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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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 건교부 장관 “사랑해요 판교”

토공사장 때부터 신도시 개발 물밑 점검…숱한 반대에도 추진 의사 내비쳐

  • 입력2005-05-16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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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기 건교부 장관 “사랑해요 판교”
    2000년10월10일 국토연구원, 경기 성남시 판교 250만평에 신도시 지을 것을 권고. 건설교통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판교 신도시 건설’ 시사. 10월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수도권 신도시 추가건설 반대 입장 정리. 10월13일 건교부, 자체 대책회의에서 판교 신도시 불가피 입장 재확인. 10월16일 대통령, 사실상 ‘판교 신도시 건설 재검토’ 지시. 10월18일 민주당, 당정협의에서 건교부 성토, 판교 신도시개발계획 유보. 그러나 건교부, ‘종합적 검토 거쳐 다시 협의하겠다’며 신도시 추진의사 내비침.

    서울 강남과 분당 신도시 사이의 유일한 녹지대 판교가 최근 신도시개발 논란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중 특히 건교부의 태도가 시선을 끈다. 건교부는 ‘솔직 당당하지 않은 방식’(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으로 신도시정책을 발표하더니 대통령과 여당의 제동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도시 조성의 주된 명분은 ‘수도권 주택난’과 ‘난개발 방지’. 그러나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정책적 문제를 이처럼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까닭을 모르겠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더구나 건교부는 1년 전만 해도 “판교 신도시 개발은 불가하다”고 말해왔다.

    ‘절대 밑지지 않는 장사’ 큰 매력

    이와 관련, ‘주간동아’의 취재 결과 김윤기 건교부 장관이 장관취임 직전인 한국토지공사 사장 재임 시절, 1억5000만원 이상의 자체 예산을 들여 ‘신도시 조성’을 전제로 한 판교 지역 개발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토공은 상급기관인 건교부와 마찰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이 용역보고서를 대내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이는 판교 신도시개발 결정권한을 가진 주무부처 장관이 적극적으로 ‘개발론자’의 입장에 서왔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건교부 신도시개발정책의 객관성, 신뢰성 문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나타난 건교부의 이상한 행보들도 결국 장관의 ‘판교 신도시 편애’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99년 1월 성남시가 판교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계획한다는 얘기가 들리자 건교부는 “판교 신도시 조성은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당시 이건춘 장관은 “수도권 인구집중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며 판교 신도시 건설에 반대했다. 그러나 건교부 산하 한국토지공사의 김윤기 사장은 판교 문제에 대해 정반대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토공의 간부 A씨는 “당시 토공 경영진은 판교에 반드시 신도시가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윤기 사장은 ‘수도권여건변동에 따른 새로운 택지개발방향모색’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서울대학교 공학연구소에 의뢰했다. 토공의 판교 신도시 구상을 좀더 구체화해 보자는 취지였다. 1억5000만∼2억원의 용역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이 연구는 수도권의 주택, 교통여건의 변동을 분석해 개발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선정한 뒤 거기에 수도권의 기능을 배분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50쪽에 이르는 보고서 대부분은 판교 문제에 집중됐다. A씨는 “수도권 다른 지역들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그것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토공이 많은 용역비를 들인 이유는 오직 판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판교를 1ha당 150명 정도의 밀도(분당 1ha당 180명)로 280만평을 개발해 거주 인구 14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 일부 부지에 첨단 벤처단지가 들어선다는 것. 성남시,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택지개발해 초기비용을 줄이면서 아파트단지의 절반은 중대형 단지로 조성하고 상업용지와 벤처단지의 분양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이 연구는 판교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전제 하에서 토공이 자체적으로 신도시개발의 방향과 관련된 여러 사안을 미리 점검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 판교 신도시 개발계획이 확정될 경우 사업시행자 선정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신도시건설을 반대하고 있던 건교부가 산하기관인 토공에서 이런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토공은 왜 판교에 집착하는 것일까. 토공 관계자는 “판교 신도시 건설을 통한 수위도시권의 경쟁력 강화가 곧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판교 개발은 3조원 이상 들어가는 대형프로젝트이면서 절대로 밑지지 않는 장사라는 점에 있다. 지난 94년 착공한 대구 북구 칠곡3택지개발지구. 한국토지공사가 손댔다가 지금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단독택지, 공동택지, 상업용지 등 상당수 땅이 분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토공 관계자는 “다른 곳에 신도시를 지어도 칠곡3지구처럼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판교는 다르다. 판교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이기 전 판교 땅 1평을 팔면 분당에서 20평을 산다는 얘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수도권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는 개발예정지는 이제 판교 밖에 없다고 말한다. 당장 건설경기부양이 급하긴 하지만 판교 이외의 수도권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설업체도 많다고 한다.

    올해 1월 김윤기 건교부 장관의 취임은 하급기관장이 장관으로 승진됐다는 점 이외에 또다른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바로 신도시 개발의 ‘메카’인 토공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그는 22년간 토공에 근무하면서 분당, 일산, 평촌, 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건설한 장본인이었다. 김장관의 취임 일성은 “판교를 개발한다면 자족기능을 가진 저밀도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기존 건교부의 방침을 뒤엎으며 판교 개발의 애드벌룬을 띄운 셈이다.

    전임 이장관 시설 토공은 판교 개발에 관한 자체 연구결과를 쉬쉬하며 대외적으로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토공 내부에서 ‘맏형’으로 통한다는 김장관의 취임 이후 사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토공간부 A씨는 “올 들어 건교부를 상대로 토공은 판교 신도시개발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토공 출신이 장관이 되고 나서부터 판교 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낮추던 토공이 건교부를 상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됐다는 것. “토공은 판교 신도시개발 사업시행자로 선정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고위층은 건교부의 국장이나 차관보급 이상을 상대로, 중간 간부는 건교부의 중간 간부를 상대로 판교 신도시 건설과 관련된 로비를 폈다. 건교부 관리들은 토공의 주장에 대해 수긍하기 시작했으며 10월18일 당정협의 이후에도 이런 생각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A씨)

    판교 개발을 놓고 환경단체들과 판교 거주 주민들 사이에 이견이 팽팽하다. 경부고속도로 판교 부근엔 하루 평균 23만5808대의 차량이 지나고 있다(99년 건교부 조사·전국 고속도로 평균치의 4배). 이 한 가지 조사에서도 판교 신도시개발에 수많은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음이 나타난다. 정부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보다 더 공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교 신도시 개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주무부서인 건교부와 건교부 장관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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