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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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에 스타가 떴다

인터넷 방송국 자키들, 거침없는 풍자·노래로 파격 진행 ‘인기 폭발’

  • 입력2005-11-01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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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의 바다’에 스타가 떴다
    인터넷 세상의 스타는 바로 ‘나’다. TV 앞에 앉아서, 혹은 방송국 담장을 기웃거리며 ‘저 높은 곳에 있는’ 스타들을 향해 “오빠~”하고 열광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스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문화생산 욕구가 강한 네티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직접 방송을 제작하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세상을 향한 볼륨을 높이고 있다.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네티즌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인터넷 방송국들이 앞다투어 문을 열고 있다. 종합인터넷방송 서비스업체인 캐스트서비스에 따르면 4월 현재 인터넷 방송국 수는 350개로 지난해 9월 130개, 12월 200여개에 이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널 수도 5000여개에 이른다.

    인터넷 방송은 그 형태가 다양하다. 공중파 방송에 맞먹는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수준 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서버 컴퓨터와 방송용 프로그램, 비디오카메라 등 몇 가지 장비만 갖추면 누구나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나 홀로 방송국’ ‘친구끼리 방송국’도 많다.

    충북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인터넷 방송국 ‘무차별’(muchabyol. co.kr)에서 웹 자키(web jockey)를 하고 있는 이희욱씨(26·경희대 경제통상학부)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채널을 운영하면서 인디 음악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적 관심이 남달라 친구들이 ‘뽀뽀뽀’ 볼 때 ‘이종환의 디스크쇼’를 들으며 자랐던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디밴드들의 음악과 심의에 걸려 방송 금지된 음악들까지도 거침없이 내보낸다. 이 채널에서 그는 PD, 카메라맨, MC의 1인 3역을 담당한다. 그는 CD나 MP3로 노래를 틀면서 중간중간 멘트를 넣어 방송파일을 만들고, 인디밴드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8mm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정치 풍자의 의미로, 노래 중간중간 국회의원들의 연설장면을 넣는 등 모든 걸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든다. 방송 용어도 없고,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하지 않은 채로 내보내기도 한다. 공중파 방송에서 귀기울여주지 않는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이씨. 어젠 리포트 쓰느라 밤을 새웠고, 오늘도 방송 작업으로 밤을 새워야 할 거라는 그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웹 자키란 라디오 음악방송의 디스크자키(DJ)를 본떠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의 웹 자키들은 누군가 써준 대본에 따라,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진행만 맡는 사람들이 아니다. 종합인터넷방송국 채티비(www. chatv.co.kr)의 웹 자키 김현지씨(24)는 ‘현지와 만나요’ ‘찜미찜미’ 등의 채널을 진행하면서 기획부터 녹음 구성 편집 MC까지 도맡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실험실에 처박혀 지내는 생활이 싫어서 방송인의 길로 들어섰다. 공중파 방송에서 리포터 생활도 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방송을 만들 수 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지금의 일이 좋다. 나의 색깔이 바로 그 채널의 성격이 된다”고 말하는 김씨. 이제 곧 팬클럽도 창단할 예정이라고 자랑한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화상채팅 사이트에서도 이런 스타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채팅방에서 자신이 믹싱한 음악을 틀어주고 쇼를 진행하는 온라인 자키들을 NJ(Network Jockey)라고 하는데, 이런 NJ들은 폭넓은 음악 지식과 연예인 기질을 갖추고 있어 고정팬들이 많다. 올 초 한 방에 10명씩 수용할 수 있는 화상채팅 서버를 선보이면서 2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화상채팅 사이트 ‘오마이러브’(www. ohmylove.co.kr)에는 현재 300명 이상의 NJ들이 활동하고 있다. 인기있는 NJ의 경우, 방을 개설하기가 무섭게 매진사태를 빚고 하루에도 수십통의 팬레터를 받는다. 이들은 PC단말기와 웹 카메라, 헤드세트만으로 다양한 쇼를 제작, 출연하며 팬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신종 엔터테이너들이다.

    오마이러브의 콘텐츠 팀장 이상희씨는 “네티즌들은 조금이라도 재미없거나 분위기가 썰렁하다 싶으면 5초도 기다려주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이들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스타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디 ‘궁중악사’ ‘당근DJ’ ‘아니타’는 오마이러브의 스타급 NJ들. “우리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광대”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무수히 밤도 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 대본도 준비하지만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대본을 거의 무시하고 멋대로 논다. 신이 나면 20시간씩 논스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나를 찾는 팬들이 많아 그만둘 수가 없다. 일상생활에서 힘들고 지쳐 있다가도 방송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이 나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한다.

    궁중악사의 멤버인 전직 해커 김동주씨(24)는 “이곳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스타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다”고 말한다.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1318’ 인터넷 방송도 늘고 있다. 10대들이 직접 개설하고 운영하는 이런 인터넷방송은 청소년들의 생활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내 10대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이 높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마을이 운영하는 ‘한국청소년 인터넷방송’(www.kybc.org)도 청소년 네티즌 사이에 잘 알려진 사이트. 전국에서 선발된 중-고생 방송단이 ‘영 파워’ ‘청소년 세계’ ‘스타예감’ ‘학교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낸다.

    중3 때부터 3년째 KYBC의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성(이대부고 2년)은 “인터넷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함께 즐길 수 있고 우리 얘기를 담은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방송을 하다보면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다 풀린다. 부모님도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좋아하신다”고 말한다.

    이렇듯 새롭게 열리고 있는 인터넷 방송 세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TV세대의 스타가 제한적이고 ‘만들어진’ 존재인데 반해 네티즌 전체를 팬으로 삼고 있는 인터넷 스타는 주체적이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데 차이가 있다. 이전까지 문화소비자였던 이들이 이제 문화생산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중문화의 중심도 공중파에서 인터넷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정된 채널, 매일 반복되는 프로그램,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재방송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보고, 더 나아가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 온라인 상에서 맘껏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이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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