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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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30건 소유 삼성家는 ‘보물창고’

불상·도자기 등 종류도 다양…이회장 어릴 적부터 문화재 관심, 안목 “수준급”

  • 입력2005-11-01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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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30건 소유 삼성家는 ‘보물창고’
    우리나라에서 국보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다.

    이같은 사실은 문화재청(과거 문화재관리국)에서 펴낸 ‘지정문화재목록’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이건희회장은 2000년 4월30일 현재 모두 18건(종수로 따지면 숫자가 늘어남. 이하 건수로 표시)의 국보를 갖고 있다(도표 참조). 또한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관장 홍라희·이건희회장의 부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미술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이사장 한용외)이 갖고 있는 국보는 12건(도표 참조)으로 이 둘을 합하면 모두 30건이 된다. 이는 전체 국보(2000년 4월30일 현재 303호까지 지정)의 10%에 달한다.

    삼성가가 보유하고 있는 국보를 국립중앙박물관 소유 국보와 비교해보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국보는 62건. 따라서 삼성가의 국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48%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가의 막강한 ‘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보 가운데 개인이 갖고 있는 것은 전체의 40% 정도며 나머지 대부분은 국가나 사찰, 문중 등이 갖고 있다. 이건희회장 다음으로 국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성우씨로 모두 11건의 국보를 갖고 있다. 그밖에 국보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2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들은 금동미륵반가상 등 불상, 금강전도 등 그림, 청화백자와 상감청자 등 도자기류, 불경인 대방광불화엄경 등 종류가 다양하다. 1962년 12



    월20일 국보로 지정된 것에서부터 1991년 1월25일 국보로 지정된 것까지 시간차도 크다. 그러나 모두 각 분야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 문화재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회장의 ‘국보 사랑’은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고미술업계 인사들의 얘기다. 이회장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인 고 이병철회장으로부터 문화재를 보는 안목과 식견을 배워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분청사기에 대한 이회장의 사랑과 자긍심은 대단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미술계 한 인사는 “이회장과 분청사기 전시회를 같이 본 적이 있다. 그는 많이 알기도 하지만 분청사기에 관한 한 우리나라 것이 세계 최고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또 국보 등 호암미술관에 있는 중요 문화재의 사진자료들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으로 만들어져 있는 이 자료에는 해당 문화재의 규격과 특징 등 세세한 사항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이회장은 실물을 보고 싶은 마음을 수시로 사진을 보면서 달래고 있다는 것. 서울 중구 소공동 삼성본관 집무실이나 한남동 집에 있는 문화재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꾸는 등 변화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은 지난 97년 펴낸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설 때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흩어진 문화재들을 모아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것만이라도 한데 모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미술계 인사들은 “이회장의 문화재 수집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있긴 하지만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는 중요한 문화재들을 지켜낸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회장이 국보를 모은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국보의 경우 매물이 나오면 최우선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이회장측과 접촉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 분야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미술계 인사들 가운데는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 중 일부는 고 이병철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소유-구입 경로가 투명치 않은 데서 나오는 추측이다.

    인사동 주변에서는 이회장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미술계 인사 한 두 명이 은밀하게 이회장의 문화재 수집을 돕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이 국보나 ‘괜찮은 물건’을 이회장에게 소개하면 이회장이 호암미술관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저명한 학자들의 자문을 거쳐 구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호암미술관 실무자들은 한남동(이회장의 자택을 일컫는 말)에서 “가져가라”는 연락이 오면 문화재를 미술관으로 가져올 뿐이다. 그러니 담당자라 할지라도 유물이 어떤 경로로 입수됐는지 알 턱이 없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아버지인 이병철회장이 작고하기 전부터 이건희회장은 문화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수집을 시작했다. 그가 문화재 구입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수집한 문화재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미술업계 소식통들은 이회장이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나기 전까지 상당한 자금을 문화재 구입에 쏟아부었다고 전한다. 자연히 값나가는 괜찮은 물건들은 이회장에게 몰렸다. 더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한해 유물 구입비가 50억원 정도여서 값비싼 문화재는 살 수가 없어 이회장에게 매물이 집중되었다고 한 전문가는 말한다.

    이회장이 그 비싼 문화재들을 구입하는데 지출한 돈은 얼마나 될까. 고미술업계와 호암미술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금액일 것이다. 그러나 치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삼성의 특성상 문제가 될 만큼 허술하게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주식배당금 등으로 사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들도 “우리는 그런 사항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대략 한 해 10억원 정도로 알려진 호암미술관의 유물 구입 예산도 상황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조인수학예연구실장은 “매년 유물 구입을 위한 예산을 책정하긴 하지만 사정에 따라 더 많이 구입할 수도 있고 더 적게 구입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해 유물 구입비가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호암미술관은 선사유물 등 사료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이회장은 골동품적 가치가 있는 값비싼 문화재를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은 대부분 돈을 주고 국보들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적으로 국보매매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팔려는 사람이 사전에 매매 신고를 하게 돼있으나 올 7월부터 이마저 폐지된다. 국보를 산 사람이 내가 샀다고 신고하면 그만이다. 팔기가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호암미술관이 유물을 구입한 뒤 국보로 지정된 경우는 2, 3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로 지정받기 위해 삼성측이 로비를 한다”는 등의 소문이 날 것을 걱정해 대부분 이미 국보로 지정된 것을 샀다고 한 소식통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세금문제는 어떻게 처리됐을까.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송민선씨는 “국보의 매매와 관련해 양도소득세를 물릴 것인지 여부는 금년 말까지 결론이 유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 국세청 법인담당 문승대씨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국보를 물려줬다면 원칙적으로는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말했다. 단지 “정치적, 사회문화적인 측면 등이 반영돼 비과세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국보 매매와 관련, 이회장이 세금을 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보왕’ 이회장이 받는 혜택이 있다면 갖고 있는 국보에 문제가 생겨 보수를 할 때 국고지원을 받는 정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련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보 소유자에게는 국보 보관을 위한 금고대여, 도난방지를 위한 CCTV 설치 등에 대해서도 국고지원이 이루어진다.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의 가치는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고미술업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96년쯤 호암미술관측에서는 중요문화재들을 보험에 들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소식통은 “보험가액을 산정하니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엄청났다. 그래서 문화재 한 점의 가액이 300억원 정도로 산정됐어도 50억원 정도로 대폭 낮춰 책정하곤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는 호암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호암미술관 소장품 관리담당자는 “호암미술관에는 국보 12건과 보물 8건이 있다”며 “전부 재단 소유이고 개인 것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도 모두 호암미술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자료에도 소유지가 호암미술관으로 돼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펴낸 책자에도 소장처가 호암미술관으로 나와 있다.

    이회장의 ‘유별난 국보사랑’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적지 않다. △수집 품목이 사료적 가치보다는 고가인 골동 문화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개인 소유여서 연구자가 연구대상에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너무 독주하니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이 문화사업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회장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내다 팔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이회장 개인이 소장하기보다 문화재단 등에 기증하면 이회장의 국보 사랑이 더 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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