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국방부 검찰부와 검찰-경찰로 구성된 병무비리 합동수사반(합수반)이 설치됨으로써 병무비리 수사가 재개됐다. 이 수사는 반부패국민연대가 병무비리 의혹이 있는 210명의 명단과 함께 수사 재개 촉구서를 대통령비서실에 제출함으로써 시작된 것. 그런데 김대중대통령이 새천년 민주당 창당식 때 병무비리 재수사 방침을 천명해,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야당 정치인을 압박하기 위해 병무비리 수사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제출한 210명 중에서 현역의원은 21명인데 이중 한나라당은 15명, 자민련은 5명, 민주당은 1명이다. 자민련의 주류는 YS정부 시절 여당인 신한국당에서 분파되었고, 민주당 1명도 YS정부 시절 여당에 속했던 사람이어서 21명 전체가 ‘구여권’ 인사다. 이런 이유로 야당은 병무비리 재수사는 야권 탄압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15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두 아들 모두가 체중 미달로 병역 면제인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해외유학 중이던 이총재 차남은 급거 귀국해 병역면제 처분이 적법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몸무게를 재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처럼 병역의무는 불이행 사실만 밝혀져도 선거에서는 즉각 감표(減票)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야권은 병무비리 재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주간동아’는 반부패국민연대의 리스트에 오른 21명의 의원 중 19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그리고 과연 이들이 병무비리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0월29일 ‘공직자 병역 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현역 의원 아들들의 병역사항을 대입시켜 ‘표’를 만들었다. 그러자 한나라당 C, E, K의원, 민주당 S의원처럼 두 아들 모두가 병역의무를 제대로 이행치 않아 ‘수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발견됐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민련 R의원. R의원의 두 아들은 모두 만 40세가 넘었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검찰은 병무비리자를 병역법 위반이나 특가법상 뇌물죄 등으로 기소할 수 있는데, 이중 가장 시효가 긴 것이 10년이다. 따라서 10년 전에 일어난 병무비리는 그 어떤 법률로도 기소할 수 없다. R의원의 두 아들은 입대 적령기인 20세를 20년이나 넘겼다. 따라서 이들이 비리를 저질렀더라도 기소할 수가 없는데도, 반부패국민연대 리스트는 ‘버젓이’ R의원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한나라당 B의원은 아들(20)이 해외유학 중이라 징병검사를 1년 연기한 것뿐인데도 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I의원은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해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데도 올라 있었다(I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병역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L의원은 여권에서 첫 번째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인데, 그의 아들은 95년 8월에 방위병(공군 상병)을 마쳤다. 병무비리에 관한 최장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일반적인 시효는 3년이다. 따라서 L의원이 돈을 써서 아들을 방위병으로 빼냈더라도 시효가 지나 공소제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리스트의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반부패국민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병무비리 수사를 재개시킬 목적으로 입수한 자료를 청와대에 제공만 했을 뿐이다. 이 자료가 옳고 그른지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우리는 각기 다른 형식으로 된 4개 리스트를 정리해 청와대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입수한 애초 리스트가 4개 형식으로 돼 있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왜 병무비리 혐의자 리스트는 4개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일까.
현 정부 들어 병무비리 수사는 세 차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99년 4월 수사 결과를 발표한 1차 수사였다. 1차 수사팀은 의정(醫政)하사관 출신으로 병무비리에 정통한 김모씨(41)의 도움을 받아 기무-헌병 등 군수사기관 요원들이,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청탁받아 군의관으로 하여금 면제 처분을 내리게 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1차 수사팀은 브로커 근절이 병무비리를 없애는 첩경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족’ 노릇을 한 군의관들에게 “당신들은 처벌하지 않을테니, 당신들에게 면제 처분을 부탁한 기무-헌병 요원의 이름을 대라”고 압박했다. 이렇게 해서 혐의점이 있는 기무-헌병 요원의 신병이 확보되면 그들을 압박해 누가 병역 비리를 청탁했는지 추궁했다. 이러한 수사 방법은 김모씨의 아이디어에 따른 것인데, 김씨는 공교롭게도 전과자였다. 이때 1차 수사팀은 1차 수사발표까지 미처 수사하지 못한 인물들에 관한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반부패국민연대가 제출한 리스트의 ‘최초본’이다.
