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옷로비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두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팀이 출범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운동경기에 비유하자면 이곳저곳에서 급히 선수를 선발해 단 한번의 연습경기 없이 실전에 나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옷로비사건에 관한 한 최병모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시작된지 1개월여가 지난 지금 “적어도 합격선에는 들었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생각인 것 같다. 시민단체들도 최특검팀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11월20일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특검팀이 성역없는 수사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협조를 촉구했다. 시민단체와 한나라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최특검팀의 활약을 계기로 특검제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검팀에 대한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특검팀의 수사는 ‘한점 의혹 없는 진실규명’이라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 최종적인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까지 특검팀이 내놓은 결과물은 적어도 사직동팀이나 검찰의 수사결과보다는 사건의 실체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다. 사실상 원점에서 시작된 이번 특별검사팀의 옷로비사건 수사는 무엇보다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시점과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이를 돌려준 시점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그리고 코트 배달과 반환시점이 왜곡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거짓말과 조작의 과정도 들춰냈다. 국회에서 위증한 대목도 드러났다.
11월22일에는 사직동팀의 조사보고서로 보이는 문건이 사직동팀의 내사가 진행중이던 때에 사건 관련 인사들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직동팀 내사 직전 코트 반환 … 사건조작 의혹
김태정 전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문제의 문건을 강인덕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에게 건네준 시점은 1월21일. 그리고 세 종류의 문건 중 하나인 ‘검찰총장 부인 관련 유언비어 조사상황’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작성일자가 1월19일로 돼있다. 바로 연정희 배정숙씨와 함께 사건의 핵심 관련 인물인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사직동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날에 작성된 것이다. 이날 조사도중 배씨가 각혈을 하면서 실신하는 바람에 조사는 중단됐었다.
만약 이 문건이 사직동팀에서 작성된 것이 맞다면 그때까지의 조사내용이 송두리째 연씨에게 건네졌고 다시 배씨에게까지 전달됐다는 얘기가 된다. 동시에 사건의 성격은 옷로비의혹에서 ‘권력 핵심의 축소 은폐의혹’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사직동팀의 내사를 지휘했던 박주선 청와대법무비서관은 “그 문건은 사직동팀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고 단언하지만, 문건의 유출경로가 밝혀지는 순간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이 밝혀낸 최대의 성과인 문제의 반코트 배달 및 반환시점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배달시점과 반환시점간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법률적으로 연정희씨가 문제의 반코트를 ‘영득’(領得)할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는 부분이다. 법적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사직동팀의 내사는 ‘98년 12월26일 배달-99년 1월초 반납’으로 결론지어졌고 지난 5월의 검찰수사에서는 ‘12월26일 배달-1월5일 반납’으로 유사한 결론이 내려졌었다. 특검팀의 잠정결론은 ‘12월19일 배달-1월8일 반납’으로 이전의 수사결과와는 상당히 다르다. 검찰수사 결론에 따르면 연씨가 코트를 보관하고 있었던 기간은 11일인 반면 특검팀의 수사결과로는 무려 21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난다. 더욱이 연씨에게 옷을 배달한 정일순씨는 특검팀의 조사에서 “연씨가 반코트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갖고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나도 모르게 코트가 배달됐다”는 연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만약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연씨는 돈을 내지 않은 채 옷을 가져간 것. 즉, 영득의사가 분명해지게 되는 것이다.
코트배달 시점의 진상이 드러난 것은 라스포사 의상실 매장 여직원 이모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가능했다. 이씨는 12월19일 연정희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코트를 실어준 장본인으로 코트배달 경위를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검찰수사 당시에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특검팀의 조사결과 이씨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로부터 피해 있으라는 지시를 받고 지방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궁지에 몰린 정일순씨는 11월16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찰조사 때 연씨에게 코트를 전달한 시점은 12월19일이라고 수차례 말했으나 수사 관계자가 ‘그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나라를 위해 12월26일로 가자’고 요구해 이를 받아들였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정씨는 또 “8월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연씨가 전화를 걸어와 ‘코트배달 날짜를 계속 12월26일로 해달라’고 부탁해 그대로 증언했다”며 자신의 위증은 검찰과 연씨의 종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직동팀의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1월초 라스포사의 장부가 조작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98년 12월19일자 판매일보를 떼어내고 다른 것을 붙여넣은 뒤 12월28일자 판매일보의 여백에 반코트를 판 것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장부에 12월26일이 아닌 12월28일로 올린 이유는 26일이 토요일이어서 월요일인 28일로 기재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장부조작 과정에서 실수로 ‘98년 12월28일’이 아닌 ‘99년 12월28일’로 써넣었는데 사직동팀이나 검찰에서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두 차례에 걸친 이전의 수사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검찰은 옷이 배달되기 하루 전날인 12월18일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옷값 대납요구를 거절함으로써 그 이후의 상황은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의적으로 장부까지 조작해가면서 코트배달 날짜를 고치려 한 그 이면을 파헤치지 못했다.
