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닭이 우는 것도 음모인가.” 민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최근 당내 개혁세력에 의한 당정쇄신론이 권력 암투의 음모론으로 변질된 사실에 대해 이같은 촌평을 던졌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12월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던진 권노갑 최고위원 2선 퇴진론은 그동안 쌓여온 여권의 모순과 비효율성, 무력증을 극복하고자 하는 ‘반성의 목소리’였지만, 권위원과 그의 측근들이 사실상 한화갑 최고위원을 지목하며 “배후가 있다”고 몰고감으로써 엉뚱한 파워게임으로 왜곡된 성격이 강하다.
음모설이 국정쇄신론 왜곡
권위원은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부의 알력과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으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여권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당정쇄신론을 알력과 갈등 쪽으로 초점을 흐린 것이 권위원 중심의 이른바 ‘평창동 캠프’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9일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권위원 2선 퇴진론을 제기하기 전에 앞서 이미 두 차례(7일과 8일)나 최고위원 모임을 통해 시중의 ‘민심지표’를 전달하면서 청와대 발언과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고 말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권위원도 정위원의 2선 퇴진론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셈. 다만 자신도 버젓이 있는 자리에서, 그것도 김대통령 앞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2선 퇴진을 말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하다.
그러나 1일의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당정쇄신안을 사전 조율하지 않고 각자가 모든 것에 대해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한다는 ‘결의’까지 했다. 최고위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직간(直諫)을 결의까지 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권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지만, 어쨌든 다음날의 청와대에서 ‘어떤 소리도 나올 수 있다’는 정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따라서 청와대 회의가 끝난 다음 음모론과 배후설을 내놓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크다.
현재 권위원 중심의 ‘평창동계’에서 주장하는 2선 퇴진 불가론의 요지는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론’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권위원이 2선으로 후퇴하면 김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김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다. “권위원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의 모습이라도 지탱하는 것”이라는 ‘권위원 역할론’과 “적(야당) 앞에서 단결해야 한다”는 단합론도 이들이 즐겨 내세우는 방어벽이다.
그러나 ‘순망치한론’은 집권당의 개혁과 변혁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감성적 여망과 이론적 명분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는 듯하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대통령이 레임덕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라가 결딴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지금 나라 자체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고 민생이 거덜나는 판에 누가 있어야 레임덕이 없다는 얘기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한가로운 주장”이라며 “당정쇄신을 제기했던 초반의 위기의식은 다 어디 가고 개인의 안위 문제가 논쟁의 핵심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자탄했다.
물론 여권의 당정쇄신론에 권력 다툼의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교동계 가운데서도 권위원과 김옥두 총장의 ‘평창동계’만이 여권 시스템 개조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정쇄신론 자체가 권력 투쟁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당분간 소강 상태로 접어든 여권의 내홍이 오는 25일께로 예정된 당정개편 내용을 숨죽이며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을 받고 돌아온 김대통령이 민심 수습의 첫 수순으로 밟을 당직개편에서는 또 한 차례 신주류의 부상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당정쇄신론의 일환으로 거론된 실세형 대표에 대해 김대통령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최고위원을 깊이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뜻하지 않은 파워게임 양상이 벌어지면서 이 구상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실세형 대표로의 전환을 모색했지만, 다시 서영훈 대표 같은 화합형 내지 관리형 대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그렇지만 김중권 대표 카드로 현 위기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실세형 대표론’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닌 듯하다.
인재 기용 범위가 매우 협소한 현 정권의 입장에서 매우 ‘획기적인’ 대표를 내놓기는 어렵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이홍구 전 주미대사가 새 대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특히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스웨덴 노벨상위원회의 만찬에 개인 자격으로 초청받아 세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종찬 전 원장의 노벨상위원회 만찬 참석은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이라며 “김대통령이 이를 승낙한 것은 그의 재기용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현재 대표가 아닌 신임 비서실장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종찬, 이홍구씨 새 대표로 급부상
이홍구 전 주미대사는 구여권인 신한국당 대표를 지낸 경력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중용했다는 점에서 재기용 가능성이 상존했다. 특히 이홍구 전 대사는 6공 노태우 정권 시절 통일원 장관을 맡으면서 당시 정부의 통일론이었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실질적으로 입안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6공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자체가 김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과 매우 흡사했던 것. 지난 91년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뉴욕에서 “우리의 통일방안과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결국은 한꺼번에 묶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김대통령의 ‘낮은 단계로의 연방제’ 발언과 거의 성격이 같은 것으로 그 뒤에는 이홍구 통일원 장관이 있었던 것.
