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 수는 60만 명 내외이고 이 중 재수생 수는 매년 13만 명 정도로 20%를 웃돌고 있다. 이 비율을 낮추고자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갔던 1970년대에도 재수생 비율은 20%대였고 상위권 대학 합격생의 40%가 재수생이었다.
교단에서 보면 성공하는 재수생도 있지만, 반대로 3수까지 가거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대학에 어쩔 수 없이 등록하는 수험생도 있다. 사실 쉬운 수능, 재학생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논술전형 축소 등 모든 상황이 재수생에게 불리하다. 즉 성공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그럼에도 자기 목표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험한 길을 선택한 20대 문턱의 젊은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다만 성공적인 재수생활을 위해 다음 사항을 당부한다.
△첫째,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독학으로 재수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수학원에 등록한다. 재수학원은 고교보다 더 높은 강도로 공부를 시킨다. 이 강도에 억눌리다보면 자기주도 역량이 떨어진다.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자신의 취약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강점을 살려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 타율에 얽매이지 말고 독하게 자기 길을 가야 한다.
△둘째, 꼼꼼하게 공부해야 한다. 재수생은 여러 차례 반복했던 문제를 다시 풀게 된다. 잘 아는 문제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또 그렇게 한다. 마침내 그 문제를 망각하게 되고 정작 수능에 그 문제가 나오면 틀린다. 아무리 익숙한 문제라도 겸손하게 풀어야 한다. 어려워서 풀지 못하는 수능 문제는 거의 없다. 쉬운 문제인데 기본 개념이 완벽하지 않아서 실수한다. 재수 기간에 중2 교과서부터 고3 교과서까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와 심정으로 공부해야 한다.
△셋째, 금욕주의 생활의 달인이 돼야 한다. 재수생활의 가장 큰 적은 친구, 게임, 음주, 스트레스, 이성 친구, 흡연이다. 이 중 하나만 있어도 재수에 성공할 수 없다.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유혹에 약한 재수생은 휴대전화를 해지하기도 하고, 아예 기숙학원에 들어가 수능 날까지 한 번도 외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로 엄혹하게 자신을 다잡는 수험생이 결국 성공한다.
△넷째, 수시모집을 준비하라. 대학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도 재수생을 선발한다. 재학생보다 유리할 게 없기 때문에 합격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논술전형은 상황이 다르다. 재학생보다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기 쉽고, 수능 공부를 통해 심화수업도 받기 때문에 쉽게 논술시험으로 연결된다. 일주일에 하루는 온전히 논술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내신성적이 2.5등급 안에 있는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도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계획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보통 재수생은 크게 3단계로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 1단계는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평가)까지로 전 교과 개념 정리, 2단계는 9월 모의평가까지로 EBS 독파, 3단계는 11월까지로 실전모의평가 다지기 등으로 계획을 세운다. 각 단계마다 개인별로 주간계획, 일일계획을 세워 대입 준비를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계획은 수시로 변경할 수 있지만, 일단 계획했으면 핑계 대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인생에서 실패 없이 사는 사람도 많다. 주변에는 졸업식도 하기 전 수시모집에 합격해 부모를 기쁘게 하고, 자신의 진로 분야에서 한 발 앞서 달려 나가는 친구도 많다. 인생에서 1년 늦은 것이 문제되지는 않겠지만 뒤처졌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자기 꿈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한순간이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재수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을 얼마나 정복했느냐가 바로 성공의 척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