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9일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정기국회 대표연설 가운데 경제예측의 실패가 정부와 여당의 신뢰에 상처를 주었다고 개탄하는 대목이 있었다. “…‘이제 곧 좋아집니다’라는 말은 성급했습니다. 작년에는 올 상반기에, 올 들어서는 3·4분기에, 또 4·4분기에 좋아진다고 계속 말을 바꾸었습니다. 또 재작년 가을 경기가 좋아졌을 때, 이제부터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전망은 안이했습니다.”
정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이 이 점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성은 해야겠지만 지금보다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까. 미국 경영컨설턴트인 윌리엄 A. 서든은 엉터리 예측에 목매느니 ‘차라리 동전을 던지라’고 말한다.
이 책의 원제목은 ‘미래를 파는 사람들’(The Fortune Sellers)이다. 저자는 동전을 던지는 것보다도 못한 적중률(50% 이하)을 가지고 보통 사람들을 눈멀게 하는 예언가들(미래를 파는 사람들)을 실명 비판했다. 그의 과녁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증권분석가로 이름을 날린 엘레인 가자렐리, 1968년 ‘인구폭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스탠퍼드대학의 인구통계학 교수 폴 엘리치, ‘미래쇼크’의 저자 앨빈 토플러와 ‘메가트렌드’의 존 네이스빗, 최근 네이스빗을 제치고 각광받는 예측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도 포함되어 있다.
서든은 예측기술과 그 신뢰성 그리고 그 예측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에 의문을 품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 대상을 기상학, 미래학, 경제학, 투자론, 기술평가, 인구통계학, 조직계획 등 7개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견능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조사했다.
예를 들어 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예언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애널리스트 엘레인 가자렐리를 보자. 당시로 돌아가면 가자렐리는 여러 가지 지표를 종합한 결과 87년 10월12일 다우공업주 30종 평균이 2641달러를 기록하는 상승국면에서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92%라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주가는 대폭락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이것을 ‘세기의 예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예측 하나로 가자렐리는 월가 톱 클래스의 애널리스트로 떠올랐고, 언론이 가자렐리의 예측 한마디 한마디를 보도할 때마다 그에 따라 주가가 춤 추었다.
그러나 87년 이후 가자렐리의 주가예측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적중률은 38%에 불과했다.
일기예보나 인구문제와 같은 비교적 과학적인 예측조차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기 일쑤다. 특히 장기 기상예보는 하나마나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1년 후의 매일매일 날씨를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도 성업하고 있지만 정확성은 50%를 넘지 못한다. 월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예측한 정확도는 48.99%였다. 반면 기온 자체의 예측 적중률은 73%로 높은 편인데, 보통 사람들이 평년 기온을 가지고 단순 추정하면 정확도가 90%에 이른다. 저자는 이런 예측정보를 돈 주고 살 가치가 있는지 되묻는다.
수많은 인구통계학자들도 1947~1961년의 베이비붐이나 1980년대의 저출생률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인구학자들 사이에서는 출산장려냐 산아제한이냐를 놓고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수십 년 간 기술예측 성적표는 빗나간 확률이 80%였다.
미래학자들의 예측능력은 더욱 의문스럽다. 저자는 ‘정보사회의 발전, 빨라지는 세계화, 미국 북부에서 남부로의 인구이동’과 같은 트렌드로 유명한 존 네이스빗을 거론했다. 네이스빗이 제시한 트렌드는 “처음부터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빈정거린다. 현재 남부와 서부의 인구증가율은 북동부보다 많지만, 그렇다고 네이스빗의 이야기처럼 “10년 후 북동지역의 대학은 학생이 없어 곤욕 치를’ 정도는 아니었다. 반대로 북동지역의 인구도 꾸준히 증가했고 이곳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더욱 들어가기 힘든 곳이 되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해석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만큼 애매하다는 이야기인데 사회예측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결론은 경영전문가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자신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이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도 “지난 30년 동안 경제정책 중 최대 실수는 예측능력을 과신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저자 서든은 소위 예측전문가들의 실패를 규명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결과,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미래의 삶은 예측할 수 있다기보다 예측에 의해 영향받기 쉽다” “마음먹기에 따라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여 자신의 인생행로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대중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오늘밤은 어둡겠으며 아침에는 밝은 햇살이 비칠 예정입니다”(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에 나오는 말이다)라는 일기예보라도 대중은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윌리엄 A. 서든 지음/ 손병두 옮김/ FKI미디어 펴냄/ 294쪽/ 1만2000원
정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이 이 점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성은 해야겠지만 지금보다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까. 미국 경영컨설턴트인 윌리엄 A. 서든은 엉터리 예측에 목매느니 ‘차라리 동전을 던지라’고 말한다.