이 밖에 김원기 고문과 이수성 전 총리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김대통령은 정권 초기 김중권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신주류 위주로 정권 운용의 중심축을 만들었다. 당시 김실장의 당쪽 카운터 파트가 한화갑 최고위원. 원활한 당정관계를 위해 유기적인 업무 협조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따라서 당시 한화갑 사무총장은 동교동계이면서도 김실장(현 최고위원), 이종찬 국정원장, 김한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현 문화관광부 장관), 정동영 대변인(현 최고위원), 장성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현 의원) 등과 함께 신주류로 구분됐다. 성향으로 보았을 때도 매끄러운 조합이다.
그러나 초기의 신주류는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일대 위기를 맞았고, 책임정치론(가신들이 전면에 등장해 국정운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을 앞세운 권노갑-한광옥 진영의 파상 공세로 말미암아 한광옥 비서실장-김옥두 총장 체제의 구주류 구도로 전환되었다. 4·13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막후에서 조정한 것도 이 체제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총선 결과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고, 이후 한빛은행 거액대출 의혹사건이나 교섭단체 구성안 국회 운영위 날치기 및 검찰총장 탄핵안 상정 저지 등 각종 사건, 경제 위기의 중첩 등을 통해 야당에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무기력 양상을 드러냈다. 8·30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일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이 때에도 쇄신의 기회를 상실하고 지금까지 ‘버티기’로 일관해온 것.
김근태 최고위원이 7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까지 거론하며 ‘집권 2기에 전진배치된 동교동계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바로 그들이 책임정치론을 전진 배치의 명분으로 삼은 까닭도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김근태 최고위원은 권노갑-한광옥 체제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할 시점이 아니냐’고 추궁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이러저러한 사안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이렇게 조치하겠다’고 결론까지 내려 보고하는 유형과, 사안에 대한 보고만 하고 대통령의 조치를 기다리고만 있는 유형이 있다”며 “김중권 전 실장은 전자였다”고 말한다. 한광옥 실장 체제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론이다.
당초 한광옥 실장은 폭넓은 당정개편론에도 불구하고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다. 김대통령이 권노갑 위원을 완전히 내치지 못하는 이상 ‘누군가 한 명은 청와대에 남아야 한다’는 권위원측 입장을 제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서는 한실장도 교체 범주에 넣은 대폭 교체가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김대통령이 8일 출국하면서 “귀국 후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국정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대수술’을 예고한다.
‘집권 3기’를 이끌 면모들이 어떠할 것인지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구주류의 퇴조와 신주류의 재부상이라는 여권 내 역학관계의 흐름은 뚜렷한 듯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12월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던진 권노갑 최고위원 2선 퇴진론은 그동안 쌓여온 여권의 모순과 비효율성, 무력증을 극복하고자 하는 ‘반성의 목소리’였지만, 권위원과 그의 측근들이 사실상 한화갑 최고위원을 지목하며 “배후가 있다”고 몰고감으로써 엉뚱한 파워게임으로 왜곡된 성격이 강하다.
음모설이 국정쇄신론 왜곡
권위원은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부의 알력과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으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여권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당정쇄신론을 알력과 갈등 쪽으로 초점을 흐린 것이 권위원 중심의 이른바 ‘평창동 캠프’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9일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권위원 2선 퇴진론을 제기하기 전에 앞서 이미 두 차례(7일과 8일)나 최고위원 모임을 통해 시중의 ‘민심지표’를 전달하면서 청와대 발언과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고 말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권위원도 정위원의 2선 퇴진론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셈. 다만 자신도 버젓이 있는 자리에서, 그것도 김대통령 앞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2선 퇴진을 말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하다.
그러나 1일의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당정쇄신안을 사전 조율하지 않고 각자가 모든 것에 대해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한다는 ‘결의’까지 했다. 최고위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직간(直諫)을 결의까지 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권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지만, 어쨌든 다음날의 청와대에서 ‘어떤 소리도 나올 수 있다’는 정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따라서 청와대 회의가 끝난 다음 음모론과 배후설을 내놓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크다.
현재 권위원 중심의 ‘평창동계’에서 주장하는 2선 퇴진 불가론의 요지는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론’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권위원이 2선으로 후퇴하면 김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김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다. “권위원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의 모습이라도 지탱하는 것”이라는 ‘권위원 역할론’과 “적(야당) 앞에서 단결해야 한다”는 단합론도 이들이 즐겨 내세우는 방어벽이다.
그러나 ‘순망치한론’은 집권당의 개혁과 변혁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감성적 여망과 이론적 명분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는 듯하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대통령이 레임덕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라가 결딴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지금 나라 자체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고 민생이 거덜나는 판에 누가 있어야 레임덕이 없다는 얘기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한가로운 주장”이라며 “당정쇄신을 제기했던 초반의 위기의식은 다 어디 가고 개인의 안위 문제가 논쟁의 핵심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자탄했다.
