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동거정보회사’를 표방한 홈페이지가 처음 등장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어 자유동거를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차례로 개설됐고 수많은 미팅사이트를 통해서도 자유로운 만남과 연애가 손쉽게 이뤄지고 있고.
혼자 사는 남자입니다. 모 정보통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딩(직장인)이고 나이는 27. 애인이랑 헤어지고 빌라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같이 지낼 여성분을 찾습니다. 멜(메일) 주시길….’
인터넷의 한 동거사이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이다. 게시판에는 이 외에도 룸메이트나 동거 상대를 찾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확실한 사람과 자유로운 사랑을 나눌 분을 찾습니다’ ‘룸메이트 구함. 한 달에 30만원. 남녀 상관없음’. PC통신 게시판과 인터넷의 동거 및 데이트 사이트에서는 이런 문구가 전혀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회원을 모집해 직접 동거를 알선해 주는 인터넷 사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거정보회사인 ‘너랑나랑’(www.miruenet.co.kr)과 ‘프리커플’(www.freecouple.com). 운영자가 밝힌 정식 회원수는 ‘너랑나랑’이 1700여 명, ‘프리 커플’은 4500명에 이른다.
‘새 천년을 살아가는 네티즌들의 신결혼 문화와 이혼이 없는 세대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동거정보회사’는 회원 대상과 자격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예비 신랑-신부와 동거를 먼저 해보고 결혼할 사람 △결혼보다는 동거를 먼저 생각하는 예비 신랑-신부 △연상의 예비 신부와 동거를 원할 경우 △연하의 예비 신랑과 동거를 원할 경우 △서로 부담 없는 연인관계로 동거를 원할 경우 △자취방비를 서로 나누어 낼 경우의 동거 등.
이곳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에는 호적초본, 주민등록등본, 사진 등 관련 서류를 보내야 한다. 대학생, 사회인, 직장인, 초혼 및 재혼자 등을 회원으로 받는다. 퇴폐논란을 의식한 듯 미성년자`-`유부남-유부녀의 이용금지, 돈벌이-원조교제-퇴폐적인 성행위 목적의 이용 금지, 12세 이상 차이나는 원조교제형 남녀의 동거 불허 등 자체 규약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개인신상을 공개한다는 방침. 등록비는 선택하는 동거 형태에 따라 3만∼12만원으로 차별화되지만 여성은 무료이다.
동거정보회사의 창업자인 자칭 ‘빈센트 김’(익명 요청에 따라 실명은 밝히지 못함)은 실제 이혼 경험이 있으며 현재 전 아내와 다시 동거하고 있다. 그는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형제 친척이 간섭하는 생활이다. 나도 이런 문제로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살고 있다. 결혼이 아니고 동거 관계가 되면서 비로소 두 사람만의 생활이 가능해졌다”며 “내 경험을 통해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동거를 적극 권장하게 됐고, 결국 동거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업체를 통해 동거에 들어간 회원은 현재까지 60여 쌍. 김씨는 사업자 등록까지 해놓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중이다.
또 다른 동거 사이트인 ‘프리 커플’은 5월15일부터 정식 동거 알선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회원으로 등록하고 아이디와 거주 지역, 성별, 나이, 원하는 스타일을 기재하면 바로 동거 상대를 소개해준다. 이 사이트를 찾는 상당수 방문객들은 자유 동거에 적극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곳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벌인 동거선호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보다 자유로운 동거를 원한다’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의 80%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설문조사 결과도 신세대들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연말 LG인터넷의 ‘채널아이’가 ‘혼전동거에 찬성하십니까’를 묻는 반짝 투표를 실시했을 때 참가했던 6154명 중 ‘찬성’ 3513명(57%), ‘반대’가 2641명(43%)으로 나타났다.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네티즌이 과반수를 넘고 있는 것. 특히 여성 네티즌은 62%가 혼전 동거에 찬성했고 남성 네티즌은 55%가 찬성표를 던져 여성들이 남성보다 혼전 동거에 더 적극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또한 동아일보 ‘미즈&미스터’ 팀이 지난해 전국의 20∼50대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거 실태와 의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가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20대의 72%, 30대의 66%가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거가 결혼의 대안 문화로 인식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
최근 급증한 미팅 사이트 등 일명 ‘짝짓기 사이트’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만남과 연애가 훨씬 손쉬워졌다는 사실도 동거문화를 부추기는 커다란 요인으로 보인다. ‘컴미팅’ ‘러브 헌트’ ‘사이버 큐핏’ ‘마이 파트너‘ ‘사이버 마담뚜’ ‘커플클럽’ 등의 미팅 사이트를 이용하면 나이 지역 종교 직업 체형 등 다양한 조건에 맞는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애인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가족클럽’(sogoplore.club.kebi.com)에서는 네티즌들이 서로 아빠 엄마 이모 삼촌 누나 동생이 되어 사이버상의 가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혼전 동거에 찬성한다는 한 여성 네티즌은 “이혼율이 급증하는 현실을 보면서 살아보고 결혼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의 생활 방식과 개성을 파악할 수 있고 심사숙고해서 상대방과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찬성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동거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부정적이고, 외국처럼 법이나 제도적 보장이 뒷받침되지 않아 선뜻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해 여전히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평론가 고길섶씨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은 지금까지의 결혼과 가족에 대한 공식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 문화의 발달로 전통적인 만남의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주위의 시선보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을 중요시하는 풍조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혼자 사는 남자입니다. 모 정보통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딩(직장인)이고 나이는 27. 애인이랑 헤어지고 빌라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같이 지낼 여성분을 찾습니다. 멜(메일) 주시길….’