정일순씨가 말을 바꾸면서 연정희씨 역시 종전의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팀의 첫번째 소환조사에서 코트배달 날짜가 12월26일이라고 고집하던 연씨는 두번째 소환조사에서는 “라스포사에 모두 다섯 차례 갔는데 처음의 두 차례(12월초, 12월19일)는 부인들과 갔고 나머지 세 차례는 딸과 함께 갔다. 12월26일에는 딸과 같이 갔는데 그때 코트가 배달된 것은 아니다”며 12월19일 배달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코트배달 날짜는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인 배정숙씨의 사위 금모씨의 사무실에서 김정길 청와대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씨와 배씨가 전화통화한 녹음테이프가 압수됨으로써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 동시에 국회 청문회에서 ‘12월26일 배달-1월5일 반납’ 주장을 편 연정희씨와 정일순씨의 위증사실까지 동시에 밝혀졌다.
세간의 관심은 반코트의 배달날짜가 조작됐다는 데 쏠려 있지만 연씨가 코트를 돌려준 시점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코트 반환시점이 1월8일이라면 이는 사직동팀의 내사가 착수되기 직전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코트를 뒤늦게 반환하게 됐다는 가설도 성립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사직동팀의 내사를 지휘했던 박주선 청와대법무비서관은 사직동팀의 내사 착수시점이 1월15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1월14일 첩보를 입수해 다음날인 15일 사직동팀 조사과장에게 조사를 지시했고 수사기법상 옷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16일 앙드레 김을 처음으로 조사했다는 것이다. 코트 반환과 내사 착수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형자씨의 주장대로라면 코트반환 시점은 오히려 사직동팀의 내사가 착수된 이후가 된다. 이씨는 1월7일 처음으로 사직동팀에 불려가 조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주선비서관은 “이씨를 처음 조사한 시점은 1월19일”이라며 “1월19일 이씨를 조사한 기록에 이씨가 1월8일 또는 9일에 교회 목사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런 일(옷로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돼있다”고 말한다.
정일순씨의 남편 정환상씨가 1월초 모처로부터 “조심하라. 이상한 조짐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종의 메시지를 팩스로 전달받았다는 사실도 특검팀에서 밝혀낸 새로운 사실이다. 이 부분 역시 사직동팀의 내사가 착수될 것이라는 낌새를 채고 장부를 조작했고, 조작된 장부를 근거로 한 입맞추기가 시도됐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정환상씨는 “1월10일이나 12일경 기독교계 인사들로부터 ‘교회지도자들이 나서서 검찰총장과 연정희씨를 공격하는 투서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과거에 우리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으로부터 팩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씨의 말대로라면 1월8일 코트가 반환됐고 이틀 뒤쯤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며, 급히 장부를 조작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5일 뒤에 사직동팀의 내사가 시작됐다. 이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조작하려는 모종의 음모가 사직동팀의 행동이 개시되기 전에 먼저 이뤄졌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검팀이 밝혀낸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는 일단 정일순씨가 12월18일과 22일 사이에 이형자씨 자매에게 연정희씨의 옷값 1억원을 대신 낼 것을 요구했다는 알선수재혐의와 위증혐의, 연정희씨의 위증혐의 등 이다. 특검팀은 코트배달 및 반환날짜 외에 연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나나부띠끄 의상실에서 니트코트를 200만원에 샀다”고 증언한 것이 위증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조사결과 의상실에서 500만원에 산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씨의 경우는 문제의 코트가 최순영회장의 구명운동 대가였으며 영득의사가 분명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나 알선수재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정씨와 연씨를 향해 포위망을 압축해 가고 있는 특검팀은 11월20일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사건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도 수사결과보고서 작성기간을 감안하면 특검팀은 11월말 이전에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특검팀 관계자의 표현에 따르면 특검팀의 항로에는 “암초도 많고 역풍도 강하다”.
