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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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춘’ 제2의 실리콘밸리는 꿈인가

중국 인터넷의 상징적 거리…여건 비슷하나 기업규모·인적 네트워크 열세

  • 입력2005-06-15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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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관춘’ 제2의 실리콘밸리는 꿈인가
    ‘중관춘’(中關村). 중국의 인터넷 발전을 상징하는 베이징 거리의 이름이다. 베이징 대학 부근에 위치한 중관춘은 서울의 테헤란밸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인터넷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중관춘 거리를 이끌고 있는 인물 대부분은 미국 유학파며 이들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관춘의 미래에 낙관적인 사람들은 야후 사이트를 세계적 유명 사이트로 발전시킨 사람이 중국인 양즈위엔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중관춘이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중국 내에서조차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교차하고 있는 것.

    중관춘이 머지않아 제2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낙관론자들은 먼저 실리콘밸리에 스탠퍼드대학과 버클리대학이라는 유명 대학이 있듯, 중관춘에도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실리콘밸리가 이들 대학이 배출한 프로그래머의 낙원인 것처럼 중관춘도 프로그래머들의 집산지라는 사실이 이런 주장의 근거다.

    이들은 중관춘에 롄상(聯想), 팡정(方正) 등 저명한 중국 기업이 모여 있다는 점도 중관춘의 미래를 보장하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말한다. Intel, HP 등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하이테크기업이 맡은 역할을 이들 기업이 똑같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중관춘이 실리콘밸리가 된다는 건 ‘꿈같이 요원한 일’이라며 비관론을 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Intel, HP, Cisco 등의 미국기업과 롄상, 팡정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웬만한 국가의 GNP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는 매머드기업들과 판매수입이나 이윤, 시가총액 면에서 보잘것없는 중국기업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

    또 정부 주도의 산업집단에 불과한 중관춘이 명실상부한 시장경제의 산물인 실리콘밸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실리콘밸리에는 종합적인 연구개발 시스템과 벤처투자체계가 갖추어져 있으나 중관춘은 아직 정보상품의 집산지, 일종의 무역-판매센터 또는 ‘시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섣부른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연구원 리카이푸 원장은 중관춘과 실리콘밸리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문화, 인재, 혁신방식, 투자시스템, 학교 참여 등 많은 부문에서 실리콘밸리와 중관춘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만 한다. 특히 같은 미국 내 동부지역조차도 실리콘밸리를 배우지 못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리콘밸리를 모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이를 위해선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메커니즘을 철저히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라 하면 일반인들은 곧바로 기술적 우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은 중관춘도 앞으로 충분한 기술을 보유한다면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기술력이 세계적 우위에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가 평가하는 실리콘밸리의 최대 성공비결은 그들이 지닌 ‘기술’이 아니라 바로 ‘문화’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겐 기술 그 자체의 가치보다 시장점유율과 시장가치가 최대의 관심사다. 하이테크란 단지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다. 만약 어떤 사업모델과 방식이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면 그들은 용감하게 달려든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시장 개척을 위해 연구를 할 뿐, 연구의 성과를 위해 시장을 개척하지는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엄청난 기술들이 몇 년 이내에 시장가치를 상실한다는 이유로 인가가 보류되고 있다.

    그러나 중관촌은 어떤가. 맹목적인 연구개발에만 몰두한 채 시장수요는 무시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중관촌이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로 발전하려면 시장과 고객수요에 집착하는 문화가 최우선적으로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와 중관촌을 확연히 구분하는 또 하나의 차이점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회사의 가장 큰 재산으로 ‘인재’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미망처럼 얽힌 인재 네트워크가 디지털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 기업은 모두 종업원 지주회사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실리콘밸리 발전의 중심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미국의 한 교수가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을 비교-분석한 결과는 중관춘의 오늘을 이해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된다.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인적 네크워크였다. 보스턴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회사에만 관심을 가질 뿐 스스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공부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 공장에서 10년을 일했으며, 이로 인해 창업에 필요한 기회와 투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창업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추진력을 축적할 인적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관춘의 경우는 어떠한가. 중국의 많은 애널리스트들도 보스턴과 같은 인적 네트워크 부재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특히 인터넷 산업의 배후기지이기도 한 대학의 역할 측면에서 중관춘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곧 스탠퍼드대학이나 버클리대학을 연상한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많은 창업자가 스탠퍼드나 버클리대학 출신이다. 그 대학들은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격려하면서 인재를 배양하고 기술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학교 자체가 절대로 기업을 창업하지는 않는다. 교수로 하여금 기업가가 되도록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대학은 이와 다르다. 학교가 직접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 하부에는 많은 지사를 둔다. 학교는 기업에 숙소와 대출을 위한 담보를 제공하고, 심지어 관리 인원까지 지원한다. 기업은 증시 상장을 위해 정부에 신청하고, 정부는 기업을 위해 토지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이는 성공을 해도 돈을 벌 수 없고, 실패를 한다 해도 실직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항상 학교가 그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개인들에게서 주체의식과 위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중국의 대학들은 많은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있지만, 학교가 회사를 위해 제공하는 토지와 자원, 담보 등을 계산하면 벤처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학교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중관춘은 실리콘밸리에 비해 그 수준이나 규모 등 질적, 양적 차원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인터넷 강국으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중관춘으로 상징되는 벤처기업군들이 이런 잠재력의 분화구에서 중국 인터넷 산업의 폭발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산업의 미래는 중관춘이 실리콘밸리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 자기혁신의 아픔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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