인터넷의 한 동거사이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이다. 게시판에는 이 외에도 룸메이트나 동거 상대를 찾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확실한 사람과 자유로운 사랑을 나눌 분을 찾습니다’ ‘룸메이트 구함. 한 달에 30만원. 남녀 상관없음’. PC통신 게시판과 인터넷의 동거 및 데이트 사이트에서는 이런 문구가 전혀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회원을 모집해 직접 동거를 알선해 주는 인터넷 사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거정보회사인 ‘너랑나랑’(www.miruenet.co.kr)과 ‘프리커플’(www.freecouple.com). 운영자가 밝힌 정식 회원수는 ‘너랑나랑’이 1700여 명, ‘프리 커플’은 4500명에 이른다.
‘새 천년을 살아가는 네티즌들의 신결혼 문화와 이혼이 없는 세대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동거정보회사’는 회원 대상과 자격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예비 신랑-신부와 동거를 먼저 해보고 결혼할 사람 △결혼보다는 동거를 먼저 생각하는 예비 신랑-신부 △연상의 예비 신부와 동거를 원할 경우 △연하의 예비 신랑과 동거를 원할 경우 △서로 부담 없는 연인관계로 동거를 원할 경우 △자취방비를 서로 나누어 낼 경우의 동거 등.
이곳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에는 호적초본, 주민등록등본, 사진 등 관련 서류를 보내야 한다. 대학생, 사회인, 직장인, 초혼 및 재혼자 등을 회원으로 받는다. 퇴폐논란을 의식한 듯 미성년자`-`유부남-유부녀의 이용금지, 돈벌이-원조교제-퇴폐적인 성행위 목적의 이용 금지, 12세 이상 차이나는 원조교제형 남녀의 동거 불허 등 자체 규약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개인신상을 공개한다는 방침. 등록비는 선택하는 동거 형태에 따라 3만∼12만원으로 차별화되지만 여성은 무료이다.
동거정보회사의 창업자인 자칭 ‘빈센트 김’(익명 요청에 따라 실명은 밝히지 못함)은 실제 이혼 경험이 있으며 현재 전 아내와 다시 동거하고 있다. 그는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형제 친척이 간섭하는 생활이다. 나도 이런 문제로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살고 있다. 결혼이 아니고 동거 관계가 되면서 비로소 두 사람만의 생활이 가능해졌다”며 “내 경험을 통해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동거를 적극 권장하게 됐고, 결국 동거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업체를 통해 동거에 들어간 회원은 현재까지 60여 쌍. 김씨는 사업자 등록까지 해놓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중이다.
또 다른 동거 사이트인 ‘프리 커플’은 5월15일부터 정식 동거 알선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회원으로 등록하고 아이디와 거주 지역, 성별, 나이, 원하는 스타일을 기재하면 바로 동거 상대를 소개해준다. 이 사이트를 찾는 상당수 방문객들은 자유 동거에 적극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곳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벌인 동거선호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보다 자유로운 동거를 원한다’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의 80%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설문조사 결과도 신세대들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연말 LG인터넷의 ‘채널아이’가 ‘혼전동거에 찬성하십니까’를 묻는 반짝 투표를 실시했을 때 참가했던 6154명 중 ‘찬성’ 3513명(57%), ‘반대’가 2641명(43%)으로 나타났다.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네티즌이 과반수를 넘고 있는 것. 특히 여성 네티즌은 62%가 혼전 동거에 찬성했고 남성 네티즌은 55%가 찬성표를 던져 여성들이 남성보다 혼전 동거에 더 적극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또한 동아일보 ‘미즈&미스터’ 팀이 지난해 전국의 20∼50대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거 실태와 의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가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20대의 72%, 30대의 66%가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거가 결혼의 대안 문화로 인식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
최근 급증한 미팅 사이트 등 일명 ‘짝짓기 사이트’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만남과 연애가 훨씬 손쉬워졌다는 사실도 동거문화를 부추기는 커다란 요인으로 보인다. ‘컴미팅’ ‘러브 헌트’ ‘사이버 큐핏’ ‘마이 파트너‘ ‘사이버 마담뚜’ ‘커플클럽’ 등의 미팅 사이트를 이용하면 나이 지역 종교 직업 체형 등 다양한 조건에 맞는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애인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가족클럽’(sogoplore.club.kebi.com)에서는 네티즌들이 서로 아빠 엄마 이모 삼촌 누나 동생이 되어 사이버상의 가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혼전 동거에 찬성한다는 한 여성 네티즌은 “이혼율이 급증하는 현실을 보면서 살아보고 결혼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의 생활 방식과 개성을 파악할 수 있고 심사숙고해서 상대방과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찬성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동거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부정적이고, 외국처럼 법이나 제도적 보장이 뒷받침되지 않아 선뜻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해 여전히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평론가 고길섶씨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은 지금까지의 결혼과 가족에 대한 공식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 문화의 발달로 전통적인 만남의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주위의 시선보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을 중요시하는 풍조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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