이 책의 원제목은 ‘미래를 파는 사람들’(The Fortune Sellers)이다. 저자는 동전을 던지는 것보다도 못한 적중률(50% 이하)을 가지고 보통 사람들을 눈멀게 하는 예언가들(미래를 파는 사람들)을 실명 비판했다. 그의 과녁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증권분석가로 이름을 날린 엘레인 가자렐리, 1968년 ‘인구폭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스탠퍼드대학의 인구통계학 교수 폴 엘리치, ‘미래쇼크’의 저자 앨빈 토플러와 ‘메가트렌드’의 존 네이스빗, 최근 네이스빗을 제치고 각광받는 예측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도 포함되어 있다.
서든은 예측기술과 그 신뢰성 그리고 그 예측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에 의문을 품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 대상을 기상학, 미래학, 경제학, 투자론, 기술평가, 인구통계학, 조직계획 등 7개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견능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조사했다.
예를 들어 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예언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애널리스트 엘레인 가자렐리를 보자. 당시로 돌아가면 가자렐리는 여러 가지 지표를 종합한 결과 87년 10월12일 다우공업주 30종 평균이 2641달러를 기록하는 상승국면에서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92%라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주가는 대폭락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이것을 ‘세기의 예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예측 하나로 가자렐리는 월가 톱 클래스의 애널리스트로 떠올랐고, 언론이 가자렐리의 예측 한마디 한마디를 보도할 때마다 그에 따라 주가가 춤 추었다.
그러나 87년 이후 가자렐리의 주가예측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적중률은 38%에 불과했다.
일기예보나 인구문제와 같은 비교적 과학적인 예측조차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기 일쑤다. 특히 장기 기상예보는 하나마나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1년 후의 매일매일 날씨를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도 성업하고 있지만 정확성은 50%를 넘지 못한다. 월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예측한 정확도는 48.99%였다. 반면 기온 자체의 예측 적중률은 73%로 높은 편인데, 보통 사람들이 평년 기온을 가지고 단순 추정하면 정확도가 90%에 이른다. 저자는 이런 예측정보를 돈 주고 살 가치가 있는지 되묻는다.
수많은 인구통계학자들도 1947~1961년의 베이비붐이나 1980년대의 저출생률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인구학자들 사이에서는 출산장려냐 산아제한이냐를 놓고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수십 년 간 기술예측 성적표는 빗나간 확률이 80%였다.
미래학자들의 예측능력은 더욱 의문스럽다. 저자는 ‘정보사회의 발전, 빨라지는 세계화, 미국 북부에서 남부로의 인구이동’과 같은 트렌드로 유명한 존 네이스빗을 거론했다. 네이스빗이 제시한 트렌드는 “처음부터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빈정거린다. 현재 남부와 서부의 인구증가율은 북동부보다 많지만, 그렇다고 네이스빗의 이야기처럼 “10년 후 북동지역의 대학은 학생이 없어 곤욕 치를’ 정도는 아니었다. 반대로 북동지역의 인구도 꾸준히 증가했고 이곳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더욱 들어가기 힘든 곳이 되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해석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만큼 애매하다는 이야기인데 사회예측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결론은 경영전문가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자신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이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도 “지난 30년 동안 경제정책 중 최대 실수는 예측능력을 과신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저자 서든은 소위 예측전문가들의 실패를 규명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결과,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미래의 삶은 예측할 수 있다기보다 예측에 의해 영향받기 쉽다” “마음먹기에 따라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여 자신의 인생행로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대중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오늘밤은 어둡겠으며 아침에는 밝은 햇살이 비칠 예정입니다”(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에 나오는 말이다)라는 일기예보라도 대중은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윌리엄 A. 서든 지음/ 손병두 옮김/ FKI미디어 펴냄/ 294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