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들에 둘러싸여 아기를 안고 벌벌 떠는 어머니를 상상해봐라. 터키인들은 오락거리를 생각해냈어. 아이가 웃도록 그들도 웃었지. 마침내 아기도 웃었어. 그 순간 한 터키인이 아기 얼굴에 권총을 들이댔는데, 아이는 방실방실 웃으며 그 작은 손을 권총을 향해 내밀었고, 터키인은 방아쇠를 당겨서 아이의 머리를 날려버린 거야. 예술적이지 않니? … 내 생각에 악마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이 그를 창조해낸 거야. 인간은 자신의 이미지와 그 유사함으로 악마를 만들어낸 거지.”
-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중에서.
18세기가 끝나고 19세기가 시작될 무렵의 스페인을 그린 초상화라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닌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스페인은 계몽주의의 탄압, 나폴레옹과의 전쟁, 마녀재판 등의 사회악이 만연했다. 그런 부조리한 상황에 더해, 비교적 순탄하게 왕족-귀족의 주문화, 초상화를 제작해서 성공적인 화가의 길을 걷던 고야에게 40대에 청각을 잃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청력 상실, 사회적 부조리, 예술가로서의 고뇌 등으로 인해 고야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었는데, 그중 주요 판화작품이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전시된다.
예술적 자유분방함으로 마법, 기괴한 동물, 희화화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변덕’(Caprichos),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인한 참화를 고발하고 당시 정치적 상황을 상징화한 ‘전쟁의 참화’(Los Desastres de la Guerra), 인간과 소를 등장시켜 인간의 영웅적 행위 이면에 존재하는 잔학한 살육행위를 고발하는 ‘투우’(La Tauromaquia), 그리고 ‘어리석음’(Disparates)으로 명명된 4편의 판화집, 총 160여점의 작품이 그것이다. 전시는 권력의 행사와 사회구조, 여자들, 폭력과 죽음, 괴기함과 인간의 조건이라는 4개 주제로 나뉘어 ‘얼굴은 영혼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관점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독특하지만 그 덕분에 더욱 보편적이다. 고야가 살았던 세계의 많은 부분들이 오늘날의 사회-정치적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프랑스 혁명 이후 서구 사회에서 경제가 부흥하고 기술의 발전이 있었음에도, 걷히지 않는 중동의 전운, 밀로셰비치라는 사악한 인물이 빚어낸 유혈사태, 톈안문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죽음 등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암흑-공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깊다.
불행히도, 18세기 유럽에 만연했던 미신과 부조리를 타파하고 인간의 이성으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했던 계몽주의 사상도 그 암흑을 밝혀주지 못했다. 사회 비판적인 주제에 항시 ‘허무’ ‘우수’라는 전통 도상을 유지했던 화가, 인간이 지닌 악하고 어두운 면을 통해 진리를 찾아 헤맨 화가 고야. 모든 사물에는 ‘빛-어둠‘이 함께 내재하며, 빛은 이러한 어둠에서 생성된다. 그의 예술은 무엇이 ‘어둠’인지를 밝히면서 지속적으로 빛을 찾는 노력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의 의의라면 그가 지녔던 독특한 예술적 비전으로 오늘날의 신화와 현실을 그려본다는 것인데, 미술관의 벽과 담을 넘어서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의 사유와 느낌을 유발하는 미적 경험이 되리라 본다. 10월27일∼11월28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문의:02-779-5310∼2.
-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중에서.
18세기가 끝나고 19세기가 시작될 무렵의 스페인을 그린 초상화라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닌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스페인은 계몽주의의 탄압, 나폴레옹과의 전쟁, 마녀재판 등의 사회악이 만연했다. 그런 부조리한 상황에 더해, 비교적 순탄하게 왕족-귀족의 주문화, 초상화를 제작해서 성공적인 화가의 길을 걷던 고야에게 40대에 청각을 잃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청력 상실, 사회적 부조리, 예술가로서의 고뇌 등으로 인해 고야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었는데, 그중 주요 판화작품이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전시된다.
예술적 자유분방함으로 마법, 기괴한 동물, 희화화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변덕’(Caprichos),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인한 참화를 고발하고 당시 정치적 상황을 상징화한 ‘전쟁의 참화’(Los Desastres de la Guerra), 인간과 소를 등장시켜 인간의 영웅적 행위 이면에 존재하는 잔학한 살육행위를 고발하는 ‘투우’(La Tauromaquia), 그리고 ‘어리석음’(Disparates)으로 명명된 4편의 판화집, 총 160여점의 작품이 그것이다. 전시는 권력의 행사와 사회구조, 여자들, 폭력과 죽음, 괴기함과 인간의 조건이라는 4개 주제로 나뉘어 ‘얼굴은 영혼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관점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독특하지만 그 덕분에 더욱 보편적이다. 고야가 살았던 세계의 많은 부분들이 오늘날의 사회-정치적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프랑스 혁명 이후 서구 사회에서 경제가 부흥하고 기술의 발전이 있었음에도, 걷히지 않는 중동의 전운, 밀로셰비치라는 사악한 인물이 빚어낸 유혈사태, 톈안문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죽음 등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암흑-공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깊다.
불행히도, 18세기 유럽에 만연했던 미신과 부조리를 타파하고 인간의 이성으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했던 계몽주의 사상도 그 암흑을 밝혀주지 못했다. 사회 비판적인 주제에 항시 ‘허무’ ‘우수’라는 전통 도상을 유지했던 화가, 인간이 지닌 악하고 어두운 면을 통해 진리를 찾아 헤맨 화가 고야. 모든 사물에는 ‘빛-어둠‘이 함께 내재하며, 빛은 이러한 어둠에서 생성된다. 그의 예술은 무엇이 ‘어둠’인지를 밝히면서 지속적으로 빛을 찾는 노력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의 의의라면 그가 지녔던 독특한 예술적 비전으로 오늘날의 신화와 현실을 그려본다는 것인데, 미술관의 벽과 담을 넘어서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의 사유와 느낌을 유발하는 미적 경험이 되리라 본다. 10월27일∼11월28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문의:02-779-53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