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국립예술단체들의 얼굴이 대거 바뀌었다.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의 단장이 모두 새 인물로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 산하 단체인 국립극단과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12월 박상규와 정회천을, 재단법인인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은 10월 정은숙과 김긍수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최근 몇 년간 국립예술단체들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왔다. 국립발레단과 오페라단, 합창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이관되면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했기 때문이다. 음악단체들을 떠나보낸 국립극장은 국악과 연극 전문 공연장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국립극단의 ‘햄릿’과 국립창극단의 ‘논개’,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등은 모두 객석점유율 90%를 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오페라와 구분되는 국립오페라만의 개성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각 단체의 신임 단장과 예술감독이 펼쳐 보이는 2002년 새해의 그림은 어떤 것일까.
정통 리얼리즘 연극으로 승부할 터 - 국립극단
“과거보다 연극인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올해 국립극단은 발성과 몸동작 등 연극의 기본적인 트레이닝에 주력할 것입니다.” 박상규 신임 단장은 1973년부터 국립극단에 몸담아온 주역배우 출신이다. 그는 ‘국립극단이야말로 연극인들 중 최정상 집단인 만큼 연극의 자존심과 색깔, 위상을 드러내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단장은 특히 매년 한 작품씩 공연되는 세계명작무대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해 1만4000명이 넘는 관객이 ‘햄릿’을 보러 온 것은 국립극단의 ‘햄릿’이 몇 년 만에 공연되는 원전 ‘햄릿’이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정통성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 호응이 높았던 거지요. 이것이 국립극단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요. 정통 리얼리즘을 소화할 수 있는 극단으로 키울 것입니다.” 올해 국립극단은 이강백의 ‘마르고 닳도록’, 월드컵 기념무대인 ‘춘향전’, 세계명작무대로 ‘그 여자의 바다’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말 열린 예술감독 공채에서 예술감독이 교체되는 ‘이변’을 겪었다. 6년간 국립발레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해설이 있는 발레’ 시리즈 대성공 등 적지 않은 공적을 세운 최태지 전 예술감독의 낙마는 누가 봐도 뜻밖의 일이었다. 공채를 통해 국립발레단으로 다시 돌아온 김긍수 신임 예술감독은 이 같은 상황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김긍수 단장 역시 17년간 국립발레단에 몸담아온 무용수 출신.
“창작발레 육성, 지도자 코스 개발 등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레는 무용수들이 춤출 수 있는 수명이 가장 짧은 장르기 때문에 지도자 코스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임성남 1대 단장 이래 공연되지 않고 있는 ‘춘향의 사랑’ ‘처용’ 등 창작발레도 다시 시도할 것이고요.”
국립발레단은 김용걸과 김지영이 해외로 진출하고 이원국이 30대 중반에 이르러 차세대 주역을 키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김긍수 감독은 작품에 따라 해외 무용수들을 객원 형식으로 초빙하는 방법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99년 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해설이 있는 발레’를 지방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국립발레단은 올해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 등을 공연한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연말 10일간 공연했던 어린이창극 ‘토끼와 자라의 용궁여행’을 올해 초 6일간 연장 공연했다. 공연을 보려는 어린이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입석까지 팔아야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공연된 창작창극 ‘논개’는 10회 공연에 1만16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2년은 월드컵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가 많이 소개될 것입니다. 창극은 가부키, 경극과 함께 동양의 3대 가극으로 일컬어지지만 아직 확실한 장르 정립이 안 된 상황입니다. 창극 정형화라는 큰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회천 단장은 창극의 내실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연내에 수립할 예정이다.
판소리 전막을 창극으로 공연하는 완판창극을 매년 한 작품씩 공연해 온 국립창극단은 올해 새로운 창극을 다시금 시도한다. 연극연출가 김아라씨를 초빙해 토털장르 창극인 ‘춘향가’를 공연하는 것. 완판창극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음악적인 면에서 변형을 시도할 것이라고. 이 밖에 하반기에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창작창극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큰 변화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무분별한 오페라 공연의 난립으로 실망한 관객들이 오페라 공연 자체에 등을 돌리고 있는 데다, 99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이후 국립오페라단만의 확실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재단법인화된 국립발레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단원이 없다는 국립오페라단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정은숙 단장은 무엇보다 이 점을 개선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는 공연 때마다 단장이 직접 출연진을 캐스팅하는 형편입니다. 지방과의 교류나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단원제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산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비상근 명예직 단원과 준단원 제도 등을 조속히 도입하려 합니다. “
또 국립오페라단의 공연과 예술의전당 자체제작 오페라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단장은 “어차피 오페라극장도 산하단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현재 문화관광부 산하인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에 소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러시아 작품인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를 국내 초연하는 한편, 현제명의 ‘춘향전’, 창작오페라 ‘동명성왕’ 등을 공연한다.
