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이용호 게이트’가 국가의 사정 중추기관을 동시다발로 멍들게 한다. 이용호 게이트의 본질은 주가조작과 해외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차익 챙기기 및 횡령 혐의를 받는 지앤지(G&G) 이용호 회장(43·구속)이 구속을 면하기 위해 정치인과 검찰·경찰·국정원·금감원 간부 등 호남 출신 정·관계 실력자에게‘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합법과 불법을 넘나든 이씨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또는 당장의 구속을 면하기 위해 구축한 정·관계‘인맥’과‘보험금’은 이제 범죄행위를 둘러싼‘비호세력’과‘알선수재’라는 딱지를 붙이게 되었다. 결과는 검찰·경찰·국정원이라는 3대 사정 중추기관의 자체 감찰조사로 나타났다.
우선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의 지휘선에서 비낀 특별감찰본부(본부장·한부환 대전고검장)까지 만들어 검찰 내 비호세력을 규명하기 위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씨 사건 수사 당시 지휘라인에 있는 검찰 간부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씨와 호남 출신 검찰 간부들을 연결해 준 핵심고리는 이씨의 광주상고 선배인 광주 J산업개발 여운환씨(47·구속)로 조직폭력 관련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따라서 비호세력의 실체가 밝혀지든 밝혀지지 않든 검찰 조직은 회복하기 힘든 내상(內傷)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불똥’은 이미 경찰로도 튀었다. 경찰 로비 핵심인물은 이씨의 광주상고 동기동창인 허옥석씨(42). 허씨는 지난해 5월 이씨에 대해 주가조작 등 악소문이 나돌자 사촌형인 서울경찰청 허남석 총경에게 수사를 의뢰했으며 최근에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검 중수부 파견 경찰에 사건을 무마해 달라며 5000만 원을 건넸다가 지난 9월21일 구속되었다. 허씨는 이용호 회장을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금융권 인사 이모씨(59)에게 소개한 인물이다. 경찰청은 허남석 총경이 이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잡고 감찰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호 불똥’을 맨 먼저 맞은 데는 국정원. 국정원 간부 김형윤씨(2급·국가정보대학원 교수)가 대공정책실 경제단장 시절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이경자씨(57)에게서 5000만 원을 받았다는 동아일보 특종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9월18일. 서울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씨에게서 김단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외압’으로 김단장 관련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이용호씨가 광주상고라는 연줄을 고리로 촘촘히 짠 그물망식‘인맥 만들기’로비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김형윤 단장이 동방금고 이경자씨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는‘이용호 게이트’와 관련이 없는 별건이다. 김단장이 지난 6월8일 이씨에게 전화해 접촉한 사실은 드러났지만 그가 비호세력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김단장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외압으로 중단했다는 보도는‘이용호 게이트’에 불을 붙인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따라서 김형윤 단장 금품수수 혐의를 언론에 흘린 사람은‘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수법’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당구로 말하면 김형윤 단장이라는 공으로 동방금고(이경자·정현준)라는 공을 맞춰 이용호·여운환이라는 제3의 공이 불거지게 하는‘스리 쿠션 타법’을 쓴 것이다. 따라서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해 동방금고·이용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에 참여했다가 나중에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검찰 수사 관계자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두 사건 모두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담당했으며 당시 특수2부는 김단장 소환조사를 둘러싸고 간부진과 수사검사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 지난 6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수사 검사들이 바뀌고 김단장 또한 정보대학원(옛 정보학교) 교수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그 당시 수사 중단을 둘러싼 검사들 사이의 ‘앙금’은 최근까지도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해 말 김단장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상황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했으나 당시 임동원 원장은 경고처분만 내리고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지난 3월 검찰 출신의 신건 원장 부임 이후 다시 이 문제를 재론했으나 일사부재리원칙에 따라 비교적 한직인 정보대학원 교수로 인사 조처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목포중 출신으로 지역색이 강하고 활동적인 김 전 단장의 혐의가 개인비리에 그치지 않고 친분설이 나도는 정치권 실세와 연계되는 경우. 이는 검찰에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사건 당시에도 검찰 수뇌부는 김씨를 소환 조사할 경우 조직 자체가 타격을 입는 등 국가기관간 대립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를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정원은 일반 행정부처와 비교했을 때 인·허가나 민원업무를 다루지 않는 특수공무원들로 구성한‘비교적 깨끗한 조직’으로 평가 받는다. 금품수수나 이권 개입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데 대한 국정원 직원의 자긍심도 상당히 크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기업을 상대하는 경제단의 경우 돈과 관련 다른 부서보다 ‘상대적으로 오염’된 측면이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안기부 시절인 지난 97년 12월 대선(大選) 기간에 경제단 간부가 공기업을 상대로 당시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자금을 모집한 경우. 당시 원구연 경제단장은 한국통신과 한국중공업 임원에게 압력을 행사해 한나라당 살림을 책임진 김태호 사무총장에게 정치자금 수억 원을 제공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이후 안기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단장은 당시 임경묵 102실장의 지시를 받고 한국통신·한국중공업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도록 요구했다.
