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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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의 마지막 인사말 들어보소”

  • 입력2005-06-15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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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일 송환을 앞두고 분주하게 마음정리, 짐정리를 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이 ‘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창 펴냄)를 펴냈다. 평북 박천군 출신인 김석형씨(86)는 일제시대에 일본유학파 선배들로부터 마르크스-레닌 사상을 주입받는 과정과 광복 이후 북에서 진행된 토지개혁 등을 소개해 현대사의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총각 할아버지’ 김선명씨(75·경기도 양평)는 스물일곱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 45년 만에 출옥한, 기네스 북에 오른 세계최장기수. 그러나 어려서는 “집에서부터 사방 백리가 너희 땅이다”는 말을 듣던 만석꾼 집안의 장남이었다. 당숙인 신석정 시인의 영향으로 시인이 되고 싶었던 신인영씨(72·전북 부안)는 해방정국에는 학생운동을 했고, 6·25 직전 유격대 활동을 하던 중 월북했다.조창손씨(71·황해도 장연)는 송환을 앞두고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봉천동 ‘우리탕제원’에서, 병보석으로 나가게 될까봐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체하던 대전교도소 시절을 떠올린다. 대남 공작요원들을 실어 나르던 배의 기관사로 남파됐다 붙잡혀 30년 가까운 수감생활을 했다. 홍경선씨(75·충남 천안)는 98년 3월 출소하던 날 찾아와줄 가족이 없어 다시 대전갱생보호소로 가야 했던 서글픈 이야기로 말머리를 시작한다. 6·25 때 인민군으로 월북해 다시 대남 공작원으로 고향에 왔다가 가족들의 신고로 체포됐다. 역시 인민군에 자원했다 전쟁 중 체포된 이종환씨(78·경기도 부천)는 43년의 감옥살이 끝에 93년 석방됐다. 전쟁 중 헤어져 아직도 소식을 모르는 아내와 두 자녀를 만나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 이종씨(89·충북 영동)는 감옥에서는 펜과 종이가 없어 시를 외워두었다가 출소 후 ‘독방’이라는 시집 2권을 출간했다. 7명의 비전향장기수가 보내는 남한에서의 마지막 인사와 그 애틋한 사연들은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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