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구내에는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한국해양대. 해양대 교수협의회(회장 이경호 교수) 소속 교수들로 구성된 교권탄압비상대책위원회(회장 나호수 교수·이하 비상대책위)는 “2000년 3월 직선으로 선출된 박용섭 총장이 선거공약도 지키지 않으면서 반대파 교수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비상대책위 교수들은 “겨우 한 표 차이로 당선된 박총장이 학내 화합 등의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선거 때 지지하지 않은 교수들을 논문 표절 시비 등을 문제 삼아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박총장 자신도 1994년 발표한 영국 해상보험법 관련 논문 중 일부는 당시 제자인 L씨의 석사논문을 표절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박총장은 2000년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하지 않고 상대 후보 편에 섰던 한 교수를 ‘여자 문제’를 트집잡아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행정소송을 통해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복직됐다.
또 박총장측은 교수협의회 회장인 이경호 교수가 박총장측의 인사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표절 시비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교수의 저서를 문제 삼아 10월29일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발의했다. 이에 맞서 비상대책위측도 11월12일 “박총장도 94년 4월 제자 L씨의 논문을 표절했다”며 “박총장은 영국 해상보험법에 관한 논문을 쓸 때 L씨 논문의 상당 부분을 표절하면서 L씨 논문의 오자와 탈자까지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전면 재검토’ 목소리 높아져
이에 대한 박총장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박총장측은 “문제의 논문은 당시 발표되기 6개월 전에 이미 완성된 것으로 당시 대학원생이던 L씨가 오히려 자신의 논문을 참고한 것”이라며 “L씨가 논문을 발표한 94년 2월 이전에 박총장이 만든 원고가 있고 필요하다면 L씨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박총장측은 “교수협의회 일부 교수들이 자신들이 밀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자 정당하게 진행되고 있는 교내 인사와 징계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현재 서로 무고와 명예훼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키로 해 사태는 점점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학생과 상당수 교직원들은 “시시비비는 가려야겠지만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 지성인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대의 경우 현 박재윤 총장 임기가 내년 8월로 만료됨에 따라 총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상당수 교수들이 벌써부터 선거운동을 벌여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최근 동료 교수들에게 식사 대접은 물론 향응과 골프 접대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학내외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 엄영석 현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동아대도 사실상 임명제인 총장 선출 방식 때문에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학교 총학생회측과 일부 교수들은 “재단이 99년부터 학내 반대를 무시하고 총장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꾼 것은 학교의 인사권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상대는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일반 직원과 조교 등의 실력저지로 12월5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차기 총장선거가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교직원들로 구성된 경상대 총장 선출권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선출한 총장만이 소신 있게 대학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일반 직원은 교수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며 “대학의 주체인 교수가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부산·경남 지역의 각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면서 직선제 방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