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가 설치된 모습. [뉴스1]
지난해 서울시가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보급한 6만8437가구 중 절반 이상인 4만1704가구가 베란다에 거치하는 미니태양광을 선택했다. 주거용 건물이나 일반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주택·건물형 태양광 미니발전소에 비해 발전용량은 적지만 베란다 난간 같은 좁은 장소에서도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가호호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일견 매력적이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태양광 사업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두고 논란도 적잖다. 미니태양광 사업 현장에 드리운 ‘그림자’를 알아봤다.
태양광발전은 일조량이 많은 정남향 고층 가구에 적합하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저층에 설치를 안 해주다 이제 1층도 신청하면 받아준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장을 찾은 낮 시간에도 다른 아파트 동이나 나무 그늘에 가린 패널이 적잖았다. 미니태양광을 설치했다는 1층 거주자는 저층에 설치된 패널들을 가리키며 “그냥 달아놓고 놀리는 거지 뭐”라고 무심히 말했다.
“전기료 줄어” vs “체감 못 하고 불편”
[사진 제공 · 서울시]
단지 내 쉼터에서 만난 고령의 주민들은 무상 지원된 미니태양광에 대해 “정확히 계산은 안 해봤지만 월 4000원가량 전기료가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주민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니태양광 설치 후 환기가 어려워 여름철 더위가 심해졌다거나 실제 전기료 절약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미니태양광을 설치한 아파트 주민 강모(70) 씨는 “전기료 감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태양광 패널이 창문을 막아 바람이 잘 안 통한다. 철거해달라고 업체 측에 연락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같은 단지의 박모(74·여) 씨 또한 “공짜로 설치해준다고 해 달아놨지만 지난해 여름 너무 더워 떼어 가라고 했더니 철거비 5만 원을 내라 하더라. 부담이 돼 그냥 놔둔 상태”라고 밝혔다.
계절·날씨·미세먼지 농도 따라 발전량 들쭉날쭉
휴대용 태양광발전으로 돌아가는 손선풍기. [뉴스1]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비교적 많이 거주하는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A임대아파트 관리책임자는 “태양광 패널 표면을 정기적으로 세척해야 하는데 임대아파트 단지 특성상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입주자가 많아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일부 입주자는 미니태양광이 고장 나면 그냥 방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이나 미니태양광업체 직원들이 돕는다지만 고령 입주자들에게는 관리가 쉽지 않아 보였다.
한편 해당 단지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한 업체 측 설명은 달랐다. 업체 측은 먼저 패널 청소와 관련해 “표면 코팅 처리된 태양광 패널은 먼지나 이물질 흡착이 적어 별도의 청소가 사실상 불필요하고 오염에 따른 발전량 차이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자나 고층 가구에는 실외에 설치된 패널 청소를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니태양광 고장에 대해서도 “큰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LG전자나 한솔테크닉스 등이 주로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30년가량이며 5년 단위로 효율이 조금씩 낮아지지만, 고장이 잦지 않다는 것. 영세한 제조업체가 생산한 전력량계의 문제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긴 해도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이조차 드물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수리비용을 우리 측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후발업체들이 미니태양광의 에너지 효율을 부풀려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업계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5~2017년 서울시 미니태양광 사업(베란다형)에 참여한 업체는 6~7곳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8년 18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4월 선정된 업체는 51곳에 달한다.
미니태양광 사업의 효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태양광발전의 특성상 날씨 등 변수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A임대아파트 관리책임자는 “이전에 일반 분양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할 때도 미니태양광 설치를 검토했다 보류했다. 인근 다른 단지 관리소장들도 태양광 패널 설치에 유보적인 입장이었다”고 증언했다. “계절이나 미세먼지 농도 등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아 비용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고 한다.
