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여 년이 넘도록 한국 최고의 투수 자리를 지켜온 선동열(38·KBO 홍보위원). 그는 1995년 일본 프로 야구에 진출한 이래 단맛과 쓴맛을 골고루 맛보았다. 데뷔 첫해 2군 추락이라는 수모를 당했지만, 이듬해 구원 신기록을 세우며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부활했다. ‘선동열 신화’는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런 까닭에 해외파 선수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선위원에게서 그들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일본 프로 야구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한국 선수는 단연 구대성(오릭스)이다. 지난 17일 긴테스전에서는 4-4 동점이던 9회 2사 1루에서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3.1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 5세이브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구대성의 호투는 오릭스 코칭스태프의 불안감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하지만 선위원은 기대에 앞서 걱정을 나타냈다. 구대성이 초반부터 혹사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날(17일) 경기에서 구대성이 12회까지 던진 공은 모두 50개. 소방수의 한계 투구수를 훨씬 넘어선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16일 경기에서도 59개를 던졌다는 사실. 선위원이 주니치 시절 게임당 10~15개의 볼을 뿌렸던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오릭스에는 믿을 만한 중간 계투요원이 없어요. 그래서 상황이 급할 경우 대성이가 2, 3이닝을 던지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봐요. 일본은 한국보다 날씨가 습하기 때문에 무리한 투구를 할 경우 부상당할 우려가 높습니다. 앞으로 대성이가 투구 수를 줄이지 않으면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야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이종범의 거취다. 선위원은 2군으로 떨어진 이종범을 위로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야구 천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완벽한 선수였던 이종범. 그가 일본 진출 4년 만에 ‘퇴출’ 위기를 맞은 까닭은 무엇일까. 매스컴에서는 주로 호시노 감독과의 불화를 지적했지만, 선위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
“종범이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의 수준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종범이는 높은 코스를 좋아하는데 일본 투수들은 대개 낮은 공으로 승부해요. 종범이는 그 차이를 극복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최근 한국 매스컴은 이종범의 국내 컴백설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위원은 “종범이가 주니치를 떠나고 싶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도 종범이에게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1군에 올라가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면 트레이드를 요구할 것이고, 그것도 안 되면 국내로 돌아와야겠죠.”
일본 프로 야구 최고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는 세 명의 한국선수가 있다. 정민태, 정민철, 조성민. 모두 한국 야구를 주름잡던 대스타들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 한 달이 넘도록 1군 경기에 명함을 내민 선수는 정민철뿐이다. 부상도 원인이지만, 2장뿐인 용병 엔트리도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요미우리가 좋은 팀이긴 하지만, 세 선수가 같은 팀을 선택한 건 잘못이라고 봐요. 다른 팀에 갔으면 충분히 선발 5인방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뒤로 밀려 있잖아요. 이건 본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거죠.”
시즌 4번째 등판에서 첫 패배를 당한 박찬호(LA 다저스). 초반 2연승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투구 내용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모습이다. 다저스 코칭스태프도 서슴없이 박찬호를 팀의 에이스로 추켜세울 정도.
선위원은 “박찬호의 상승세는 피나는 훈련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서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구 스피드, 변화구, 게임 운영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다.
애리조나의 불펜을 맡고 있는 김병현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선위원이 특히 칭찬한 대목은 그의 공격적인 피칭. “투수가 최고의 수비를 하려면 우선 공격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요즘 한국의 젊은 투수들을 보면 너무 도망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는 성장할 수 없죠. 얻어맞더라도 자꾸 부딪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면 선위원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한때 일본 프로 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자신과 한솥밥을 먹던 이상훈의 좌절. 그는 지난 시즌 요란한 입단식을 치르고 메이저리그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올 시즌엔 일찌감치 엔트리에서 빠졌다. 메이저리그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는 상태. 이상훈은 선위원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하다.
“미국 야구는 기본적으로 ‘힘의 야구’입니다. 힘으로 싸워서 이겨야 하는데 지금 상훈이가 던지는 공으로는 힘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 할 수 없어요. 요즘 던지는 볼을 보니까 일본에서만큼도 안 되더군요. 게다가 상훈이는 지금 몸도 몹시 나빠요. 일본에서도 어깨가 좋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최근 2, 3년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국 야구의 기대주들을 싹쓸이했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만도 20여 명. 이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본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이상훈과 조진호 정도뿐이다. 같은 보스턴 소속인 김선우가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타자로는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이 호시탐탐 메이저리그 진출을 엿보고 있다.
