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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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굴레’를 벗고 행복에 이르는 길

‘남자 심리학 : 남자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41가지 심리코드’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09-05-29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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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굴레’를 벗고 행복에 이르는 길

    우종민 지음/ 리더스북 펴냄/ 315쪽/ 1만2000원

    과거에 우리는 일과 놀이를 분리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일과 놀이는 결합되기 시작했다.

    채 2m2가 안 되는 방일지라도 인터넷에 연결되기만 하면 그 방은 일터, 시장, 도서관, 사교클럽의 구실을 한다. 현실이 고단한 사람도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익명으로 또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다. 가상현실에서 집과 땅을 사고 사업을 하며 게임 해서 번 돈은 현실에서의 돈과 교환된다. 또 익명의 사람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가상현실 경험이 현실을 바꾸고 있다.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실러는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서한’에서 “인간은 유희에 젖어 있을 때 비로소 진실한 인간이 된다. 노는 인간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최고 수준으로 발휘한다”라고 놀이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지금, 놀이의 가치를 외면 아닌 외면해온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많이 아프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지 오래다. 1990년대 중반 ‘고개 숙인 아버지’ 담론이 등장한 이후 남자들 위상은 계속 추락해왔고 남자들이 눈물 흘리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제는 마음 편하게 손 내밀 곳 하나 없다.



    현대인은 밤 12시가 되면 행복한 무도회장을 뛰쳐나와 비극의 장소로 돌아가야 했던 신데렐라처럼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오늘날 ‘신데렐라맨’들은 관계의 핵심부인 ‘나’는 제쳐두고 ‘관계의 주변부 인맥’에게 대부분의 시간과 열정을 쏟는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 감정표현의 억눌림, 자기집중 시간의 부재’라는 3가지 감옥에 갇혀 산다. 그러니 자신을 돌볼 틈 없이 달리며 점점 지쳐간다. 그리고 세상은 지친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무대를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무대가 없어졌을 때 비로소 남자들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 것에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된다.

    ‘남자 심리학 : 남자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41가지 심리코드’는 바로 그런 남자들에게 ‘나’를 위해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다. 책에는 저자가 병원, 기업, 정부부처, 방송, 심지어 온갖 인생이 모여들어 고뇌를 털어놓는 포장마차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그들은 아담증후군, 오셀로증후군, 파랑새증후군, 착한 직장인 콤플렉스, 탈진증후군 등 각종 증후군과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저자는 우리 주위에 널린 실제 사례를 토대로 ‘남자다움’이라는 굴레에 갇힌 이들의 현실을 파헤치며 그에 대한 명쾌한 처방전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맨’들은 스트레스와 어떻게 쿨하게 이별할 것인가. 분노나 화를 잠재우고자 반신욕,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힘차게 비웃어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술로의 도피’는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즐기면서 일을 해야 인생도 즐거워질 것이다. 모범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버텨보기도 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 줄도 알아야 한다.

    인생을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처럼 즐기기 위해서는 자기관리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저자는 계획을 세울 때 왜 그 일을 하려는지 나만의 이유를 분명히 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재미있는 목표를 정하고, 소중한 만큼 시간 대접을 해주고,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4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알려준다.

    막스 베버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노동하는 것, 그리고 그 생산물을 욕망을 위해 소비하지 않고 축적하는 것이 인간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사명’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제 이런 낡은 담론은 사라져야 한다.

    앞만 보고 죽어라 일하고 싸우기만 하다가는 내 몸부터 망가질 것이다. ‘남자 심리학’의 가르침처럼 열심히 일한 만큼 잘 놀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저자에게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각종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자들은 나의 변형된 다른 얼굴들이었다.

    이제부터 늘 거울을 바라보면서 내가 정말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사는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저자를 포장마차에서라도 한번 만나 정신감정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내가 너무 답답한 삶을 살았구나’라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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