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방에서 두 개의 선 중 더 긴 선을 골라내는 문제를 여러 사람과 함께 푼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짜고 짧은 선이 더 길다고 우길 때 과연 몇 사람이나 자기가 본 것대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애시(Solomon Asch)라는 미국의 심리학자가 실험한 바에 의하면 그의 피험자 중 3분의 2만 집단압력을 이기고 진실을 말했다고 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이었기에 3분의 2나 되었지, 집합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피험자들이었다면 그보다 훨씬 더 적지 않을까 싶다. 비교문화학자 호프스테드(Geert Hofstede)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집합주의는 조사대상 53개국 중 대만이나 남미 등과 함께 10위 안에 들 만큼 높다. 우리나라 문화의 집합주의적 성격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대표적인 것이 왕따현상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박경숙 박사팀이 전국 57개 초-중-고등학생 68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응답자 4명 중 1명이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왕따를 당한 학생과는 “무시하거나 같이 놀아주지 않는 것”(74%)은 물론 “욕하고 망신을 주고”(44%) 또 “시비를 걸고 (37%), “심지어 다른 사람과도 못 놀게 한다”(32%)고 한다. 학생들이 보는 왕따 대상은 “잘난 체, 착한 체, 예쁜 체하는 등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66%)를 가장 많이 꼽고 “이기적이거나 남을 무시하는 아이”(51%)가 그 다음이며 “거짓말, 고자질하는 아이”(48%), “말이나 행동이 이상한 아이”(36%) 등이 많이 꼽힌다고 한다. 반대로 왕따의 가해자가 되는 아이는 소위 “문제아”(31%)거나 “싸움을 잘하는 아이”(20%), “힘 자랑하는 아이”(10%)라고 한다. 왕따현상은 개인의 진실이나 의로움 또는 효율성보다 집단에의 무조건적인 결속을 더 강조하는 집합주의적 성격이 강한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의 한 정당에서는 어떤 국회의원이 ‘정도’를 걷겠다고 ‘잘난 체하고 튀는’ 행동을 했다며 집단에서 ‘왕따’를 시킨단다. 왕따현상에는 우리나라 정당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