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 앞에서만 선다. 아내가 저녁마다 살살 만져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아내가 퇴근해서 포옹하고 키스할 때도, 샤워하는 아내를 볼 때도, 아내가 내 앞에서 속옷을 갈아입을 때도 그렇다. 어떤 때는 전화로 아내 목소리만 들어도 나는 흥분한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진단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이 남자. 올해 마흔 네 살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고태규씨는 자서전 형식의 책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마당넓은집 펴냄)를 통해 부부 간의 가장 은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아내는 침대에서만큼은 아주 이기적인 여자로 변한다. 그래서 자기가 피곤할 때는 내가 어떻게 하든 내버려두지만, 자기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정열의 화신으로 변해서 무서운 여자가 된다. 그러고는 이렇게 협박한다. “오늘은 내 허락 없이는 안 돼.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해야 돼. 알았지?” 아내는 얼마나 까다로운지 할 때마다 좋아하는 체위가 다르다.’
사석에서 하기에도 낯뜨거운 이런 얘기를 책으로 펴내다니, ‘못 말리는’ 괴짜가 아닐까 상상하며 그를 만났지만 고씨는 의외로 얌전한 인상의 보통남자였다. 호주에 있는 부인이 책을 보고 화를 내지 않더냐고 물으니 “아내의 검열을 이미 거친 책이에요. 처음엔 더 야했어요”라고 말한다.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생명 홍보실과 덕성여대에서 9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고씨는 결혼한 지 6년 후, 그의 나이 서른다섯 되던 해에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단돈 4000만원을 들고 건너간 그곳에서 8년 동안 생활하면서 그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싸가지 없는’ 사람들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는 그곳에서, 정말 믿을 건 가족밖에 없더군요.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부부관계가 얼마나 남자 중심적이고 비합리적인지 깨달았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 아내는 일을 하고, 제가 집안살림을 도맡다시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죠. 밖에서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정생활의 모든 의무를 회피하려는 한국 남자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밖에서 돈 벌어오는 일’과 ‘집안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두말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라고요.”
힘들긴 했지만, 직접 요리한 음식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그는 가족에게 사랑을 준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퇴근한 아내에게 저녁 밥상을 차려주고 그녀 앞에 앉아서 그날 일어난 이런 일 저런 일을 쫑알거리기도 했다. 아내가 밥을 맛있게 먹지 않으면 속상해하고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 팬티스타킹도 기꺼이 빨았다. 팬티를 벗어 아무 데나 던져놓는 아내를 쫓아다니며 “팬티 좀 잘 벗어놓으라”고 잔소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런 아내가 조금도 밉지 않다는 고씨. ‘내 박사공부까지 다 뒷바라지 했는데 내가 그 정도도 못해주겠나’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함께 산 지 14년이 되었지만, 목하 열애중인 젊은 연인들처럼 살아가는 이들 부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싸우려고 결혼한 사람들처럼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댔고, 여자문제가 들통 나 이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임신중인 아내와 다투다 손찌검까지 해 아내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 한동안은 부부관계도 소원하고 덤덤하기만 해서 도대체 발기도 되지 않고 아내는 그런 그에게 자주 짜증을 냈다.
‘다 그렇게 사는 거지’라고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던 그는 호주에서 만난 외국인이 말 안 듣는 딸에게 “한국 남자한테 시집 보낸다”고 엄포를 놓고, 부부싸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든 채 ‘아무일 없다’며 돌려보내는 한국 부인들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 현지인들은 이런 한국 부부들의 생활을 ‘은폐의 문화’라고 쑥덕거렸다.
“가족이 행복하려면 먼저 제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알지만 성가시고 귀찮아서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의무사항을 제대로 실천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남편이 1을 투자하면 10을 돌려주는 것이 한국의 아내들 아닙니까.”
고씨는 부부 간의 성생활도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섹스는 ‘침실에 드는 시간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침실에서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저녁에 자리에 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내 아내나 남편을 편하게 해주고 기쁘게 해줄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서로가 만족하는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서로의 사랑이 아니라 테크닉에 의존하는 성생활은 오래 가지 못하고 건강하지도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느 부부들처럼 권태기도 있었지만 10년쯤 지나니 서로가 만족한 부부관계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침대에 들어가기 전 음악을 틀어놓고 홀딱 벗은 채 껴안고 블루스를 추는 것으로 전희를 시작합니다.”
춤을 추면서 애무를 하고 페팅을 하다 보면 둘 다 한껏 몸이 달아오른다. 고씨는 영화에서처럼 아내의 발끝에서 얼굴까지 훑어올라가면서 성감대를 정확히 자극한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어떻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부부라고 집에서만 관계하는 게 아니라 가끔은 야외로 나가 카섹스도 하고 칸막이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남들 눈을 피해 페팅을 즐기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만족보다 절정에 오른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짜릿하고, 그래서 아내에게 마스터베이션하는 방법까지 가르쳤다는 그는 오히려 마흔을 넘기면서 부부관계의 횟수도 늘고, 한 번 침대에 들면 2~3시간씩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박사논문을 써놓고 심사를 기다리며 한국에서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고씨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호주에 남아 있는 아내와 밤마다 화상채팅과 ‘폰섹스’를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그래서 호주에서 ‘스와핑 파티’에 가보자고 아내를 꼬드기던 남자지만, 고씨에게 지금의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당신’이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진단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이 남자. 올해 마흔 네 살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고태규씨는 자서전 형식의 책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마당넓은집 펴냄)를 통해 부부 간의 가장 은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아내는 침대에서만큼은 아주 이기적인 여자로 변한다. 그래서 자기가 피곤할 때는 내가 어떻게 하든 내버려두지만, 자기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정열의 화신으로 변해서 무서운 여자가 된다. 그러고는 이렇게 협박한다. “오늘은 내 허락 없이는 안 돼.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해야 돼. 알았지?” 아내는 얼마나 까다로운지 할 때마다 좋아하는 체위가 다르다.’
