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엘렌 킴 머피 갤러리 파티에 가셨어요?”
요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인사처럼 오고가는 말이다.
최근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정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엘렌 킴 머피 갤러리는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꼭대기에 있다. 교통이 불편하지만 평일에도 웬만한 인사동 화랑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중 상당수는 전시보다는 갤러리 자체를 보러 온다.
엘렌 킴 머피 갤러리에 관련된 소문은 다양하다. 원래 권력층의 은밀한 파티를 하던 곳이라느니, 유력 인사들이 모여 새로운 상류사회를 이루고 있다느니, 대표인 엘렌 킴이 권력층과 어떻게 가깝다느니 하는 것 등이다. 돈만 내면 누구나 갤러리를 빌려 파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소문 중 일부는 허황됐지만 일부는 근거가 없지않았다.
이 갤러리의 원 소유주는 일본인. 미니멀하면서 건물 안에서 방과 길과 정원이 만나는, 이야기가 풍부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건물 2, 3층에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북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데 와이드 스크린으로 펼쳐진 서울 풍경에 누구나 감탄사를 터뜨릴 정도다. 그래서 잡지나 화보 담당자라면 한번쯤 촬영해보기를 원하는 장소로 꼽히기도 한다.
“권력층의 은밀한 파티장소” 입소문
이 갤러리 김은애(엘렌 킴)대표는 89년 동숭아트센터 운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원래 큐레이터 겸 출판 에디터로, 한번 이혼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92년 당시 모토롤러 한국 지사장이 었던 테리 머피씨와 재혼하고 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카’라는 화랑을 인수했다. 곧 이 화랑은 엘렌 킴 머피 갤러리로 이름을 바꿨고 97년 김대표는 지금 건물에 장기 임대로 같은 이름의 화랑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까지 이곳에는 전기선도 없었다고 한다. 김대표는 “한 번도 사람이 산 적이 없던 곳”이라고 말했다.
김대표가 사교계 화제의 중심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청담동 멋쟁이들의 유행이 된 와인파티, 시가파티를 처음 시작하기도 했던 김대표는 밸런타인, 성탄절, 새해 등에 맞춰 1년에 12회 이상 실내를 바꾸고 모임을 열어 엘렌 킴 머피 갤러리의 이름을 알렸다. 남편 머피씨가 한때 시카고의 코튼 클럽에서 콘트라베이시스트로 활동해서 재즈 팬이 된 김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재즈 라이브 공연도 연다. 재즈 가수 윤희정씨가 김대표의 고교 동창으로 이곳에 가장 자주 오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김대표는 특히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 돕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큰 파티는 대개 자선모임이거나 작가의 작품설명회를 겸한다.
파티에 참석했던 한 방송인은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분위기가 외국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파티에 초청됐던 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100명 정도 참석했는데 알 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재벌회장 인척 등 재계 컬렉터들과 교수들, 디자이너들, 연극인과 방송인 등이 왔다”고 전한다. 또 주한 외교관들과 구치, 포드 등 외국 기업 한국지사 대표 등도 엘렌 킴 머피 갤러리의 손님들로 꼽힌다. 패션 런칭쇼 같은 대관 형식의 파티도 간혹 열리는데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기금마련 파티도 ‘청소비만 내고’ 이곳에서 열렸다.
미술계 내부에서 엘렌 킴 머피 갤러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기획전으로 열린 ‘90년대의 정황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갤러리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한 작가는 “화상으로서 작품을 팔겠다는 자세가 분명하고 열성적인 것이 맘에 든다”고 말한다. 한 미술평론가는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림 보증섰다는 말을 들을까봐 아예 안간다”고 했지만 한 화랑 대표는 “상류층을 겨냥하는 전략이지만 거래되는 작품의 수준은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엘렌 킴 머피 갤러리의 작가 감상 모임의 경우 식사비(3만~5만원)를 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자선 모임도 공개돼 있다. 이곳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그림보다는 누구와 친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상업 화랑 중 하나일 뿐인 엘렌 킴 머피 갤러리가 이처럼 ‘선택받은 사람들의 상류 사회’로 주목 받게 된 과정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속물적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인사처럼 오고가는 말이다.
