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밀 입수하려면 다른 데 갈 필요 없어요. 부대 부근 컴퓨터 수리업체가 군 기밀 집합소입니다.”
군에 보급된 컴퓨터의 보안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부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가 고장날 경우 아무런 사전조치나 제재 없이 부대 밖으로 컴퓨터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 것. 이같은 사실은 ‘주간동아’ 취재진이 중부전선 일대를 현장 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군부대에서 일반 수리업체에 맡긴 컴퓨터에는 각종 군사 기밀들이 대부분 그대로 저장돼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8월30일 오후 중부전선 최전방인 강원도 철원의 컴퓨터 수리업체 K사. “군인들이 부대에서 쓰다 고장난 컴퓨터의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려고 왔다”고 하자 주인 A씨는 대뜸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사실이 알려지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온다”는 것이 이유.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로 말문을 터놓자 조금씩 놀라운 사실들을 쏟아냈다.
“지역 특성상 손님의 70, 80%가 군인이다. 이들이 없으면 먹고살기 힘들다. 요즘에는 좀 줄었지만 전에는 인근 부대에서 하루에도 4, 5건씩 수리 의뢰가 들어왔다. 윈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고장이 나면 하드디스크도 거의 같이 들어온다. 이들이 가져온 하드디스크에는 부대에서 쓰던 각종 파일들이 그대로 저장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지 몰라 하드디스크에 있는 파일들을 다른 곳에 옮겨놓은 뒤 수리가 끝나면 다시 복구시키는 방법으로 수리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실수든 고의든 비밀이 새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도 군의 컴퓨터 보안관리 체계에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다른 사단이 관할하고 있는 인근 지역의 업체 관계자 B씨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컴퓨터 수리를 많이 맡기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뿐만 아니고 부대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 나는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 보지도 않고 고친다. 컴퓨터가 군에 많이 보급돼 있는데 문제가 생겨 고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외부에 맡기는 것 같다.”
군인들이 부대에서 쓰던 컴퓨터 수리를 부대 밖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은 불법이다. 군은 보안상의 이유로 컴퓨터를 수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상급부대에 수리를 맡기도록 하고 있다. 중대에서 쓰던 컴퓨터가 고장날 경우 대대`-`연대`-`사단을 거쳐 군단에 입고돼 수리하는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수리에 걸리는 시간. 빨라야 보름 정도고, 길면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속이 타는 것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선 부대다. 할 일은 쌓이는데 정식 경로를 밟아 컴퓨터를 수리할 경우 언제 고쳐서 돌아올지 모르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부대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것.
더 큰 문제는 들고 나간 컴퓨터가 군사기밀의 집합체라는 데 있다. 장비 및 부대원 현황, 훈련계획 등 각종 군사기밀들이 그대로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상태에서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전방 지역인 점을 감안할 때 군사보안 측면에서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수리업체 관계자는 “군인들이 하드디스크를 깨끗이 비울 만한 실력도 없는 듯하고 그래야 한다는 의식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부 하사관이나 장교들의 경우 부대 밖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맡길 때도 있는데 이때도 각종 군 관련 파일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대에서 완료하지 못한 작업을 집에서 추가 작업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론된다.
수리하는 동안 군인들이 지켜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컴퓨터가 수리에 들어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갈 때까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각종 군 관련 파일들이 무방비 상태에 있는 것. 만약 수리하는 사람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엄청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군 입장에서 보자면 종이도 아닌 컴퓨터 파일이라 어떤 내용이 빠져나갔는지조차 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에 비해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경기도 포천군 모 군단 소속 하사관이 부대 밖 민간인과 하드디스크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던 대규모 군사기밀이 유출된 사건 이후 컴퓨터 보안사고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것. 그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고의 재발에 만전을 기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한 컴퓨터 수리업체 관계자는 “그 사건 이후 군인들이 컴퓨터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50%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많아야 일주일에 2, 3건 정도라는 것.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옛날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많은 시일이 걸리는 군의 컴퓨터 수리체계, 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군 간부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군부대 컴퓨터는 계속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업체 관계자들은 “최소한 연대 단위별로 컴퓨터 수리반을 운용하거나, 철저한 보안조사를 거친 부대 밖 민간업체와 수리계약을 맺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대책이 주목된다.