물론 여권의 당정쇄신론에 권력 다툼의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교동계 가운데서도 권위원과 김옥두 총장의 ‘평창동계’만이 여권 시스템 개조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정쇄신론 자체가 권력 투쟁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당분간 소강 상태로 접어든 여권의 내홍이 오는 25일께로 예정된 당정개편 내용을 숨죽이며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을 받고 돌아온 김대통령이 민심 수습의 첫 수순으로 밟을 당직개편에서는 또 한 차례 신주류의 부상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당정쇄신론의 일환으로 거론된 실세형 대표에 대해 김대통령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최고위원을 깊이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뜻하지 않은 파워게임 양상이 벌어지면서 이 구상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실세형 대표로의 전환을 모색했지만, 다시 서영훈 대표 같은 화합형 내지 관리형 대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그렇지만 김중권 대표 카드로 현 위기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실세형 대표론’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닌 듯하다.
인재 기용 범위가 매우 협소한 현 정권의 입장에서 매우 ‘획기적인’ 대표를 내놓기는 어렵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이홍구 전 주미대사가 새 대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특히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스웨덴 노벨상위원회의 만찬에 개인 자격으로 초청받아 세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종찬 전 원장의 노벨상위원회 만찬 참석은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이라며 “김대통령이 이를 승낙한 것은 그의 재기용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현재 대표가 아닌 신임 비서실장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종찬, 이홍구씨 새 대표로 급부상
이홍구 전 주미대사는 구여권인 신한국당 대표를 지낸 경력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중용했다는 점에서 재기용 가능성이 상존했다. 특히 이홍구 전 대사는 6공 노태우 정권 시절 통일원 장관을 맡으면서 당시 정부의 통일론이었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실질적으로 입안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6공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자체가 김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과 매우 흡사했던 것. 지난 91년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뉴욕에서 “우리의 통일방안과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결국은 한꺼번에 묶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김대통령의 ‘낮은 단계로의 연방제’ 발언과 거의 성격이 같은 것으로 그 뒤에는 이홍구 통일원 장관이 있었던 것.
이 밖에 김원기 고문과 이수성 전 총리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김대통령은 정권 초기 김중권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신주류 위주로 정권 운용의 중심축을 만들었다. 당시 김실장의 당쪽 카운터 파트가 한화갑 최고위원. 원활한 당정관계를 위해 유기적인 업무 협조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따라서 당시 한화갑 사무총장은 동교동계이면서도 김실장(현 최고위원), 이종찬 국정원장, 김한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현 문화관광부 장관), 정동영 대변인(현 최고위원), 장성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현 의원) 등과 함께 신주류로 구분됐다. 성향으로 보았을 때도 매끄러운 조합이다.
그러나 초기의 신주류는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일대 위기를 맞았고, 책임정치론(가신들이 전면에 등장해 국정운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을 앞세운 권노갑-한광옥 진영의 파상 공세로 말미암아 한광옥 비서실장-김옥두 총장 체제의 구주류 구도로 전환되었다. 4·13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막후에서 조정한 것도 이 체제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총선 결과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고, 이후 한빛은행 거액대출 의혹사건이나 교섭단체 구성안 국회 운영위 날치기 및 검찰총장 탄핵안 상정 저지 등 각종 사건, 경제 위기의 중첩 등을 통해 야당에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무기력 양상을 드러냈다. 8·30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일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이 때에도 쇄신의 기회를 상실하고 지금까지 ‘버티기’로 일관해온 것.
김근태 최고위원이 7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까지 거론하며 ‘집권 2기에 전진배치된 동교동계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바로 그들이 책임정치론을 전진 배치의 명분으로 삼은 까닭도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김근태 최고위원은 권노갑-한광옥 체제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할 시점이 아니냐’고 추궁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이러저러한 사안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이렇게 조치하겠다’고 결론까지 내려 보고하는 유형과, 사안에 대한 보고만 하고 대통령의 조치를 기다리고만 있는 유형이 있다”며 “김중권 전 실장은 전자였다”고 말한다. 한광옥 실장 체제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론이다.
당초 한광옥 실장은 폭넓은 당정개편론에도 불구하고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다. 김대통령이 권노갑 위원을 완전히 내치지 못하는 이상 ‘누군가 한 명은 청와대에 남아야 한다’는 권위원측 입장을 제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서는 한실장도 교체 범주에 넣은 대폭 교체가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김대통령이 8일 출국하면서 “귀국 후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국정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대수술’을 예고한다.
‘집권 3기’를 이끌 면모들이 어떠할 것인지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구주류의 퇴조와 신주류의 재부상이라는 여권 내 역학관계의 흐름은 뚜렷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