사석에서 하기에도 낯뜨거운 이런 얘기를 책으로 펴내다니, ‘못 말리는’ 괴짜가 아닐까 상상하며 그를 만났지만 고씨는 의외로 얌전한 인상의 보통남자였다. 호주에 있는 부인이 책을 보고 화를 내지 않더냐고 물으니 “아내의 검열을 이미 거친 책이에요. 처음엔 더 야했어요”라고 말한다.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생명 홍보실과 덕성여대에서 9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고씨는 결혼한 지 6년 후, 그의 나이 서른다섯 되던 해에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단돈 4000만원을 들고 건너간 그곳에서 8년 동안 생활하면서 그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싸가지 없는’ 사람들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는 그곳에서, 정말 믿을 건 가족밖에 없더군요.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부부관계가 얼마나 남자 중심적이고 비합리적인지 깨달았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 아내는 일을 하고, 제가 집안살림을 도맡다시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죠. 밖에서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정생활의 모든 의무를 회피하려는 한국 남자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밖에서 돈 벌어오는 일’과 ‘집안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두말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라고요.”
힘들긴 했지만, 직접 요리한 음식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그는 가족에게 사랑을 준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퇴근한 아내에게 저녁 밥상을 차려주고 그녀 앞에 앉아서 그날 일어난 이런 일 저런 일을 쫑알거리기도 했다. 아내가 밥을 맛있게 먹지 않으면 속상해하고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 팬티스타킹도 기꺼이 빨았다. 팬티를 벗어 아무 데나 던져놓는 아내를 쫓아다니며 “팬티 좀 잘 벗어놓으라”고 잔소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런 아내가 조금도 밉지 않다는 고씨. ‘내 박사공부까지 다 뒷바라지 했는데 내가 그 정도도 못해주겠나’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함께 산 지 14년이 되었지만, 목하 열애중인 젊은 연인들처럼 살아가는 이들 부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싸우려고 결혼한 사람들처럼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댔고, 여자문제가 들통 나 이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임신중인 아내와 다투다 손찌검까지 해 아내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 한동안은 부부관계도 소원하고 덤덤하기만 해서 도대체 발기도 되지 않고 아내는 그런 그에게 자주 짜증을 냈다.
‘다 그렇게 사는 거지’라고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던 그는 호주에서 만난 외국인이 말 안 듣는 딸에게 “한국 남자한테 시집 보낸다”고 엄포를 놓고, 부부싸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든 채 ‘아무일 없다’며 돌려보내는 한국 부인들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 현지인들은 이런 한국 부부들의 생활을 ‘은폐의 문화’라고 쑥덕거렸다.
“가족이 행복하려면 먼저 제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알지만 성가시고 귀찮아서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의무사항을 제대로 실천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남편이 1을 투자하면 10을 돌려주는 것이 한국의 아내들 아닙니까.”
고씨는 부부 간의 성생활도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섹스는 ‘침실에 드는 시간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침실에서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저녁에 자리에 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내 아내나 남편을 편하게 해주고 기쁘게 해줄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서로가 만족하는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서로의 사랑이 아니라 테크닉에 의존하는 성생활은 오래 가지 못하고 건강하지도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느 부부들처럼 권태기도 있었지만 10년쯤 지나니 서로가 만족한 부부관계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침대에 들어가기 전 음악을 틀어놓고 홀딱 벗은 채 껴안고 블루스를 추는 것으로 전희를 시작합니다.”
춤을 추면서 애무를 하고 페팅을 하다 보면 둘 다 한껏 몸이 달아오른다. 고씨는 영화에서처럼 아내의 발끝에서 얼굴까지 훑어올라가면서 성감대를 정확히 자극한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어떻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부부라고 집에서만 관계하는 게 아니라 가끔은 야외로 나가 카섹스도 하고 칸막이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남들 눈을 피해 페팅을 즐기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만족보다 절정에 오른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짜릿하고, 그래서 아내에게 마스터베이션하는 방법까지 가르쳤다는 그는 오히려 마흔을 넘기면서 부부관계의 횟수도 늘고, 한 번 침대에 들면 2~3시간씩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박사논문을 써놓고 심사를 기다리며 한국에서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고씨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호주에 남아 있는 아내와 밤마다 화상채팅과 ‘폰섹스’를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그래서 호주에서 ‘스와핑 파티’에 가보자고 아내를 꼬드기던 남자지만, 고씨에게 지금의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