군에 보급된 컴퓨터의 보안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부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가 고장날 경우 아무런 사전조치나 제재 없이 부대 밖으로 컴퓨터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 것. 이같은 사실은 ‘주간동아’ 취재진이 중부전선 일대를 현장 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군부대에서 일반 수리업체에 맡긴 컴퓨터에는 각종 군사 기밀들이 대부분 그대로 저장돼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8월30일 오후 중부전선 최전방인 강원도 철원의 컴퓨터 수리업체 K사. “군인들이 부대에서 쓰다 고장난 컴퓨터의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려고 왔다”고 하자 주인 A씨는 대뜸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사실이 알려지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온다”는 것이 이유.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로 말문을 터놓자 조금씩 놀라운 사실들을 쏟아냈다.
“지역 특성상 손님의 70, 80%가 군인이다. 이들이 없으면 먹고살기 힘들다. 요즘에는 좀 줄었지만 전에는 인근 부대에서 하루에도 4, 5건씩 수리 의뢰가 들어왔다. 윈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고장이 나면 하드디스크도 거의 같이 들어온다. 이들이 가져온 하드디스크에는 부대에서 쓰던 각종 파일들이 그대로 저장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지 몰라 하드디스크에 있는 파일들을 다른 곳에 옮겨놓은 뒤 수리가 끝나면 다시 복구시키는 방법으로 수리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실수든 고의든 비밀이 새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도 군의 컴퓨터 보안관리 체계에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다른 사단이 관할하고 있는 인근 지역의 업체 관계자 B씨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컴퓨터 수리를 많이 맡기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뿐만 아니고 부대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 나는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 보지도 않고 고친다. 컴퓨터가 군에 많이 보급돼 있는데 문제가 생겨 고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외부에 맡기는 것 같다.”
군인들이 부대에서 쓰던 컴퓨터 수리를 부대 밖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은 불법이다. 군은 보안상의 이유로 컴퓨터를 수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상급부대에 수리를 맡기도록 하고 있다. 중대에서 쓰던 컴퓨터가 고장날 경우 대대`-`연대`-`사단을 거쳐 군단에 입고돼 수리하는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수리에 걸리는 시간. 빨라야 보름 정도고, 길면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속이 타는 것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선 부대다. 할 일은 쌓이는데 정식 경로를 밟아 컴퓨터를 수리할 경우 언제 고쳐서 돌아올지 모르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부대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것.
더 큰 문제는 들고 나간 컴퓨터가 군사기밀의 집합체라는 데 있다. 장비 및 부대원 현황, 훈련계획 등 각종 군사기밀들이 그대로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상태에서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전방 지역인 점을 감안할 때 군사보안 측면에서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수리업체 관계자는 “군인들이 하드디스크를 깨끗이 비울 만한 실력도 없는 듯하고 그래야 한다는 의식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부 하사관이나 장교들의 경우 부대 밖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맡길 때도 있는데 이때도 각종 군 관련 파일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대에서 완료하지 못한 작업을 집에서 추가 작업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론된다.
수리하는 동안 군인들이 지켜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컴퓨터가 수리에 들어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갈 때까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각종 군 관련 파일들이 무방비 상태에 있는 것. 만약 수리하는 사람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엄청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군 입장에서 보자면 종이도 아닌 컴퓨터 파일이라 어떤 내용이 빠져나갔는지조차 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에 비해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경기도 포천군 모 군단 소속 하사관이 부대 밖 민간인과 하드디스크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던 대규모 군사기밀이 유출된 사건 이후 컴퓨터 보안사고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것. 그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고의 재발에 만전을 기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한 컴퓨터 수리업체 관계자는 “그 사건 이후 군인들이 컴퓨터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50%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많아야 일주일에 2, 3건 정도라는 것.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옛날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많은 시일이 걸리는 군의 컴퓨터 수리체계, 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군 간부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군부대 컴퓨터는 계속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업체 관계자들은 “최소한 연대 단위별로 컴퓨터 수리반을 운용하거나, 철저한 보안조사를 거친 부대 밖 민간업체와 수리계약을 맺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대책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