현재 경제단이 속한 대공정책실은 본래 안기부 시절의 101실(기획판단실)과 102실(대공정보실)을 합친 것이다. 102실은 서울 관내 지역정보와 정치·경제·언론 등 분야별 주요 동향 첩보를 수집한 곳이고, 101실은 102실 및 전국 12개 지부에서 수집한 각종 첩보를 분석해 정책 보고서를 만든 곳이다. 102실의 경우 각각 정치·경제·언론 분야 동향첩보를 담당하는 1·2·3단의 3개단과 11개처 등으로 되어 있었다. 당시 원구연 경제단장은 102실 2단장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혁 차원에서 부서를 통폐합하면서 101실과 102실이 대공정책실로 통합했고, 그 후 내부 기능조정으로 현재의 경제단은 대공정책실 내 다른 단(團)과 마찬가지로 수집1·2·3과(課)와 분석과 등 4개과로 구성되었다.
경제단 총 인원은 100명 정도. 과천의 경제부처와 경제 유관 단체, 금융권, 대기업, 벤처업계 등이 이들의‘출입처’다. 국정원의 한 직원은 “경제부 기자들이 나가는 출입처와 겹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경제 및 업계 동향을 수집하는 이들이 주로 만나는 기업인은 최고 경영자(CEO)나 기획조정실 관계자 등이다. 국정원 내에서도 부서별로 근무환경이 천양지차인데 날마다 기자를 상대로‘취재’해야 하는 언론단을‘3D 직종’으로 분류하는 데 반해 경제단은 직원이 선호하는‘꽃보직’으로 분류한다.
국정원은 통상 I.O.(Intelligence Officer)라고 하는 외근직원들에게 정보 수집활동에 필요한 경비(정보비)를 제공한다. 이들은 정보비를 쓰는 스타일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정보비를 급여로 여기고 고스란히 챙기는 직원, 지급 받은 정보비만큼 돈을 쓰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직원, 그리고 지급 받은 정보비만으로는 부족해 집에서 돈을 갖다 쓰는 직원 등이다. 상사들은 물론 제 돈 쓰면서까지 왕성하게 정보활동을 하는 세 번째 유형의 I.O.를 좋아한다.
김형윤 단장은 세 번째 유형으로 분류된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과거 정권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은 데 대한‘반골’기질이 강했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드러내 놓고 전라도 티를 내는 요주의 인물’로 찍혀 당시 안기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는 것이며 은사인 김민하 중앙대 총장(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나서서‘구명’해 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앙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보스 기질도 있는데다가 동향(同鄕)·동문(同門)을 챙기고 후배도 많이 따르니 활동비 명목으로 돈 쓸 일이 많았다는 것. 따라서 일부 직원은 김단장이 집에서 돈을 갖다 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다른 곳’에서 주는 돈으로 활동비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현재 휴가중인 김 전 단장은 동료 교수에게“경제단장을 하니까 금융사건만 터지면 내 이름을 거론하는데 친구 소개로 이경자 부회장을 두 번 정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김단장이 ‘만약 이경자씨가 검찰에 그렇게 진술했다면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데 따른 앙갚음으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쨌든 국정원 간부의 알선수재 혐의와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이제 검찰의 몫이 되었다.
