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2011.02.21

엔씨소프트 진루타 제대로 칠까

선수 수급 타 구단 대승적 협조 필요 … 구단 운영서도 새 자생모델 제시해야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1-02-21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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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진루타 제대로 칠까
    ‘엔씨소프트+통합창원시’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주체와 지역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의 극심한 반대는 ‘판을 키우자’는 명분을 앞세운 KBO와 7개 구단의 주장에 묻혔다. 하지만 3월 8일로 예정된 단장회의에서 신생구단 선수 수급을 놓고 격론이 예상되는 등 엔씨소프트가 9구단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쌍방울이 아닌 SK가 모델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1985년 빙그레(현 한화), 1990년 쌍방울 창단으로 8개 구단 체제로 확장됐다. 그동안 모기업 부침에 따라 구단 주인이 여러 번 바뀌기도 했지만, 단순한 인수가 아닌 ‘창단 또는 재창단’의 과정을 거쳤다고 보는 것은 지금까지 모두 4번이다. SK는 2000년 KBO 관리 체제 아래 있던 쌍방울을 근간으로 재창단했고, 히어로즈는 2008년 현대를 모태로 탄생했다.

    엄격한 의미로 봤을 때 엔씨소프트처럼 ‘완전한 신생구단 창단’은 빙그레와 쌍방울뿐이다. 빙그레는 창단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었지만 쌍방울은 상당한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빙그레는 성공했고, 쌍방울은 실패했다. 히어로즈가 자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SK는 든든한 모기업의 후원을 밑바탕 삼아 한국 프로야구 신흥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생구단 성공의 핵심은 선수 수급에 있다. 빙그레가 창단하던 시점과 지금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기존 구단들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만 한다. 1990년 쌍방울은 창단 후 2년간 신인 1차 우선지명권과 2차 10명 우선지명권을 갖고, 나머지 7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2명 외 2명씩을 지명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하지만 투자가 지속되지 못하자 성적은 계속 바닥을 헤맸다. 전주를 연고로 했던 쌍방울은 마케팅에서도 실패, 관중 동원에서 좌절을 맛봤다. 모기업 경영에 마이너스 구실만 하며 ‘선수 팔아먹기’로 연명하다 결국 모기업 부도로 막을 내렸다.



    2000년 쌍방울을 인수해 재창단한 SK는 순수한 창단은 아니었지만 순수 창단에 버금가는 지원을 받았다. 히어로즈가 2008년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하면서 사실상 혜택을 보지 못한 것과 차별화된다. SK는 쌍방울 전력을 흡수하면서도 각 구단 보호선수 23명 외 1명을 양도받았고 외국인 선수도 3명 보유하고 2명 출장할 수 있게 배려받았다. 2001~2002년 2차 우선지명으로 유망한 신인을 3명씩 데려갔다. 창단 초기 잠시 성적이 저조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확보는 막강 전력의 밑바탕이 됐다. 꾸준한 투자도 큰 몫을 했다. SK는 그린마케팅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와의 긴밀한 협조로 구단 운영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 구단의 수혈로 탄생할 엔씨소프트는 중도 낙마한 쌍방울이 아닌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SK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9구단을 넘어 10구단 체제로 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9구단 창단이란 총론에 합의해놓고, 선수 수급 등 각론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프로야구로서는 슬픈 일이 될 것”이라며 “신생구단이 1군 진입 첫해에 승률 3할을 거둘 수 있는 전력을 갖추도록 기존 구단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엔씨소프트의 1군 진입 시기를 이르면 2013년, 늦어도 2014년으로 잡은 KBO는 신인 우선지명권의 대폭 할애와 한시적인 용병 수 증대, 그리고 기존 구단에서 보호선수를 제외한 최대 3명 보조, 한국식 룰5드래프트제도 시행 등 다각도로 신생구단을 도울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 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반발이 만만치 않다. 터무니없는 전력의 9구단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프로야구의 질적 하락을 불러오고 기존 구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든든한 창원시 전폭적 지원 선언

    엔씨소프트 진루타 제대로 칠까

    1월 10일 KBO를 방문한 엔씨소프트 홍보실 이재성 상무(왼쪽)가 KBO 양해영 사무차장에게 창단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선수 수급 문제는 KBO 주도의 8개 구단 협조 체제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외부 변수’다.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새롭게 프로야구단 참가를 선언한 엔씨소프트는 이와 별도로 새로운 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입성을 반대한 롯데는 ‘한 해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을 내세웠다. SK와 같이 든든한 모기업이 없어 제2의 쌍방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롯데의 우려와 달리 나머지 7개 구단이 동조하듯 엔씨소프트의 재무구조는 탄탄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주변 환경을 놓고 볼 때 쌍방울보다는 SK에 근접한 환경을 갖고 있다. 월급사장이 아닌, ‘1조 클럽’의 온라인 게임왕에서 오프라인 야구왕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김택진 대표이사의 오너십 아래에서 새 구단이 운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든든한 창원시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창원시가 100억 원을 들여 기존 마산구장을 개·보수를 해주고, 늦어도 2015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새 구장을 지어 25년간 무상임대를 해주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기존 어느 구단보다 해당 연고도시로부터 월등한 혜택을 받는다.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창단 후 5년, 즉 2015년까지만 모기업에서 지원받고 이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야구단 자생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창원에 건설될 새 야구장에서 다각적인 마케팅 실험을 해볼 계획. IT 기업의 특성을 살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쌍방향 서비스, 비시즌에도 야구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그램, 팬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야구장 좌석 가격의 다변화 등이 대표 계획이다.

    동명정보대 전용배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엔씨소프트가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고, 모그룹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구 인프라 구축을 통한 수익 창출, 메이저리그 트리플A 팀 인수를 통한 해외사업 기여, 오프라인 사업 진출로 인한 파생효과 등 세 줄기가 주장의 근거다. 전 교수는 “전용구장을 넘어 2014년 이후로는 선수단 숙소와 야구공원 조성까지 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땅도 있고, 도와줄 의사도 있는 창원시이기에 8면에 야구장을 지어서 엔씨소프트의 홈구장, 연습구장으로 쓰고 나머지는 사회인야구, 초중고 학생야구 및 프로팀 전지훈련지로도 활용해 수익을 내보자는 구상이다.

    창원은 한국에서 기후가 온화하기로 유명하다. 천혜의 환경인 이곳에서 엔씨소프트가 아이디어를 만개할 수 있도록 창원시가 장기 무상임대를 해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 교수는 야구단이 안착하면 트리플A 팀 인수도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미국 전역에 홍보를 할 수 있고, 한국팀과 연계해 용병 수급이나 인적 교류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트리플A 팀이 평균 5억의 흑자를 내고 있어 무위험에 가깝다.

    전 교수는 프로야구 출범 당시 재계 순위 49위였던 롯데가 현재 5위까지 올라가는 데 야구단이 엄청난 기여를 한 것처럼 엔씨소프트도 모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창원을 축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사업을 구상하면, 유독 야구단에 로열티가 강한 PK 정서를 감안할 때 안착이 용이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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