀다. 당시 교통부 차관보를 지낸 소노 회장에 이어 역시 당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도널드슨 전 이사장이 복귀했다. 이를 두고 웹진 슬레이트 닷컴은 포드 내각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포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부시와 함께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세도를 누리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이 이번 개각을 주도한 탓이다.
교수·변호사 등 화려한 경력 … 80년부터 철도회사 몸담아
스노 지명자는 재무장관에 지명된 대가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다. 그가 취한 첫번째 조치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을 탈퇴한 것. 이 골프장은 여성에 대한 차별로 유명한 상류층 전용 클럽.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스노의 임명을 발표하기 직전 이 클럽의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스노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가 3시간 뒤 그가 골프클럽을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노 회장은 무려 1500만 달러의 급여 및 수당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연쇄 회계부정 스캔들로 과다한 임원 급여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을 의식, 이같이 결정했다. 스노 지명자의 이런 개인적인 희생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인준을 받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노 지명자는 95년 지금과 같이 예산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세정책보다는 균형예산을 지지했던 인물. 그가 회장으로 재직하던 CSX도 최근 적어도 2년간 1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세전 이익을 올리고도 연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 구설에 오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특히 대외 수출을 목표로 하는 제조업체를 대변하는 그가 강한 달러 정책을 수정, 달러 약세를 용인할지도 초미의 관심사. 그는 미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장을 역임해 최근 미국 산업계의 동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제조업 협회는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의 장점은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과 친분이 두텁고, 자신의 의견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한다는 점. 한마디로 정책 기획자보다는 정책 세일즈맨으로 발탁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격의없이 지낸다.
39년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출생한 그는 케년 칼리지와 톨레도 대학을 졸업한 후 버지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조지워싱턴 대학 법과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수와 변호사로 활동하던 스노는 72년부터 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80년 CSX로 옮겨 고속승진을 거듭한 끝에 89년에 사장이 됐고 91년부터 회장으로 재직해 왔다.
그와 호흡을 맞춰야 할 프리드먼 경제보좌관은 월가 출신의 전형적인 금융맨. 스노 지명자가 제조업을 대변한다면 그는 금융계를 대변한다. 제조업과 금융업의 환상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결합으로 보고 있다. 뉴욕 증시는 그가 지명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