1차 수사의 파문이 크자 기무-헌병측은 “공범 관계에 있는 군의관은 처벌하지 않고 기무-헌병쪽만 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군 검찰부는 과거 병무비리에 간여했던 전과자 김모씨의 말만 듣고 수사를 벌인다”며 거세게 저항했다. 이러한 갈등 구조 속에서 1차 수사팀이 물러나고 2차 수사팀이 들어섰다. 2차 수사팀은 기무-헌병쪽 의견을 수렴해 군의관들을 함께 처벌했다.
그러자 군의관들이 자기 보호를 위해 굳게 입을 다물어 2차 수사는 1차 수사 때처럼 새로운 사실을 대거 밝혀내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2차 수사팀은 1차 수사팀이 남긴 리스트를 근거로 누구를 수사해야 하는지, 누구는 어떤 혐의점이 있는지 등을 정리했는데, 이것이 두세 번째 리스트가 된 것으로 보인다. 3차 수사는 새로운 사실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소득이 없었는데, 이때도 수사 대상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국민연대가 네 종류의 리스트를 입수하게 된 연유는 이같은 사정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1차 수사팀이 작성한 리스트 중에서 유독 현역의원 부분만이 2차, 3차 수사팀을 거치면서 상당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한 수사관계자는 “1차 수사팀은 16명의 의원만 수사대상 리스트에 올렸는데, 반부패국민연대의 리스트에서는 이중 3명이 빠지고 8명이 추가돼 21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경제인과 스포츠인, 연예인 리스트는 1차 수사팀이 만든 것과 같다”고 말했다. 왜 국회의원 부분만 많이 바뀌었을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1차 수사팀은 대선 때 아들 병역문제로 곤욕을 치른 K의원은 이미 사회적으로 처벌받았다고 판단해 일부러 제외시켰다. 그리고 여권에서 가장 싫어하는 L의원이나, 자민련의 R의원은 전혀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수사대상에 오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들의 이름이 반부패국민연대의 리스트에는 올라 있었다. 이는 수사기관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정치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대상을 선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반부패국민연대의 관계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입수한 자료 중 중복되는 이름만 정리해 리스트를 작성했을 뿐 아무것도 가감시키지 않았다. 우리 목적은 병무비리 수사를 재개시킨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 출범한 것이 병무비리 합수반이다. 합수반의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 브로커 세력들은 병무비리 혐의점이 있는 야당 정치인과 유착해 갖가지 음해 공작을 펼칠 것이다. 그같은 공작은 선거철을 맞아 뜻밖의 사태로 변질될 수도 있다. 거센 외풍을 뚫고 합수반의 수사가 정도를 걸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제출한 210명 중에서 현역의원은 21명인데 이중 한나라당은 15명, 자민련은 5명, 민주당은 1명이다. 자민련의 주류는 YS정부 시절 여당인 신한국당에서 분파되었고, 민주당 1명도 YS정부 시절 여당에 속했던 사람이어서 21명 전체가 ‘구여권’ 인사다. 이런 이유로 야당은 병무비리 재수사는 야권 탄압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15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두 아들 모두가 체중 미달로 병역 면제인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해외유학 중이던 이총재 차남은 급거 귀국해 병역면제 처분이 적법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몸무게를 재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처럼 병역의무는 불이행 사실만 밝혀져도 선거에서는 즉각 감표(減票)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야권은 병무비리 재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주간동아’는 반부패국민연대의 리스트에 오른 21명의 의원 중 19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그리고 과연 이들이 병무비리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0월29일 ‘공직자 병역 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현역 의원 아들들의 병역사항을 대입시켜 ‘표’를 만들었다. 그러자 한나라당 C, E, K의원, 민주당 S의원처럼 두 아들 모두가 병역의무를 제대로 이행치 않아 ‘수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발견됐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민련 R의원. R의원의 두 아들은 모두 만 40세가 넘었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검찰은 병무비리자를 병역법 위반이나 특가법상 뇌물죄 등으로 기소할 수 있는데, 이중 가장 시효가 긴 것이 10년이다. 따라서 10년 전에 일어난 병무비리는 그 어떤 법률로도 기소할 수 없다. R의원의 두 아들은 입대 적령기인 20세를 20년이나 넘겼다. 따라서 이들이 비리를 저질렀더라도 기소할 수가 없는데도, 반부패국민연대 리스트는 ‘버젓이’ R의원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한나라당 B의원은 아들(20)이 해외유학 중이라 징병검사를 1년 연기한 것뿐인데도 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I의원은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해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데도 올라 있었다(I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병역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L의원은 여권에서 첫 번째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인데, 그의 아들은 95년 8월에 방위병(공군 상병)을 마쳤다. 병무비리에 관한 최장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일반적인 시효는 3년이다. 따라서 L의원이 돈을 써서 아들을 방위병으로 빼냈더라도 시효가 지나 공소제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리스트의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반부패국민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병무비리 수사를 재개시킬 목적으로 입수한 자료를 청와대에 제공만 했을 뿐이다. 이 자료가 옳고 그른지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우리는 각기 다른 형식으로 된 4개 리스트를 정리해 청와대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입수한 애초 리스트가 4개 형식으로 돼 있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왜 병무비리 혐의자 리스트는 4개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일까.
