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테너의 왕’ 루치아노 파바로티에 대한 기사가 영국 언론을 달구고 있다. ‘파바로티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다. 음악팬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1935년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태어난 파바로티는 올해로 만 67세를 맞았다. 성악가로서는 확실히 많은 나이다. 남성 성악 중에서도 고음역을 맡는 테너의 수명은 유난히 짧은 편이기 때문에 파바로티처럼 60세를 넘겨 무대에 서는 테너는 드물다. 파바로티는 지난 1996년에 “데뷔 40주년이 되는 2001년까지만 노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대보다 콘서트 등에 치우쳐
파바로티의 은퇴 추측 기사가 난무하는 것은 올해 파바로티의 출연이 확정된 오페라가 단 두 편뿐이기 때문이다. 두 편 모두 같은 작품인 ‘토스카’로 1월의 런던 로열 오페라 공연, 그리고 5월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더 타임스’ 등 신중하기로 이름난 런던의 정론지들조차 ‘파바로티, 정말 은퇴하나?’ 같은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 파바로티의 활동은 오페라 무대보다 자선음악회나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한 ‘3테너 콘서트’ 등에 치우쳐 있었다. 파바로티는 93년 시작된 ‘파바로티와 친구들’ 이후 스팅, 조지 마이클 등 팝가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자선음악회를 꾸준히 열어왔다. 그러나 이들 음악회는 모두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성악 연주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영국 언론이 ‘파바로티가 이제 성악계의 프랭크 시내트라가 되려나 보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파바로티의 오페라 공연은 대부분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파바로티가 출연하는 오페라의 티켓은 여타 가수들의 공연보다 최소 20% 이상 비싸다. 올 1월 로열 오페라 무대에 올려지는 ‘토스카’의 티켓 가격도 175파운드(약 28만원)나 한다. 그런데 파바로티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비싼 가격을 지불한 관객들에게 파바로티는 기대 이하의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2000년 11월 열린 미국 애틀랜틱시티 공연에서는 성난 관객이 환불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난해 1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아이다’ 공연에서는 동료 가수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노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면서 파바로티가 오페라 무대에 서기에는 너무 노쇠한 것 아니냐는 의문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3테너 콘서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파바로티의 노쇠를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70, 80년대에 음악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아름다운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나이와 비대한 체구 때문인지 그의 호흡은 현저하게 짧아져 있었다. 파바로티는 노래 중간중간에 자주 숨을 몰아쉬었고 그때마다 노래의 빠르기가 달라져 오케스트라가 그의 노래를 쫓아가야만 했다. 마이크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도 호흡 조절이 어렵다면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해야 하는 오페라 무대에 설 체력은 없을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파바로티는 90년대 후반 들어 51억 리라(약 30억원)의 탈세 사건, 막내딸보다 어린 여비서와의 염문 등으로 가수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파바로티 자신도 노쇠함을 알고 있으나 영원한 라이벌인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관계 때문에 은퇴를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올해 61세를 맞은 도밍고는 파바로티와 달리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잃지 않고 있다. 비단 가수로서뿐만이 아니다. 도밍고는 지휘자로 변신해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는가 하면, 워싱턴 오페라와 LA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행정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외활동과 더불어 본업인 오페라 공연도 훌륭하게 치러내고 있는 ‘슈퍼맨’ 도밍고에 대한 질투가 파바로티의 은퇴를 늦추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1월 말 확실한 심경 발표하겠다”
사실 가수로서 파바로티가 갖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이 C까지 올라가는 고음, 부드럽고 풍성한 음성과 윤기 흐르는 아름다운 음색, 천부적 리듬 감각 등 그는 다른 가수들이 갖추지 못한 재능을 한 몸에 가진 천부적 성악가다. 실제로 대부분의 성악 애호가들은 20세기 최고의 성악가로 파바로티를 꼽는다. 2000년에 국내의 한 음악전문지가 음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0세기를 빛낸 음악가들을 선정한 적이 있었다. 파바로티는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를 제치고 남성 성악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은퇴 운운하는 보도가 영국 언론을 달구고 있지만 파바로티측은 이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1월 말까지로 예정된 로열 오페라의 ‘토스카’ 공연이 끝난 후 확실한 심경을 발표하겠다”는 것이 파바로티의 말이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은퇴를 결심한다면 3년 동안 세계 전역을 돌며 은퇴기념 콘서트를 하겠다”고 파바로티는 말하고 있다.