실제로 여권 일부에서는 “최특검이 너무 튄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최특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관련해 특검팀과 청와대간의 갈등기류가 엿보이기도 한다. 특검법에도 한계가 많다. 그런 점에서 특별검사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옷로비사건에 관한 한 최병모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시작된지 1개월여가 지난 지금 “적어도 합격선에는 들었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생각인 것 같다. 시민단체들도 최특검팀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11월20일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특검팀이 성역없는 수사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협조를 촉구했다. 시민단체와 한나라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최특검팀의 활약을 계기로 특검제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검팀에 대한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특검팀의 수사는 ‘한점 의혹 없는 진실규명’이라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 최종적인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까지 특검팀이 내놓은 결과물은 적어도 사직동팀이나 검찰의 수사결과보다는 사건의 실체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다. 사실상 원점에서 시작된 이번 특별검사팀의 옷로비사건 수사는 무엇보다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시점과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이를 돌려준 시점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그리고 코트 배달과 반환시점이 왜곡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거짓말과 조작의 과정도 들춰냈다. 국회에서 위증한 대목도 드러났다.
11월22일에는 사직동팀의 조사보고서로 보이는 문건이 사직동팀의 내사가 진행중이던 때에 사건 관련 인사들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직동팀 내사 직전 코트 반환 … 사건조작 의혹
김태정 전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문제의 문건을 강인덕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에게 건네준 시점은 1월21일. 그리고 세 종류의 문건 중 하나인 ‘검찰총장 부인 관련 유언비어 조사상황’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작성일자가 1월19일로 돼있다. 바로 연정희 배정숙씨와 함께 사건의 핵심 관련 인물인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사직동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날에 작성된 것이다. 이날 조사도중 배씨가 각혈을 하면서 실신하는 바람에 조사는 중단됐었다.
만약 이 문건이 사직동팀에서 작성된 것이 맞다면 그때까지의 조사내용이 송두리째 연씨에게 건네졌고 다시 배씨에게까지 전달됐다는 얘기가 된다. 동시에 사건의 성격은 옷로비의혹에서 ‘권력 핵심의 축소 은폐의혹’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사직동팀의 내사를 지휘했던 박주선 청와대법무비서관은 “그 문건은 사직동팀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고 단언하지만, 문건의 유출경로가 밝혀지는 순간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이 밝혀낸 최대의 성과인 문제의 반코트 배달 및 반환시점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배달시점과 반환시점간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법률적으로 연정희씨가 문제의 반코트를 ‘영득’(領得)할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는 부분이다. 법적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사직동팀의 내사는 ‘98년 12월26일 배달-99년 1월초 반납’으로 결론지어졌고 지난 5월의 검찰수사에서는 ‘12월26일 배달-1월5일 반납’으로 유사한 결론이 내려졌었다. 특검팀의 잠정결론은 ‘12월19일 배달-1월8일 반납’으로 이전의 수사결과와는 상당히 다르다. 검찰수사 결론에 따르면 연씨가 코트를 보관하고 있었던 기간은 11일인 반면 특검팀의 수사결과로는 무려 21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난다. 더욱이 연씨에게 옷을 배달한 정일순씨는 특검팀의 조사에서 “연씨가 반코트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갖고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나도 모르게 코트가 배달됐다”는 연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만약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연씨는 돈을 내지 않은 채 옷을 가져간 것. 즉, 영득의사가 분명해지게 되는 것이다.
코트배달 시점의 진상이 드러난 것은 라스포사 의상실 매장 여직원 이모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가능했다. 이씨는 12월19일 연정희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코트를 실어준 장본인으로 코트배달 경위를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검찰수사 당시에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특검팀의 조사결과 이씨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로부터 피해 있으라는 지시를 받고 지방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궁지에 몰린 정일순씨는 11월16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찰조사 때 연씨에게 코트를 전달한 시점은 12월19일이라고 수차례 말했으나 수사 관계자가 ‘그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나라를 위해 12월26일로 가자’고 요구해 이를 받아들였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정씨는 또 “8월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연씨가 전화를 걸어와 ‘코트배달 날짜를 계속 12월26일로 해달라’고 부탁해 그대로 증언했다”며 자신의 위증은 검찰과 연씨의 종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직동팀의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1월초 라스포사의 장부가 조작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98년 12월19일자 판매일보를 떼어내고 다른 것을 붙여넣은 뒤 12월28일자 판매일보의 여백에 반코트를 판 것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장부에 12월26일이 아닌 12월28일로 올린 이유는 26일이 토요일이어서 월요일인 28일로 기재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장부조작 과정에서 실수로 ‘98년 12월28일’이 아닌 ‘99년 12월28일’로 써넣었는데 사직동팀이나 검찰에서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두 차례에 걸친 이전의 수사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검찰은 옷이 배달되기 하루 전날인 12월18일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옷값 대납요구를 거절함으로써 그 이후의 상황은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의적으로 장부까지 조작해가면서 코트배달 날짜를 고치려 한 그 이면을 파헤치지 못했다.