최근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정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엘렌 킴 머피 갤러리는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꼭대기에 있다. 교통이 불편하지만 평일에도 웬만한 인사동 화랑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중 상당수는 전시보다는 갤러리 자체를 보러 온다.
엘렌 킴 머피 갤러리에 관련된 소문은 다양하다. 원래 권력층의 은밀한 파티를 하던 곳이라느니, 유력 인사들이 모여 새로운 상류사회를 이루고 있다느니, 대표인 엘렌 킴이 권력층과 어떻게 가깝다느니 하는 것 등이다. 돈만 내면 누구나 갤러리를 빌려 파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소문 중 일부는 허황됐지만 일부는 근거가 없지않았다.
이 갤러리의 원 소유주는 일본인. 미니멀하면서 건물 안에서 방과 길과 정원이 만나는, 이야기가 풍부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건물 2, 3층에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북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데 와이드 스크린으로 펼쳐진 서울 풍경에 누구나 감탄사를 터뜨릴 정도다. 그래서 잡지나 화보 담당자라면 한번쯤 촬영해보기를 원하는 장소로 꼽히기도 한다.
“권력층의 은밀한 파티장소” 입소문
이 갤러리 김은애(엘렌 킴)대표는 89년 동숭아트센터 운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원래 큐레이터 겸 출판 에디터로, 한번 이혼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92년 당시 모토롤러 한국 지사장이 었던 테리 머피씨와 재혼하고 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카’라는 화랑을 인수했다. 곧 이 화랑은 엘렌 킴 머피 갤러리로 이름을 바꿨고 97년 김대표는 지금 건물에 장기 임대로 같은 이름의 화랑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까지 이곳에는 전기선도 없었다고 한다. 김대표는 “한 번도 사람이 산 적이 없던 곳”이라고 말했다.
김대표가 사교계 화제의 중심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청담동 멋쟁이들의 유행이 된 와인파티, 시가파티를 처음 시작하기도 했던 김대표는 밸런타인, 성탄절, 새해 등에 맞춰 1년에 12회 이상 실내를 바꾸고 모임을 열어 엘렌 킴 머피 갤러리의 이름을 알렸다. 남편 머피씨가 한때 시카고의 코튼 클럽에서 콘트라베이시스트로 활동해서 재즈 팬이 된 김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재즈 라이브 공연도 연다. 재즈 가수 윤희정씨가 김대표의 고교 동창으로 이곳에 가장 자주 오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김대표는 특히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 돕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큰 파티는 대개 자선모임이거나 작가의 작품설명회를 겸한다.
파티에 참석했던 한 방송인은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분위기가 외국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파티에 초청됐던 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100명 정도 참석했는데 알 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재벌회장 인척 등 재계 컬렉터들과 교수들, 디자이너들, 연극인과 방송인 등이 왔다”고 전한다. 또 주한 외교관들과 구치, 포드 등 외국 기업 한국지사 대표 등도 엘렌 킴 머피 갤러리의 손님들로 꼽힌다. 패션 런칭쇼 같은 대관 형식의 파티도 간혹 열리는데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기금마련 파티도 ‘청소비만 내고’ 이곳에서 열렸다.
미술계 내부에서 엘렌 킴 머피 갤러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기획전으로 열린 ‘90년대의 정황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갤러리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한 작가는 “화상으로서 작품을 팔겠다는 자세가 분명하고 열성적인 것이 맘에 든다”고 말한다. 한 미술평론가는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림 보증섰다는 말을 들을까봐 아예 안간다”고 했지만 한 화랑 대표는 “상류층을 겨냥하는 전략이지만 거래되는 작품의 수준은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엘렌 킴 머피 갤러리의 작가 감상 모임의 경우 식사비(3만~5만원)를 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자선 모임도 공개돼 있다. 이곳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그림보다는 누구와 친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상업 화랑 중 하나일 뿐인 엘렌 킴 머피 갤러리가 이처럼 ‘선택받은 사람들의 상류 사회’로 주목 받게 된 과정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속물적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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