1935년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태어난 파바로티는 올해로 만 67세를 맞았다. 성악가로서는 확실히 많은 나이다. 남성 성악 중에서도 고음역을 맡는 테너의 수명은 유난히 짧은 편이기 때문에 파바로티처럼 60세를 넘겨 무대에 서는 테너는 드물다. 파바로티는 지난 1996년에 “데뷔 40주년이 되는 2001년까지만 노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대보다 콘서트 등에 치우쳐
파바로티의 은퇴 추측 기사가 난무하는 것은 올해 파바로티의 출연이 확정된 오페라가 단 두 편뿐이기 때문이다. 두 편 모두 같은 작품인 ‘토스카’로 1월의 런던 로열 오페라 공연, 그리고 5월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더 타임스’ 등 신중하기로 이름난 런던의 정론지들조차 ‘파바로티, 정말 은퇴하나?’ 같은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 파바로티의 활동은 오페라 무대보다 자선음악회나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한 ‘3테너 콘서트’ 등에 치우쳐 있었다. 파바로티는 93년 시작된 ‘파바로티와 친구들’ 이후 스팅, 조지 마이클 등 팝가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자선음악회를 꾸준히 열어왔다. 그러나 이들 음악회는 모두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성악 연주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영국 언론이 ‘파바로티가 이제 성악계의 프랭크 시내트라가 되려나 보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파바로티의 오페라 공연은 대부분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파바로티가 출연하는 오페라의 티켓은 여타 가수들의 공연보다 최소 20% 이상 비싸다. 올 1월 로열 오페라 무대에 올려지는 ‘토스카’의 티켓 가격도 175파운드(약 28만원)나 한다. 그런데 파바로티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비싼 가격을 지불한 관객들에게 파바로티는 기대 이하의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2000년 11월 열린 미국 애틀랜틱시티 공연에서는 성난 관객이 환불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난해 1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아이다’ 공연에서는 동료 가수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노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면서 파바로티가 오페라 무대에 서기에는 너무 노쇠한 것 아니냐는 의문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3테너 콘서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파바로티의 노쇠를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70, 80년대에 음악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아름다운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나이와 비대한 체구 때문인지 그의 호흡은 현저하게 짧아져 있었다. 파바로티는 노래 중간중간에 자주 숨을 몰아쉬었고 그때마다 노래의 빠르기가 달라져 오케스트라가 그의 노래를 쫓아가야만 했다. 마이크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도 호흡 조절이 어렵다면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해야 하는 오페라 무대에 설 체력은 없을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파바로티는 90년대 후반 들어 51억 리라(약 30억원)의 탈세 사건, 막내딸보다 어린 여비서와의 염문 등으로 가수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파바로티 자신도 노쇠함을 알고 있으나 영원한 라이벌인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관계 때문에 은퇴를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올해 61세를 맞은 도밍고는 파바로티와 달리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잃지 않고 있다. 비단 가수로서뿐만이 아니다. 도밍고는 지휘자로 변신해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는가 하면, 워싱턴 오페라와 LA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행정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외활동과 더불어 본업인 오페라 공연도 훌륭하게 치러내고 있는 ‘슈퍼맨’ 도밍고에 대한 질투가 파바로티의 은퇴를 늦추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1월 말 확실한 심경 발표하겠다”
사실 가수로서 파바로티가 갖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이 C까지 올라가는 고음, 부드럽고 풍성한 음성과 윤기 흐르는 아름다운 음색, 천부적 리듬 감각 등 그는 다른 가수들이 갖추지 못한 재능을 한 몸에 가진 천부적 성악가다. 실제로 대부분의 성악 애호가들은 20세기 최고의 성악가로 파바로티를 꼽는다. 2000년에 국내의 한 음악전문지가 음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0세기를 빛낸 음악가들을 선정한 적이 있었다. 파바로티는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를 제치고 남성 성악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은퇴 운운하는 보도가 영국 언론을 달구고 있지만 파바로티측은 이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1월 말까지로 예정된 로열 오페라의 ‘토스카’ 공연이 끝난 후 확실한 심경을 발표하겠다”는 것이 파바로티의 말이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은퇴를 결심한다면 3년 동안 세계 전역을 돌며 은퇴기념 콘서트를 하겠다”고 파바로티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