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모 특별검사팀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금화빌딩에 입주한 10월18일 오후. 건장한 남자 두명이 병원 응급실에서 쓰이는 이동식 소변기 한대를 가지고 17층 사무실로 들어갔다. 특검팀은 입주 직후 사무실 내부에 별도의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날 오전 급히 소변기를 주문했다. 앞으로 ‘특별검찰청’에서 조사받게 될 마음 급한 ‘사모님’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이 물건은 지금 요긴하게 쓰인다. 2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사무실 출입문 앞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집단 노숙’을 시작한지 한달여. 조사받던 사모님들이 화장실에 가려고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아직 없다.
정씨 영장 기각되자 “진실은폐 세력과 전면전하자”
취재기자들은 일주일에 세번, 최병모특별검사와의 비공식 티타임이 열리는 화-목-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잠깐 동안 출입이 허용된다. 그 외의 취재는 최특검이나 양인석특별검사보, 조광희-김도형특별수사관, 김광준- 최정진파견검사 등이 사무실 밖의 화장실을 오가는 동안 서로 주고받는 선문답과 표정읽기로 충당한다.
“어제도 브리핑했는데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지요?”
10월13일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처음 대면한 최특검은 온화한 표정으로 약간은 여성스런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최특검은 누구와 말을 시작하기 전에 “…했지요?”라고 묻는 버릇이 있다. 가끔 한 신문이 특종을 보도하면 “오늘 신문 봤지요? 신문에 났으니까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하는 식이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다음날인 11월16일 오전에도 그는 “오늘 특별히 기자님들이 많이 오신 이유가 있나요?”라며 태연하게 기자들을 맞았다. 그날 밤, 특검팀은 정말 오랜만에 한 호텔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인 11월17일 오전 11시. 최특검의 표정에서는 특유의 여유와 온화함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록을 오랜 기간 꼼꼼히 검토해준 법원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희로서는 기각사유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정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11월16일 오후 특검팀은 전체 회의를 열고 법원에 대해 울분을 토한 뒤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고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는 11월17일의 언론브리핑에서 진실을 덮으려는 일단의 ‘세력’에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하자는 격한 의견까지 제시됐다. 비록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특검은 영장을 기각한 법원과 ‘사직동 보고서’와 관련해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청와대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 뒤 옷로비사건에 대한 특검수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만들지도 않은 사직동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말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법원대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수사 대상인 정일순씨는 수사상 비밀 공개를 이유로 수사주체인 특검을 검찰에 고소했다. 한 차례의 격렬한 파도가 지나간 직후인 11월18일 이후 특검팀의 표정은 비장하다. 그들을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최특검의 건강문제다. 그는 11월20일에도 병원에 입원하느라 언론브리핑을 걸렀다.
최특검은 코뼈 위로 지나가는 핏줄이 터지는 바람에 매일 상당량의 코피를 쏟아 의사의 권유로 코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하기 위해 11월11일부터 4일 동안 시내 모병원에 입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1월14일부터는 급하게 배달시킨 음식이 상했는지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고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제주도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과 한라산 등산 등으로 10여년간 다진 다부진 체력은 사모님들의 거듭된 거짓말 앞에 한달을 버티지 못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이 큰 사고 없이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양인석특검보가 그동안 쌓은 팀의 조직력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특검팀의 ‘지휘권’이라는 측면에서 파업유도사건팀과 옷사건팀은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파업유도 사건팀은 검찰출신인 강원일특별검사가 처음부터 전체 조직을 장악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내분을 불렀다. 내분사태는 바로 강특검의 ‘지휘권’과 스타일, 그리고 철학에 대해 김형태특검보가 정면 도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 그러나 판사출신인 옷로비사건팀 최특검은 포괄적인 지휘권은 자신이 갖되 수사실무 지휘는 전적으로 양특검보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내부에서는 최특검을 ‘청장’으로, 양특검보를 ‘부장’으로, 그리고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과 두 파견검사는 ‘검사’로 부른다. 양특검보는 수사초기부터 이같이 위계서열을 정리하고 “나는 지금부터 반말을 쓴다. 불만 있으면 말하라”고 후배들을 다잡았다.
그는 특히 검사경력이 없는 수사관들이 조금만 새로운 진술을 받아내도 흥분하는데 대해 “당신은 베테랑 경찰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라”며 일일이 신문기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기존 검찰조직과 비교할 때 특검조직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파업유도사건팀의 내분과 같은 ‘불협화음’이 옷사건팀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두 특검팀을 통틀어 유일한 여성 특별수사관인 김병선특별수사관의 부지런한 안살림도 옷로비사건팀 조직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수사관은 최특검이 제주에서 변호사를 할 때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으로 지금 최특검을 보좌하고 행정을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특검팀이 밤샘수사나 무리한 자백강요를 지양하는 등 철저히 적법수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팀은 피조사자들로부터도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있다. 출두하는 사모님들은 저마다 “최특검이 진실을 밝혀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정일순씨조차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당초 검찰이 수사를 잘못했다”고 검찰을 원망했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치는 강한 ‘역풍’을 최특검팀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사가 ‘옷로비의혹 사건’이라는 하나의 실체와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진실을 조작했는가’하는 더욱 본질적인 또 하나의 실체에 한층 접근하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은폐 노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씨 영장 기각되자 “진실은폐 세력과 전면전하자”
취재기자들은 일주일에 세번, 최병모특별검사와의 비공식 티타임이 열리는 화-목-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잠깐 동안 출입이 허용된다. 그 외의 취재는 최특검이나 양인석특별검사보, 조광희-김도형특별수사관, 김광준- 최정진파견검사 등이 사무실 밖의 화장실을 오가는 동안 서로 주고받는 선문답과 표정읽기로 충당한다.
