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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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파워게임은 더 이상 없다”

DJ, 청와대 비서진 약체로 구성한 까닭 … 임기마무리 권한도, 책임도 내가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2-23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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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청 파워게임은 더 이상 없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인사 배경이 무엇인지 아직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지난 9월10일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선호 정무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 임명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가 제기한 의문이다. 이 인사의 의문은 “임기 말 혼란 정국에 왜 이같은 약체 인물들을 기용했느냐”는 것으로 모아진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이회창 총재의 한 특보는 유선호 수석 발탁과 관련 “대화 상대가 아닌 것 같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과연 청와대 비서진 인사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YS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관용 부총재는 “당은 한광옥, 청와대는 박지원을 앞세워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치를 관장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비서실장에 비정치인 출신을 발탁, 행정업무를 전담시키는 대신 정치는 자신과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을 내세워 불필요한 갈등이나 혼선을 줄이자는 의도라는 것. 이로 인해 전체 비서진의 약화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 인사를 평가한다. 그는 “김대통령은 한광옥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축으로 하는 권력구조로 임기 후반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 구도의 중심에는 동교동계, 그 중에서도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구파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소야대가 주는 부담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를 보다 단순하게 몰고 가야 한다”는 게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

    여권 내 파워게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김대통령의 고도의 전략이 묻어 있다는 분석은 이와 같은 ‘단선(單線)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정치 사안에 대해 실장을 제1메신저로, 정무수석을 제2메신저로 활용해 왔으나 이들이 지나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 불필요한 당·청간 갈등을 유발했고,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비정치인 출신인 이실장을 발탁했다는 것.

    “집권 후반기 정국운영 훨씬 쉬워져”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한 인사는 “김중권 한광옥 등 전임 실장들이 동교동 신-구파 사이에서 또는 개인의 정치 욕심에 따라 당·청간 파워게임을 유발했고 이것이 통치력 약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권력 말기에 비서진들이 또 다시 정치적 욕심을 드러내거나 무엇을 도모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곧 비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YS정권 말기 강경식 부총리 등 몇몇 정치인의 정치적 야망이 결국 IMF 상황에 대한 혼선으로 이어졌다는 교훈을 김대통령이 곱씹었다는 것. 따라서 “비정치적 인사의 등장으로 일부 기능이 약화했지만 내부 갈등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오히려 김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국운영은 훨씬 쉬워졌다”는 게 이 인사의 총평이다.

    “당-청 파워게임은 더 이상 없다”
    유선호 정무수석 임명도 같은 논리를 적용한 것으로 이 인사는 보고 있다. 짧은 정치 경험이 정무수석직을 수행하는 데 부담스럽지만 부족한 역할은 박지원 수석과 한광옥 대표가 메울 것이라는 계산이다. 경우에 따라 김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인사의 판단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약화와 관련해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실의 과도한 역할을 배경으로 꼽는 인사도 있다(상자 기사 참조). YS정권 당시 정무비서관을 역임한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그때(YS정권)와 상황이 다르지만 국회와 정책 정치 등 상당 부분을 정책기획수석이 맡는 것 같다. 당연히 실장실과 정무 쪽 기능이 약화하지 않겠나”고 반문한다. 박수석의 과도한 역할론에 대한 비판은 이미 여권 내부에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남궁진 전 수석을 비롯해 문희상, 이강래, 김정길 등 역대 정무수석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단명한 것은 김대통령의 독특한 업무 스타일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수석 내정자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닮지 말아야 할 비서 모델로 YS정권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이원종 전 정무수석을 꼽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경고했다.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비서진 역할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불분명했다. 비서는 비서일 뿐이라는 김대통령의 말 대로라면 청와대 비서진의 활동 공간은 반으로 줄어든다”며 모든 것을 직접 관장하는 김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거론했다. 물론 다른 분석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정무수석들이 김대통령의 입맛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단명으로 끝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김정길 전 정무수석은 이와 관련해 “정무수석의 역할은 경우에 따라 비서실장보다 클 때도 있고, 심부름꾼에 머물 때도 있다”며 통치권자의 구상과 생각에 따라 역할이나 임무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약체로 평가하는 이번 비서실에 대해 김대통령은 큰 역할을 기대하지 않을 것으로 여권 인사들은 진단한다. 당의 한 인사는 “벌인 일을 마무리하는 정도의 기능을 원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모나지 않은 이실장이나 정치적 색깔이 없는 유수석은 적임자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미 여권 내부에서는 이실장의 역할에 대해 김대통령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며 경선 등 선거정국에서 혹 있을지도 모를 대선주자들의 항명 등을 조용하게 처리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유수석 역시 법률적 조언이나 당내 소장파 인사를 관리하는 정도의 역할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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