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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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교실 의자 모두 바꾸겠다”

듀오백 (주)해정 정해창 사장 … 인체공학 테스트 ‘품질 자신’ 본격 마케팅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4-11-08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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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딱한 교실 의자 모두 바꾸겠다”
    듀오백(DUOBACK)’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의자 생산업체 ㈜해정의 정해창 사장(61)이 이번에는 학교 현장의 불편하고 딱딱한 의자를 모두 갈아치우겠다고 나섰다. 정사장은 “머지않아 발표될 인하대학교 공대 교수진의 듀오백 의자에 대한 인체공학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초·중등학교의 딱딱하고 평평한 의자를 듀오백 의자로 바꾸기 위해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겠다” 고 말했다.

    인하대 공대 연구팀은 다음달중으로 듀오백 의자에 대한 국내 최초 인체공학 테스트를 거쳐 ‘유동성 등받이와 높낮이가 결합된 책걸상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듀오백 의자에 대해 해외 연구진이 인체공학 실험을 거쳐 품질 인증을 했지만 국공립학교 납품에 외국의 품질 인증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더라는 것. 그래서 정사장은 국내 기술진에 인체공학 실험을 다시 의뢰하게 됐다고 한다.

    정사장은 이미 서울·경기 일원의 고등학교 몇 군데에 듀오백 의자 1000여개를 무상으로 기증했다. 마케팅의 일환이라기보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모든 교실의 의자를 듀오백으로 바꾸기 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수집하는 사전작업의 하나. 따라서 정사장은 이 학교들의 의자를 교체해 주고 난 뒤 학생들로부터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통해 반응을 수집했다. 정사장은 학생들의 숨소리 하나까지 담긴 이 자료를 교실용 의자를 새로 개발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사장이 교실 의자를 모두 바꾸겠다고 나선 데는 학교 의자와 무관치 않은 그의 사업 이력이 한몫하고 있다. 과거 굵직한 각목에 못질을 해서 만든 60, 70년대식 교실 의자를 곡면 성형합판을 덧댄 날씬한 철제 의자로 모두 갈아치운 주인공이 정해창 사장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사장이 운영하던 회사가 이 성형합판을 전량 공급하다시피 했다. 덕분에 5공화국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학교 현장을 돌아보다 왜 사립학교에서는 곡면합판 의자를 사용하는데 공립학교에는 쓰지 않느냐고 교체를 지시해 회사 규모가 덩달아 급성장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학교 현장의 의자를 듀오백으로 교체하겠다고 나선 정사장으로서는 의자인생 2회전의 막을 여는 셈이다.

    실제 듀오백 의자가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에서 최근에 벌어진 일. 총학생회가 학교측과 등록금 인하 협상을 벌이면서 학교측에 요구한 복지기금의 일부로 학생들의 강의실 의자를 모두 듀오백 의자로 교체해 달라고 학교측에 요청한 것이다. 물론 정사장이나 회사측에서는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회 한 번 연 적이 없고 총학생회 간부들에게 주스 한 잔 사준 일도 없었지만 총학생회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해정은 이 대학에 2400개의 듀오백 의자를 납품했고 앞으로도 4000개를 추가 납품해야 한다. 또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 선거에서 기존의 딱딱한 의자를 듀오백 의자로 바꾸겠다는 선거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이 정도면 듀오백이 특정 회사에서 생산하는 브랜드라기보다 건강의자의 대명사로 소비자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자리잡았다는 말이다.



    정사장은 학교 현장에 듀오백 학생용 의자를 공급하게 되면 이윤보다는 공익을 앞세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발높이 조절 의자, 팔걸이 조절 의자 등등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학생들의 체형에 맞는 의자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이라고.

    “이게 바로 우리 회사의 꿈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한 명이 겨우 앉을 만한 발높이 조절 의자를 가리키며 정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농고 출신의 자수성가한 기업인답지 않게 실제로 꿈에 잠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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