우선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의 지휘선에서 비낀 특별감찰본부(본부장·한부환 대전고검장)까지 만들어 검찰 내 비호세력을 규명하기 위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씨 사건 수사 당시 지휘라인에 있는 검찰 간부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씨와 호남 출신 검찰 간부들을 연결해 준 핵심고리는 이씨의 광주상고 선배인 광주 J산업개발 여운환씨(47·구속)로 조직폭력 관련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따라서 비호세력의 실체가 밝혀지든 밝혀지지 않든 검찰 조직은 회복하기 힘든 내상(內傷)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불똥’은 이미 경찰로도 튀었다. 경찰 로비 핵심인물은 이씨의 광주상고 동기동창인 허옥석씨(42). 허씨는 지난해 5월 이씨에 대해 주가조작 등 악소문이 나돌자 사촌형인 서울경찰청 허남석 총경에게 수사를 의뢰했으며 최근에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검 중수부 파견 경찰에 사건을 무마해 달라며 5000만 원을 건넸다가 지난 9월21일 구속되었다. 허씨는 이용호 회장을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금융권 인사 이모씨(59)에게 소개한 인물이다. 경찰청은 허남석 총경이 이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잡고 감찰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호 불똥’을 맨 먼저 맞은 데는 국정원. 국정원 간부 김형윤씨(2급·국가정보대학원 교수)가 대공정책실 경제단장 시절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이경자씨(57)에게서 5000만 원을 받았다는 동아일보 특종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9월18일. 서울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씨에게서 김단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외압’으로 김단장 관련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이용호씨가 광주상고라는 연줄을 고리로 촘촘히 짠 그물망식‘인맥 만들기’로비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김형윤 단장이 동방금고 이경자씨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는‘이용호 게이트’와 관련이 없는 별건이다. 김단장이 지난 6월8일 이씨에게 전화해 접촉한 사실은 드러났지만 그가 비호세력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김단장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외압으로 중단했다는 보도는‘이용호 게이트’에 불을 붙인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따라서 김형윤 단장 금품수수 혐의를 언론에 흘린 사람은‘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수법’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당구로 말하면 김형윤 단장이라는 공으로 동방금고(이경자·정현준)라는 공을 맞춰 이용호·여운환이라는 제3의 공이 불거지게 하는‘스리 쿠션 타법’을 쓴 것이다. 따라서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해 동방금고·이용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에 참여했다가 나중에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검찰 수사 관계자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두 사건 모두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담당했으며 당시 특수2부는 김단장 소환조사를 둘러싸고 간부진과 수사검사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 지난 6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수사 검사들이 바뀌고 김단장 또한 정보대학원(옛 정보학교) 교수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그 당시 수사 중단을 둘러싼 검사들 사이의 ‘앙금’은 최근까지도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해 말 김단장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상황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했으나 당시 임동원 원장은 경고처분만 내리고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지난 3월 검찰 출신의 신건 원장 부임 이후 다시 이 문제를 재론했으나 일사부재리원칙에 따라 비교적 한직인 정보대학원 교수로 인사 조처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목포중 출신으로 지역색이 강하고 활동적인 김 전 단장의 혐의가 개인비리에 그치지 않고 친분설이 나도는 정치권 실세와 연계되는 경우. 이는 검찰에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사건 당시에도 검찰 수뇌부는 김씨를 소환 조사할 경우 조직 자체가 타격을 입는 등 국가기관간 대립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를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정원은 일반 행정부처와 비교했을 때 인·허가나 민원업무를 다루지 않는 특수공무원들로 구성한‘비교적 깨끗한 조직’으로 평가 받는다. 금품수수나 이권 개입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데 대한 국정원 직원의 자긍심도 상당히 크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기업을 상대하는 경제단의 경우 돈과 관련 다른 부서보다 ‘상대적으로 오염’된 측면이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안기부 시절인 지난 97년 12월 대선(大選) 기간에 경제단 간부가 공기업을 상대로 당시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자금을 모집한 경우. 당시 원구연 경제단장은 한국통신과 한국중공업 임원에게 압력을 행사해 한나라당 살림을 책임진 김태호 사무총장에게 정치자금 수억 원을 제공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이후 안기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단장은 당시 임경묵 102실장의 지시를 받고 한국통신·한국중공업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도록 요구했다.