정일순씨가 말을 바꾸면서 연정희씨 역시 종전의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팀의 첫번째 소환조사에서 코트배달 날짜가 12월26일이라고 고집하던 연씨는 두번째 소환조사에서는 “라스포사에 모두 다섯 차례 갔는데 처음의 두 차례(12월초, 12월19일)는 부인들과 갔고 나머지 세 차례는 딸과 함께 갔다. 12월26일에는 딸과 같이 갔는데 그때 코트가 배달된 것은 아니다”며 12월19일 배달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코트배달 날짜는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인 배정숙씨의 사위 금모씨의 사무실에서 김정길 청와대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씨와 배씨가 전화통화한 녹음테이프가 압수됨으로써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 동시에 국회 청문회에서 ‘12월26일 배달-1월5일 반납’ 주장을 편 연정희씨와 정일순씨의 위증사실까지 동시에 밝혀졌다.
세간의 관심은 반코트의 배달날짜가 조작됐다는 데 쏠려 있지만 연씨가 코트를 돌려준 시점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코트 반환시점이 1월8일이라면 이는 사직동팀의 내사가 착수되기 직전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코트를 뒤늦게 반환하게 됐다는 가설도 성립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사직동팀의 내사를 지휘했던 박주선 청와대법무비서관은 사직동팀의 내사 착수시점이 1월15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1월14일 첩보를 입수해 다음날인 15일 사직동팀 조사과장에게 조사를 지시했고 수사기법상 옷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16일 앙드레 김을 처음으로 조사했다는 것이다. 코트 반환과 내사 착수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형자씨의 주장대로라면 코트반환 시점은 오히려 사직동팀의 내사가 착수된 이후가 된다. 이씨는 1월7일 처음으로 사직동팀에 불려가 조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주선비서관은 “이씨를 처음 조사한 시점은 1월19일”이라며 “1월19일 이씨를 조사한 기록에 이씨가 1월8일 또는 9일에 교회 목사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런 일(옷로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돼있다”고 말한다.
정일순씨의 남편 정환상씨가 1월초 모처로부터 “조심하라. 이상한 조짐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종의 메시지를 팩스로 전달받았다는 사실도 특검팀에서 밝혀낸 새로운 사실이다. 이 부분 역시 사직동팀의 내사가 착수될 것이라는 낌새를 채고 장부를 조작했고, 조작된 장부를 근거로 한 입맞추기가 시도됐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정환상씨는 “1월10일이나 12일경 기독교계 인사들로부터 ‘교회지도자들이 나서서 검찰총장과 연정희씨를 공격하는 투서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과거에 우리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으로부터 팩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씨의 말대로라면 1월8일 코트가 반환됐고 이틀 뒤쯤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며, 급히 장부를 조작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5일 뒤에 사직동팀의 내사가 시작됐다. 이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조작하려는 모종의 음모가 사직동팀의 행동이 개시되기 전에 먼저 이뤄졌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검팀이 밝혀낸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는 일단 정일순씨가 12월18일과 22일 사이에 이형자씨 자매에게 연정희씨의 옷값 1억원을 대신 낼 것을 요구했다는 알선수재혐의와 위증혐의, 연정희씨의 위증혐의 등 이다. 특검팀은 코트배달 및 반환날짜 외에 연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나나부띠끄 의상실에서 니트코트를 200만원에 샀다”고 증언한 것이 위증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조사결과 의상실에서 500만원에 산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씨의 경우는 문제의 코트가 최순영회장의 구명운동 대가였으며 영득의사가 분명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나 알선수재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정씨와 연씨를 향해 포위망을 압축해 가고 있는 특검팀은 11월20일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사건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도 수사결과보고서 작성기간을 감안하면 특검팀은 11월말 이전에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특검팀 관계자의 표현에 따르면 특검팀의 항로에는 “암초도 많고 역풍도 강하다”.
실제로 여권 일부에서는 “최특검이 너무 튄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최특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관련해 특검팀과 청와대간의 갈등기류가 엿보이기도 한다. 특검법에도 한계가 많다. 그런 점에서 특별검사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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