“어제도 브리핑했는데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지요?”
10월13일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처음 대면한 최특검은 온화한 표정으로 약간은 여성스런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최특검은 누구와 말을 시작하기 전에 “…했지요?”라고 묻는 버릇이 있다. 가끔 한 신문이 특종을 보도하면 “오늘 신문 봤지요? 신문에 났으니까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하는 식이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다음날인 11월16일 오전에도 그는 “오늘 특별히 기자님들이 많이 오신 이유가 있나요?”라며 태연하게 기자들을 맞았다. 그날 밤, 특검팀은 정말 오랜만에 한 호텔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인 11월17일 오전 11시. 최특검의 표정에서는 특유의 여유와 온화함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록을 오랜 기간 꼼꼼히 검토해준 법원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희로서는 기각사유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정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11월16일 오후 특검팀은 전체 회의를 열고 법원에 대해 울분을 토한 뒤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고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는 11월17일의 언론브리핑에서 진실을 덮으려는 일단의 ‘세력’에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하자는 격한 의견까지 제시됐다. 비록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특검은 영장을 기각한 법원과 ‘사직동 보고서’와 관련해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청와대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 뒤 옷로비사건에 대한 특검수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만들지도 않은 사직동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말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법원대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수사 대상인 정일순씨는 수사상 비밀 공개를 이유로 수사주체인 특검을 검찰에 고소했다. 한 차례의 격렬한 파도가 지나간 직후인 11월18일 이후 특검팀의 표정은 비장하다. 그들을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최특검의 건강문제다. 그는 11월20일에도 병원에 입원하느라 언론브리핑을 걸렀다.
최특검은 코뼈 위로 지나가는 핏줄이 터지는 바람에 매일 상당량의 코피를 쏟아 의사의 권유로 코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하기 위해 11월11일부터 4일 동안 시내 모병원에 입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1월14일부터는 급하게 배달시킨 음식이 상했는지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고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제주도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과 한라산 등산 등으로 10여년간 다진 다부진 체력은 사모님들의 거듭된 거짓말 앞에 한달을 버티지 못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이 큰 사고 없이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양인석특검보가 그동안 쌓은 팀의 조직력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특검팀의 ‘지휘권’이라는 측면에서 파업유도사건팀과 옷사건팀은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파업유도 사건팀은 검찰출신인 강원일특별검사가 처음부터 전체 조직을 장악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내분을 불렀다. 내분사태는 바로 강특검의 ‘지휘권’과 스타일, 그리고 철학에 대해 김형태특검보가 정면 도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 그러나 판사출신인 옷로비사건팀 최특검은 포괄적인 지휘권은 자신이 갖되 수사실무 지휘는 전적으로 양특검보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내부에서는 최특검을 ‘청장’으로, 양특검보를 ‘부장’으로, 그리고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과 두 파견검사는 ‘검사’로 부른다. 양특검보는 수사초기부터 이같이 위계서열을 정리하고 “나는 지금부터 반말을 쓴다. 불만 있으면 말하라”고 후배들을 다잡았다.
그는 특히 검사경력이 없는 수사관들이 조금만 새로운 진술을 받아내도 흥분하는데 대해 “당신은 베테랑 경찰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라”며 일일이 신문기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기존 검찰조직과 비교할 때 특검조직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파업유도사건팀의 내분과 같은 ‘불협화음’이 옷사건팀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두 특검팀을 통틀어 유일한 여성 특별수사관인 김병선특별수사관의 부지런한 안살림도 옷로비사건팀 조직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수사관은 최특검이 제주에서 변호사를 할 때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으로 지금 최특검을 보좌하고 행정을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특검팀이 밤샘수사나 무리한 자백강요를 지양하는 등 철저히 적법수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팀은 피조사자들로부터도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있다. 출두하는 사모님들은 저마다 “최특검이 진실을 밝혀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정일순씨조차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당초 검찰이 수사를 잘못했다”고 검찰을 원망했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치는 강한 ‘역풍’을 최특검팀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사가 ‘옷로비의혹 사건’이라는 하나의 실체와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진실을 조작했는가’하는 더욱 본질적인 또 하나의 실체에 한층 접근하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은폐 노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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