현 정부 들어 병무비리 수사는 세 차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99년 4월 수사 결과를 발표한 1차 수사였다. 1차 수사팀은 의정(醫政)하사관 출신으로 병무비리에 정통한 김모씨(41)의 도움을 받아 기무-헌병 등 군수사기관 요원들이,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청탁받아 군의관으로 하여금 면제 처분을 내리게 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1차 수사팀은 브로커 근절이 병무비리를 없애는 첩경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족’ 노릇을 한 군의관들에게 “당신들은 처벌하지 않을테니, 당신들에게 면제 처분을 부탁한 기무-헌병 요원의 이름을 대라”고 압박했다. 이렇게 해서 혐의점이 있는 기무-헌병 요원의 신병이 확보되면 그들을 압박해 누가 병역 비리를 청탁했는지 추궁했다. 이러한 수사 방법은 김모씨의 아이디어에 따른 것인데, 김씨는 공교롭게도 전과자였다. 이때 1차 수사팀은 1차 수사발표까지 미처 수사하지 못한 인물들에 관한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반부패국민연대가 제출한 리스트의 ‘최초본’이다.
1차 수사의 파문이 크자 기무-헌병측은 “공범 관계에 있는 군의관은 처벌하지 않고 기무-헌병쪽만 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군 검찰부는 과거 병무비리에 간여했던 전과자 김모씨의 말만 듣고 수사를 벌인다”며 거세게 저항했다. 이러한 갈등 구조 속에서 1차 수사팀이 물러나고 2차 수사팀이 들어섰다. 2차 수사팀은 기무-헌병쪽 의견을 수렴해 군의관들을 함께 처벌했다.
그러자 군의관들이 자기 보호를 위해 굳게 입을 다물어 2차 수사는 1차 수사 때처럼 새로운 사실을 대거 밝혀내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2차 수사팀은 1차 수사팀이 남긴 리스트를 근거로 누구를 수사해야 하는지, 누구는 어떤 혐의점이 있는지 등을 정리했는데, 이것이 두세 번째 리스트가 된 것으로 보인다. 3차 수사는 새로운 사실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소득이 없었는데, 이때도 수사 대상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국민연대가 네 종류의 리스트를 입수하게 된 연유는 이같은 사정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1차 수사팀이 작성한 리스트 중에서 유독 현역의원 부분만이 2차, 3차 수사팀을 거치면서 상당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한 수사관계자는 “1차 수사팀은 16명의 의원만 수사대상 리스트에 올렸는데, 반부패국민연대의 리스트에서는 이중 3명이 빠지고 8명이 추가돼 21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경제인과 스포츠인, 연예인 리스트는 1차 수사팀이 만든 것과 같다”고 말했다. 왜 국회의원 부분만 많이 바뀌었을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1차 수사팀은 대선 때 아들 병역문제로 곤욕을 치른 K의원은 이미 사회적으로 처벌받았다고 판단해 일부러 제외시켰다. 그리고 여권에서 가장 싫어하는 L의원이나, 자민련의 R의원은 전혀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수사대상에 오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들의 이름이 반부패국민연대의 리스트에는 올라 있었다. 이는 수사기관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정치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대상을 선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반부패국민연대의 관계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입수한 자료 중 중복되는 이름만 정리해 리스트를 작성했을 뿐 아무것도 가감시키지 않았다. 우리 목적은 병무비리 수사를 재개시킨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 출범한 것이 병무비리 합수반이다. 합수반의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 브로커 세력들은 병무비리 혐의점이 있는 야당 정치인과 유착해 갖가지 음해 공작을 펼칠 것이다. 그같은 공작은 선거철을 맞아 뜻밖의 사태로 변질될 수도 있다. 거센 외풍을 뚫고 합수반의 수사가 정도를 걸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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