그러나 선위원은 젊은 선수들의 무더기 해외 진출에는 비판적이다.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로 나갈 경우 선수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으로 가기만 하면, 박찬호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에요. 현재 20여 명 중에서 겨우 2명이 뛰고 있잖아요. 저는 어린 선수들이 먼저 국내 프로 야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해외로 가는 게 이롭다고 봐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가 해외 진출을 고집하는 걸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일본 프로 야구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한국 선수는 단연 구대성(오릭스)이다. 지난 17일 긴테스전에서는 4-4 동점이던 9회 2사 1루에서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3.1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 5세이브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구대성의 호투는 오릭스 코칭스태프의 불안감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하지만 선위원은 기대에 앞서 걱정을 나타냈다. 구대성이 초반부터 혹사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날(17일) 경기에서 구대성이 12회까지 던진 공은 모두 50개. 소방수의 한계 투구수를 훨씬 넘어선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16일 경기에서도 59개를 던졌다는 사실. 선위원이 주니치 시절 게임당 10~15개의 볼을 뿌렸던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오릭스에는 믿을 만한 중간 계투요원이 없어요. 그래서 상황이 급할 경우 대성이가 2, 3이닝을 던지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봐요. 일본은 한국보다 날씨가 습하기 때문에 무리한 투구를 할 경우 부상당할 우려가 높습니다. 앞으로 대성이가 투구 수를 줄이지 않으면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야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이종범의 거취다. 선위원은 2군으로 떨어진 이종범을 위로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야구 천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완벽한 선수였던 이종범. 그가 일본 진출 4년 만에 ‘퇴출’ 위기를 맞은 까닭은 무엇일까. 매스컴에서는 주로 호시노 감독과의 불화를 지적했지만, 선위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
“종범이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의 수준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종범이는 높은 코스를 좋아하는데 일본 투수들은 대개 낮은 공으로 승부해요. 종범이는 그 차이를 극복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최근 한국 매스컴은 이종범의 국내 컴백설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위원은 “종범이가 주니치를 떠나고 싶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도 종범이에게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1군에 올라가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면 트레이드를 요구할 것이고, 그것도 안 되면 국내로 돌아와야겠죠.”
일본 프로 야구 최고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는 세 명의 한국선수가 있다. 정민태, 정민철, 조성민. 모두 한국 야구를 주름잡던 대스타들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 한 달이 넘도록 1군 경기에 명함을 내민 선수는 정민철뿐이다. 부상도 원인이지만, 2장뿐인 용병 엔트리도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요미우리가 좋은 팀이긴 하지만, 세 선수가 같은 팀을 선택한 건 잘못이라고 봐요. 다른 팀에 갔으면 충분히 선발 5인방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뒤로 밀려 있잖아요. 이건 본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거죠.”
시즌 4번째 등판에서 첫 패배를 당한 박찬호(LA 다저스). 초반 2연승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투구 내용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모습이다. 다저스 코칭스태프도 서슴없이 박찬호를 팀의 에이스로 추켜세울 정도.
선위원은 “박찬호의 상승세는 피나는 훈련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서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구 스피드, 변화구, 게임 운영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다.
애리조나의 불펜을 맡고 있는 김병현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선위원이 특히 칭찬한 대목은 그의 공격적인 피칭. “투수가 최고의 수비를 하려면 우선 공격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요즘 한국의 젊은 투수들을 보면 너무 도망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는 성장할 수 없죠. 얻어맞더라도 자꾸 부딪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면 선위원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한때 일본 프로 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자신과 한솥밥을 먹던 이상훈의 좌절. 그는 지난 시즌 요란한 입단식을 치르고 메이저리그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올 시즌엔 일찌감치 엔트리에서 빠졌다. 메이저리그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는 상태. 이상훈은 선위원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하다.
“미국 야구는 기본적으로 ‘힘의 야구’입니다. 힘으로 싸워서 이겨야 하는데 지금 상훈이가 던지는 공으로는 힘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 할 수 없어요. 요즘 던지는 볼을 보니까 일본에서만큼도 안 되더군요. 게다가 상훈이는 지금 몸도 몹시 나빠요. 일본에서도 어깨가 좋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최근 2, 3년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국 야구의 기대주들을 싹쓸이했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만도 20여 명. 이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본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이상훈과 조진호 정도뿐이다. 같은 보스턴 소속인 김선우가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타자로는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이 호시탐탐 메이저리그 진출을 엿보고 있다.
그러나 선위원은 젊은 선수들의 무더기 해외 진출에는 비판적이다.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로 나갈 경우 선수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으로 가기만 하면, 박찬호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에요. 현재 20여 명 중에서 겨우 2명이 뛰고 있잖아요. 저는 어린 선수들이 먼저 국내 프로 야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해외로 가는 게 이롭다고 봐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가 해외 진출을 고집하는 걸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