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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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입력2004-11-24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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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작년 연극계 최고의 화제작 ‘이’(爾)가 재공연된다(12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신예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태웅의 야심작 ‘이’는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 3’,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는 조선 왕조에서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던 호칭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공길’은 천한 광대 신분이나 왕에게 ‘이’로 불린다. 극중에서 공길은 연산군 때 가장 인기 있는 광대로 연산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종4품 벼슬까지 하사받는다. 동성애자인 그는 연산군을 사이에 두고 장녹수와 연적으로 대립하기도 한다. 장녹수는 공길을 제거하기 위해 공길의 필체를 모방하여 언문 비방서를 작성하는 음모를 꾸미고….

    이 작품은 공길이라는 옛 광대의 삶을 통해 배우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심각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 전통 연극의 매우 소중한 유산인 ‘소학지희’(笑謔之戱)의 풍자성과 유희성을 풍부하게 되살려놓은 점도 이 작품의 큰 미덕이다. ‘소학지희’는 조선시대 광대들이 여러 가지 불합리한 사회현상을 풍자적으로 연출한 해학미 넘치는 광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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