현재 경제단이 속한 대공정책실은 본래 안기부 시절의 101실(기획판단실)과 102실(대공정보실)을 합친 것이다. 102실은 서울 관내 지역정보와 정치·경제·언론 등 분야별 주요 동향 첩보를 수집한 곳이고, 101실은 102실 및 전국 12개 지부에서 수집한 각종 첩보를 분석해 정책 보고서를 만든 곳이다. 102실의 경우 각각 정치·경제·언론 분야 동향첩보를 담당하는 1·2·3단의 3개단과 11개처 등으로 되어 있었다. 당시 원구연 경제단장은 102실 2단장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혁 차원에서 부서를 통폐합하면서 101실과 102실이 대공정책실로 통합했고, 그 후 내부 기능조정으로 현재의 경제단은 대공정책실 내 다른 단(團)과 마찬가지로 수집1·2·3과(課)와 분석과 등 4개과로 구성되었다.
경제단 총 인원은 100명 정도. 과천의 경제부처와 경제 유관 단체, 금융권, 대기업, 벤처업계 등이 이들의‘출입처’다. 국정원의 한 직원은 “경제부 기자들이 나가는 출입처와 겹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경제 및 업계 동향을 수집하는 이들이 주로 만나는 기업인은 최고 경영자(CEO)나 기획조정실 관계자 등이다. 국정원 내에서도 부서별로 근무환경이 천양지차인데 날마다 기자를 상대로‘취재’해야 하는 언론단을‘3D 직종’으로 분류하는 데 반해 경제단은 직원이 선호하는‘꽃보직’으로 분류한다.
국정원은 통상 I.O.(Intelligence Officer)라고 하는 외근직원들에게 정보 수집활동에 필요한 경비(정보비)를 제공한다. 이들은 정보비를 쓰는 스타일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정보비를 급여로 여기고 고스란히 챙기는 직원, 지급 받은 정보비만큼 돈을 쓰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직원, 그리고 지급 받은 정보비만으로는 부족해 집에서 돈을 갖다 쓰는 직원 등이다. 상사들은 물론 제 돈 쓰면서까지 왕성하게 정보활동을 하는 세 번째 유형의 I.O.를 좋아한다.
김형윤 단장은 세 번째 유형으로 분류된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과거 정권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은 데 대한‘반골’기질이 강했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드러내 놓고 전라도 티를 내는 요주의 인물’로 찍혀 당시 안기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는 것이며 은사인 김민하 중앙대 총장(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나서서‘구명’해 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앙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보스 기질도 있는데다가 동향(同鄕)·동문(同門)을 챙기고 후배도 많이 따르니 활동비 명목으로 돈 쓸 일이 많았다는 것. 따라서 일부 직원은 김단장이 집에서 돈을 갖다 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다른 곳’에서 주는 돈으로 활동비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현재 휴가중인 김 전 단장은 동료 교수에게“경제단장을 하니까 금융사건만 터지면 내 이름을 거론하는데 친구 소개로 이경자 부회장을 두 번 정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김단장이 ‘만약 이경자씨가 검찰에 그렇게 진술했다면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데 따른 앙갚음으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쨌든 국정원 간부의 알선수재 혐의와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이제 검찰의 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