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실제 존재한 인물인가. 그는 구세주가 맞는가. 그렇다면 그 구세주를 죽인 것은 과연 누구인가. 독실한 기독교인에게는 ‘불경스러운 독신(篤信)’이라고 질타당할 법한 질문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로서 예수의 존재와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논란은 서구 종교학자들에게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같은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1947년 이스라엘 사해 북서 연안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육필 두루말이들. ‘쿰란 두루마리’라 일컬어지는 이들 문서는 기원전 200년부터 서기 50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고대 유대교가 초기 기독교 형성 과정에 미친 상당한 영향력을 드러냄으로써 기독교 및 예수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프랑스의 신예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가 96년 발표한 ‘쿰란’은 이들 두루마리 중에 ‘사라진 문서’가 한 점 있었으며, 이 안에 바로 예수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는 상상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내용은 2000년 동안 ‘잊혀져 있지 않으면 안될 만큼’ 충격적인 것. 그래서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두루마리를 접했던 사람들은 하나하나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작품의 배경은 메시아의 도래 시기로 오래 전부터 점쳐져 온 2000년을 한 해 앞둔 1999년. 쿰란의 ‘사라진 두루마리’를 접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두루마리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그 내용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살해되는가. 정통 유대교도인 주인공은 고고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프랑스와 미국, 팔레스타인 땅을 넘나드는 모험에 뛰어든다. 이 추적 과정에서 기독교의 기원과 예수의 존재에 대한 다기한 견해와 토론들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결국 드러나는 문서의 비밀. 예수의 죽음은 ‘계획적인 것’이었으며, 그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독실한 신자였던 유다가 ‘밀고자’란 오명을 뒤집어쓰는 희생양을 도맡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계획을 예수가 사전에 알고 합의했음은 물론.
사실 이같은 형식이나 주제는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금기된 진실을 밝혀내고 싶어 비서(秘書)에 접근하는 사람들, 비밀을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과 겹을 이루며 펼쳐지는 지적 담론들… 그렇다! 이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에서 우리가 익히 접해본 방식이다(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 역시 인류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이란 점에서 이와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금서의 내용이 ‘기독교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젊은 화자(話者)가 나이 많은 스승 혹은 아버지의 보조자로서 사건에 뛰어든다는 설정, 그리고 그 화자가 젊고 매력적인 여성과 만나 욕정에 휩쓸리는 부분까지도 ‘장미의 이름’을 빼닮았다는 점에 이르면 조금은 심했다 싶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같은 ‘모방의 흔적’이 이 소설의 맛과 독특함을 심하게 손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의 탱탱한 긴장감과, 종교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하며 얻는 지적 충족감!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박식한 고증학적 지식이나 ‘광신’의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본 저자의 시각, 그리고 마지막에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반전 등은 이 작품이 27세 젊은 여성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한다.
기독교와 유대신앙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면 장황한 종교이론이 펼쳐지는 부분에서 다소 지루함을 느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읽기를 통해 인내를 요하는 진지한 두뇌게임을 즐길 줄 아는 독자라면 이 책과의 만남에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지음/ 홍상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전2권, 각 8000원
이같은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1947년 이스라엘 사해 북서 연안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육필 두루말이들. ‘쿰란 두루마리’라 일컬어지는 이들 문서는 기원전 200년부터 서기 50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고대 유대교가 초기 기독교 형성 과정에 미친 상당한 영향력을 드러냄으로써 기독교 및 예수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프랑스의 신예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가 96년 발표한 ‘쿰란’은 이들 두루마리 중에 ‘사라진 문서’가 한 점 있었으며, 이 안에 바로 예수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는 상상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내용은 2000년 동안 ‘잊혀져 있지 않으면 안될 만큼’ 충격적인 것. 그래서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두루마리를 접했던 사람들은 하나하나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작품의 배경은 메시아의 도래 시기로 오래 전부터 점쳐져 온 2000년을 한 해 앞둔 1999년. 쿰란의 ‘사라진 두루마리’를 접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두루마리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그 내용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살해되는가. 정통 유대교도인 주인공은 고고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프랑스와 미국, 팔레스타인 땅을 넘나드는 모험에 뛰어든다. 이 추적 과정에서 기독교의 기원과 예수의 존재에 대한 다기한 견해와 토론들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결국 드러나는 문서의 비밀. 예수의 죽음은 ‘계획적인 것’이었으며, 그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독실한 신자였던 유다가 ‘밀고자’란 오명을 뒤집어쓰는 희생양을 도맡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계획을 예수가 사전에 알고 합의했음은 물론.
사실 이같은 형식이나 주제는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금기된 진실을 밝혀내고 싶어 비서(秘書)에 접근하는 사람들, 비밀을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과 겹을 이루며 펼쳐지는 지적 담론들… 그렇다! 이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에서 우리가 익히 접해본 방식이다(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 역시 인류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이란 점에서 이와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금서의 내용이 ‘기독교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젊은 화자(話者)가 나이 많은 스승 혹은 아버지의 보조자로서 사건에 뛰어든다는 설정, 그리고 그 화자가 젊고 매력적인 여성과 만나 욕정에 휩쓸리는 부분까지도 ‘장미의 이름’을 빼닮았다는 점에 이르면 조금은 심했다 싶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같은 ‘모방의 흔적’이 이 소설의 맛과 독특함을 심하게 손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의 탱탱한 긴장감과, 종교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하며 얻는 지적 충족감!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박식한 고증학적 지식이나 ‘광신’의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본 저자의 시각, 그리고 마지막에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반전 등은 이 작품이 27세 젊은 여성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한다.
기독교와 유대신앙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면 장황한 종교이론이 펼쳐지는 부분에서 다소 지루함을 느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읽기를 통해 인내를 요하는 진지한 두뇌게임을 즐길 줄 아는 독자라면 이 책과의 만남에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지음/ 홍상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전2권, 각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