최근 몇 년간 국립예술단체들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왔다. 국립발레단과 오페라단, 합창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이관되면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했기 때문이다. 음악단체들을 떠나보낸 국립극장은 국악과 연극 전문 공연장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국립극단의 ‘햄릿’과 국립창극단의 ‘논개’,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등은 모두 객석점유율 90%를 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오페라와 구분되는 국립오페라만의 개성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각 단체의 신임 단장과 예술감독이 펼쳐 보이는 2002년 새해의 그림은 어떤 것일까.
정통 리얼리즘 연극으로 승부할 터 - 국립극단
“과거보다 연극인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올해 국립극단은 발성과 몸동작 등 연극의 기본적인 트레이닝에 주력할 것입니다.” 박상규 신임 단장은 1973년부터 국립극단에 몸담아온 주역배우 출신이다. 그는 ‘국립극단이야말로 연극인들 중 최정상 집단인 만큼 연극의 자존심과 색깔, 위상을 드러내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단장은 특히 매년 한 작품씩 공연되는 세계명작무대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해 1만4000명이 넘는 관객이 ‘햄릿’을 보러 온 것은 국립극단의 ‘햄릿’이 몇 년 만에 공연되는 원전 ‘햄릿’이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정통성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 호응이 높았던 거지요. 이것이 국립극단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요. 정통 리얼리즘을 소화할 수 있는 극단으로 키울 것입니다.” 올해 국립극단은 이강백의 ‘마르고 닳도록’, 월드컵 기념무대인 ‘춘향전’, 세계명작무대로 ‘그 여자의 바다’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말 열린 예술감독 공채에서 예술감독이 교체되는 ‘이변’을 겪었다. 6년간 국립발레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해설이 있는 발레’ 시리즈 대성공 등 적지 않은 공적을 세운 최태지 전 예술감독의 낙마는 누가 봐도 뜻밖의 일이었다. 공채를 통해 국립발레단으로 다시 돌아온 김긍수 신임 예술감독은 이 같은 상황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김긍수 단장 역시 17년간 국립발레단에 몸담아온 무용수 출신.
“창작발레 육성, 지도자 코스 개발 등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레는 무용수들이 춤출 수 있는 수명이 가장 짧은 장르기 때문에 지도자 코스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임성남 1대 단장 이래 공연되지 않고 있는 ‘춘향의 사랑’ ‘처용’ 등 창작발레도 다시 시도할 것이고요.”
국립발레단은 김용걸과 김지영이 해외로 진출하고 이원국이 30대 중반에 이르러 차세대 주역을 키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김긍수 감독은 작품에 따라 해외 무용수들을 객원 형식으로 초빙하는 방법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99년 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해설이 있는 발레’를 지방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국립발레단은 올해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 등을 공연한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연말 10일간 공연했던 어린이창극 ‘토끼와 자라의 용궁여행’을 올해 초 6일간 연장 공연했다. 공연을 보려는 어린이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입석까지 팔아야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공연된 창작창극 ‘논개’는 10회 공연에 1만16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2년은 월드컵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가 많이 소개될 것입니다. 창극은 가부키, 경극과 함께 동양의 3대 가극으로 일컬어지지만 아직 확실한 장르 정립이 안 된 상황입니다. 창극 정형화라는 큰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회천 단장은 창극의 내실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연내에 수립할 예정이다.
판소리 전막을 창극으로 공연하는 완판창극을 매년 한 작품씩 공연해 온 국립창극단은 올해 새로운 창극을 다시금 시도한다. 연극연출가 김아라씨를 초빙해 토털장르 창극인 ‘춘향가’를 공연하는 것. 완판창극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음악적인 면에서 변형을 시도할 것이라고. 이 밖에 하반기에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창작창극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큰 변화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무분별한 오페라 공연의 난립으로 실망한 관객들이 오페라 공연 자체에 등을 돌리고 있는 데다, 99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이후 국립오페라단만의 확실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재단법인화된 국립발레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단원이 없다는 국립오페라단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정은숙 단장은 무엇보다 이 점을 개선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는 공연 때마다 단장이 직접 출연진을 캐스팅하는 형편입니다. 지방과의 교류나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단원제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산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비상근 명예직 단원과 준단원 제도 등을 조속히 도입하려 합니다. “
또 국립오페라단의 공연과 예술의전당 자체제작 오페라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단장은 “어차피 오페라극장도 산하단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현재 문화관광부 산하인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에 소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러시아 작품인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를 국내 초연하는 한편, 현제명의 ‘춘향전’, 창작오페라 ‘동명성왕’ 등을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