실제로 5월 2~3일 열린 한국기상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교수 등은 ‘미세먼지에 따른 태양광 발전량 감소’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2015~2017년 서울지역 미세먼지(직경 10㎛ 이하) 농도가 ‘나쁨’일 경우 태양광발전량이 19.3~22.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은 박 시장이 천명한 ‘2022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이 실시된 첫해다. 2017년 11월 박 시장은 ‘2022 태양의 도시 서울’을 통해 원전 1기 생산량만큼의 전기를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까지 1조7000억 원을 투입해 공동주택 100만 호에 미니태양광을 보급하고 공공부지를 중심으로 시내 각지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정책의 골자다. 이에 따라 전년 91억 원 규모이던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 예산도 2018년에는 297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실상 태양광의 원리 알리는 정도의 사업
현재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들의 수명이 다하는 20~30년 후면 폐패널이 큰 환경문제가 될 수 있다. [동아DB]
미니태양광 보조금은 지난해 서울시가 W당 1400원씩 책정해 300W 미니태양광 기준 42만 원, 자치구의 경우 10만 원을 지급하던 것에 비해 10%가량 줄어들었다. 서울시는 미니태양광 설치 및 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책임감 제고 차원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씩 보조금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계획하는 미니태양광 보급 규모는 2020년 12만100개소(이하 발전용량 3만1200kW), 2021년 15만7140개소(4만900kW), 2022년 17만7420개소(4만6100kW)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매년 10%씩 보조금을 줄이더라도 미니태양광 사업에 따른 전체 보조금 규모는 줄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하루 평균 일조시간인 3.2시간 동안 300W 용량 미니태양광이 생산하는 전기량은 한 달 28.8kWh이다. 한 달에 296kWh가량 전기를 소비하는 일반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월평균 최대 6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만~20만 원을 부담해 미니태양광을 설치한 가구 입장에서는 1년 6개월에서 3년 정도는 사용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나 각 자치구, 지방공기업인 SH공사의 부담까지 고려하면 7년 이상 미니태양광을 유지해야 한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는 정책 방향은 맞다”면서도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밖에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태양광발전으로 원전 1기 분량의 전력 생산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일깨우는 계도 목적 외에 미니태양광 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사업이 친환경이라는 애초 취지에 부합하려면 수명이 다한 패널, 즉 폐패널 처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폐패널 등 ‘태양광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7월 태풍 ‘쁘라삐룬’으로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 소재한 태양광 설치 현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위한 벌목으로 약해진 지반에 폭우가 내리자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폐패널은 생활폐기물이나 사업장폐기물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아 두 달 이상 현장에 그대로 방치됐다. 폐패널은 납이나 비소 등 중금속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향후 기대수명을 다해 폐기해야 하는 태양광 패널의 양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 태양광 패널이 대거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후다. 2002년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고자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교적 높은 전기 생산단가와 일반 전기가격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것이 골자다. 2007년 270억 원이던 발전차액지원금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1266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보통 태양광 패널의 기대수명은 15~30년이다. 2023년이 되면 보급 초기인 2007년 무렵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속속 폐기 대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1~2010년 설치된 패널 가운데 비중이 가장 컸던 35%가량은 기대수명이 15년에 불과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국내 폐패널 발생량을 2023년 1만2690t, 2030년에는 8만7124t으로 예상했다.
물론 폐패널의 중금속 문제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태양전지의 95.4%가 중금속 함유량이 적은 실리콘 결정 태양전지였다. 중금속 일종인 카드뮴이 포함된 카드뮴텔루라이드(CdTe)계 태양전지의 비중은 적을뿐더러, 국내 생산 및 유통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태양전지와 전선을 연결하는 데 쓰는 납이다. 파손된 폐패널을 방치할 경우 납 성분이 유출돼 흙이나 물로 용출될 개연성이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폐패널 시료 4종으로 실험한 결과에서도 납 함량이 kg당 88.7~201.8mg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폐패널을 부적정하게 처리할 경우 납 등 유해물질에 따른 환경 유해의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향후 급증할 폐패널 처리도 풀어야 할 과제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폐패널 등 ‘미래 폐기물’ 재활용 체계를 도입하겠다며 나섰다. 특히 미니태양광 보급이 활발한 서울시의 경우 올해부터 ‘가정용 폐패널 수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반면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에 열을 올리는 서울시는 폐패널 처리에 미온적이다. 미니태양광이 파손되거나 향후 기대수명을 다해 폐패널이 발생할 경우에 따른 대책을 묻자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미니태양광을 보급하고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생활 폐기물로, 각 자치구에 처리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그렇다면 실제 서울 시내 각 자치구의 폐패널 처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5월 기준 서울시에서 미니태양광이 가장 많이 보급된 자치구는 1만222개를 기록한 노원구(구청장 오승록)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2010~2018년 노원구청장을 지내며 대대적인 미니태양광 보급에 나선 바 있다. 김 의원은 2014년 당시 구청장 재선에 도전하며 박 시장보다 앞서 ‘태양의 도시 노원’을 표방하기도 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아직 패널 폐기 사례는 거의 없다. 더러 발생하는 폐패널은 태양광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것으로 안다. 다만 업체가 수거해 간 폐패널의 재활용이나 폐기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패널과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구체적으로 하달받은 사항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한편 특정 단체가 미니태양광 등 서울시 태양광 사업을 독점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친여권 성향’의 협동조합들이 태양광 사업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받아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녹색드림협동조합,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 협동조합 3곳이 태양광 사업 관련 전체 보조금 248억6100만 원 중 50%인 124억4300만 원을 받았다. 윤 의원은 “해당 조합의 이사장들이 옛 열린우리당이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 인사”라고 주장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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